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윤
[한국심리학신문=김나윤 ]
한 직장인의 유서
2021년 2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카카오 소속 직원의 유서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카카오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자신을 따돌린 직원들과 가혹한 카카오 인사 평가 제도에 대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블라인드에 해당 유서가 올라온 이후, 몇몇 카카오 직원들이 잇따라 카카오의 가혹한 인사 평가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카카오에서 실시하는 동료평가가 전사 직원들과 개별 직원의 수치를 비교하며 개인에게 큰 심리적 부담감과 좌절감을 준다는 것이다.
당신과 일하던 동료중 20%가 다시 당신과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카카오는 어떤 방식으로 동료평가를 시행했을까? 카카오는 연말에 ‘그간 과제를 함께 수행한 동료들의 평가’를 시행하는데, 평가 문항으로는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고싶나요 ’, ‘이 사람의 역량은 충분한가요’ 등이 있다. 해당 평가는 연봉과 성과급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비판받았던 점은 개별 직원에게 해당 평가에 대한 결과를 수치로만 통보한다는 것이다. “너와 함께 일한 동료 중 20%가 너와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는 식으로 알려주고, 이 수치를 전사 수치와 함께 제시해 비교하게 하는 것이다.
양날의 검, 다면 평가
카카오의 사례만 보면 동료 평가는 당사자에게 악플을 직접 읽게 하는 일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동료평가, 다면평가의 취지는 그렇지 않다. 다면평가는 하향식 인사 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1940년대 처음 등장했고, 국내에서는 1990년대 초 LG그룹이 최초로 도입해 시행했다. 현재는 삼성, 포스코, 네이버, 카카오 등의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다. 동료 평가는 기업마다 방식이 다르지만, 보통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자신과 일을 했던 이들을 평가 대상자로 선정한 후 상위 직책자가 조정한 후 익명으로 해당 사람에 대한 평가를 시행한다. 상사는 보지 못하는 개별 직원의 모습을 함께 일한 동료 직원들이 포착하고, 보다 진솔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카카오 사례처럼 평가자가 평가하는 방식, 그리고 피평가자가 평가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동료가 나를 싫어할까' 두려워...
그렇다면 우리는 다면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카카오 사례는 개개인의 장단점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직원의 업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피드백이 아닌, 단순히 수치적인 평가만 제공했다. 특히 자신과 일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직원의 퍼센트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직장인의 침묵에 관한 뉴욕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이 문제 상황에서 침묵하는 이유로 27.5%의 응답자가 ‘관계를 망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즉 직장 동료들에게 배척당하고 부정적인 것은 직장인에게 큰 두려움인 것이다. 카카오의 다면평가는 이러한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다소 공격적이고 두려운 결과를 제공할 때에는 이에 대한 근거도 함께 제공해야 개인이 발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단순히 결과만 주는 것은 압박감과 좌절감, 두려움을 증폭시킬 뿐이다
두 번째로, 다면평가에 대한 적절한 교육의 부재도 문제로 볼 수 있다. 피평가자와 평가자 모두 올바른 평가 방식 및 수용방식을 배워야 한다 인신공격성, 비난적 어조보다는 발전을 위한 피드백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 데이터는 개인마다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해석 방법, 올바르게 결과를 수용하는 방법 등을 반드시 교육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면평가를 맹신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같이 일했던 동료들로부터 자신의 업무 능력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정도이지, 객관적인 평가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결과를 승진이나 연봉 협상의 직접적인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고문헌
1). "당신과 일하기 싫다"…카카오 다면평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2021).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22811083710525.
2). ‘마상’ 입히는 다면평가, 최선입니까? . (2024).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1130900001.
지난 기사보기
그 사람이 싫은 이유는 냄새 때문? 당신이 몰랐던 후각의 심리학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nyns0503@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