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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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나를 만족시키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위로할 수 없는 사람은
누구와 만나든 언제나 만족할 수 없다. ”
연애란 두 사람의 이야기여야 한다. 그러나 다중 연애형 관계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1보다 더 많을 수 있다. 동시에 제2, 제3의 연애를 유지해야만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성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중 연애형 관계 유형인 사람들은 더 이상 외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진심으로 알고 있으며,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아무리 스스로를 다그쳐 보았자, 분명히 해서는 안 된다고 여겼던 일들이 자꾸만 반복해서 일어날 뿐이다.
이렇게 '다중 연애형' 관계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상처받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연인'이다. 이 안타까운 연인들은, 그들로부터 배신당한 뒤 그 '바람'의 원인을 찾아 헤매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심할 경우에는, 정신적으로 심각하게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물론, 이 사태의 원인이 되는 '다중 연애형'인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개, 상대방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감정을 느낀다. 처참히 무너져서 고통스러워하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자책을 하고, 자신의 문제로 인해 상대의 신뢰를 잃고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었음을 인정하면서,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 안정적이면서도 행복이 가득한 관계를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망가트려 버리곤 한다.
바람을 피워 상대와의 신뢰를 저버린 '누군가'의 마음속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그런 일말의 감정을 가질 자격이 주어질 수나 있겠는가?
미안함, 자책감, 후회, 양심의 가책, 무기력함 등의 여러 감정들은 한데 모여들고 마치 허리케인과도 같이, 그동안 그 사람이 쌓아왔던 모든 감정 및 신뢰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인식까지 흐트러뜨려 버린다.
이 '허리케인'으로 인해 "자아인식(self-perception)", 즉 스스로의 감정, 행동, 내적 과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흐트러지게 되면 인간으로서는 '자아와 동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길 바라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자신을 좋아해 줄 다른 '누군가'를 찾는다. 그렇게 누구보다도 '순수한 사랑'을 동경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그 실체를 좇는다. 다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사랑'에 '무언가 다른' 것을 섞으려 드는 자신의 습관을 막을 수가 없다.
이러한 자아 분열은 마치, 극한까지 당긴 고무줄의 장력처럼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곤 한다. 이 고무줄은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잠시라도 방심할 수는 없게 하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마주하게 되는 사람이 그 누구일지라도, 종내에는 이 '고무줄'의 장력 앞에 무너지고야 만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팽팽함을 느슨하게 만들 수 없다면, 차라리 그 고무줄 자체를 끊어 버리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자기 자신을 향한 의혹을 전부 다 내려두고 자아 분열이라는 외면하기 힘든 장력으로부터 벗어난 뒤에, 다양한 관계에서 오는 호감을 경험하고서, 그것들을 즐긴다.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감정에 빠지도록 허락하는 편이 낫다는, 어떠한 자기 위로를 곁들이면서 말이다.
심지어 그들은 종종, 다음과 같은 생각마저 할지도 모른다.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건데, 나한테 잘 해주고 뭔가를 사 주고 다 해주겠다는데 내가 그걸 굳이, 거절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정말 나쁜 거라고? '
그런데 참 이상한 점이 있다. 이처럼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점차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들로서는 스스로를 점점 혐오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어지는 다음 글에서는 '다중 연애형들이 가진 불안함과 두려움', 그리고 그들이 '바람을 피우면서까지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면밀히 탐구해 보고자 한다.
참고문헌
1) 장자치. (2023). 관계가 상처가 되기 전에. 유노콘텐츠그룹 주식회사
2) 다비치. (2015). 두사랑 [노래]. Hug.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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