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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야 짹짹해봐, 고양아 야옹해봐! - 고려대학교 & 연세대학교 대학교 정기전이 갖는 심리적 의미
  • 기사등록 2024-10-17 1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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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채현 ]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은 2024년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의 대학교 정기전이 열리는 날이다. 흔히 알려져 있는 고연전, 연고전이라 불리는 바로 그것이다, 1962년 보성전문학교, 연희전문학교 시절부터 뿌리깊게 이어져 온 깊은 전통으로, 매년 매 해마다 열리는 고려대 연세대 양측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여겨진다. 


기사의 제목인 참새와 고양이는 고려대학교의 상징 동물인 호랑이, 연세대학교의 상징 동물인 독수리를 가지고 정기전에서 서로를 놀릴 때에 사용되는 말이다. 두 학교 사이의 경쟁 의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고연전, 연고전의 모습


이 정기전 현장으로 가보면 보이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색깔이다. 고려대의 상징색인 빨간색, 연세대의 상징색인 파란색 옷을 입은 학생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그러면 마치 그 공간에 사람이 아니라 빨간색 파란색으로 된 하나의 거대한 무언가로 보이는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경기가 진행되는 순간에는 그 무리의 하나가 되어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본인의 학교가 우승하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경기가 끝나도 그 열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각 학교 거리와 술집에서 뒤풀이가 벌어진다. 학생들은 승리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그날의 기쁨과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학교의 응원가를 부르고,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면 마치 신이라도 들린 듯한, 조금 강하게 말해서 마치 미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왜 그 때에 이런 미친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거리는 학생들로 가득 차서 밤새 온갖 소음이 발생해도 학생들은 아무도 그 행동에 망설임이 없다. 응원가를 부르고 춤을 추는 그런 모습들은 평소에 그들이 할 수 있는 걸까? 아니다.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 노래와 춤을 추며 평소에는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는 것일까? 



고대생, 연대생이라는 탈개인화


지금 자신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기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앞서 말한 고대생 연대생들처럼 길거리에 나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가? 그저 속으로 좋아하는 게 전부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인의 정체성, 즉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다. 내가 이상한 짓을 하면 손해가 올 것을 예상하고 제한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게 풀릴 때가 있는데, 나라는 인식 자체가 약해질 때 그때 우리라는 인식이 남는다. 특정 순간에는 유난히 특정 정체성이 강해질 때가 있는데, 그때 발생하는 것이 바로 탈개인화 현상이다. 


탈개인화란, 개인적인 자신의 정체성(identity)가 자신을 지배하는 힘이 약해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개인적 정체성이 약해지는 순간 평소하는 하지 않을 지나친 행동을 할 때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즉 개인적 정체성이 최소화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 행동의 방향과 제한을 가하고 있던 한계, 가이드라인이 약해지는 탈개인화 현상이 일어난다. 


따라서 고려대생, 연세대생이라는 정체성이 개인적 정체성을 뛰어넘어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게 되어, 평소에 절대 안할 것 같은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익명성이 생기면, 행동이 과해지지 않을까? 


빨간색과 파란색 옷을 입고 고연전 연고전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들어가게 되면 사람들은 그 속에 묻혀서 누굴 찾기도 굉장히 어려워진다. 이것은 본인의 개인적 정체성을 약화되도록 만드는 현상을 가져오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가 평소 생각해오던 체면, 기준 등이 약해지고, 평소에는 나의 친구 선생님 등으로 규정되던 타인을 느끼는 시선 또한 ‘같은 고려대, 연세대 사람’으로 동등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럴 때 생겨나는 것은 바로 익명성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을 때 내가 이 많으 사람들 중 하나라는 느낌이 생겨, 일종의 익명성이 생겨나게 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타인에 대한 익명성 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 가지는 익명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익명성이 생기면 사람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강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고연전 연고전 상황의 경우 이런 익명성이 확보되게 되면 본인 소속만 너무 강조하는 나머지 상대를 과도하게 매도한다던지, 승부에 너무 과열되어 지나친 행동을 한다던지 훨씬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될 위험성을 염려할 수도 있다. 




고대생, 연대생이라는 그룹 정체성


탈개인화는 어떻게 보면 개인적 정체성이 떨어져 미친 짓, 과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탈개인화가 마냥 일탈을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려대생들의 빨간색, 연대생들의 파란색 옷을 입는 것은 일종의 유니폼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익명성을 확보하여 지나친 일탈을 걱정할 수는 있지만, 때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유니폼을 통해 확보한 정체성이 스스로 행동을 규율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탈개인화는 자신의 그룹 정체성을 확보하게 하여, 조직 전체에 적용되는 허용 가능한 행동 및 신념에 대한 암묵적 혹은 명시적인 규칙을 만들어낸다. 


빨간색, 파란색 유니폼을 입으면 고대생 연대생이라는 그룹 정체성이 강해져 그 집단이 갖고 있는 규범과 행동이 강해지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고대생과 연대생 시스템을 만들어내게 되고, 그들이 고대생답게, 연대생답게 행동하는 규율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고려대생, 연대생이라는 강한 소속감과 집단에 대한 애정을 가지면서도, 필요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물고 뜯는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태도이다. 고려대생 연대생 자부심이 있다고 해서 서로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함께 경쟁하며 열정을 쏟아내고 나중에는 같이 뒤풀이에 어울려 놀기도 한다. 결국 종국에는 화합의 장이 된다는 것을 일종의 집단 규범 인식으로써 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경쟁은 학교에 대한 애정, 협동심과 소속감을 키울 수 있는 인생에서 긍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는 20대의 놀이 문화라고 여겨진다. 개인적 정체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20대 청년들의 건강한 놀이 문화와 같은 그룹 정체성을 공고히 하여 사회를 하나로 결합시킬 수 있는 문화가 퍼질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다.




참고문헌

1)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허태균 교수. 사회심리학 강의 

2)  배재윤, 원영신. 2013. 연고전 문화의 재해석.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26집 제3호. 1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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