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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나윤 ]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카페는 항상 공부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최근에는 ‘카공족’ 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공부하곤 한다. 카페 외에도 도서관, 학교 열람실, 집 등 저마다 ‘공부하기 좋은 장소’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한때 도서관 책장 사이 구석 자리에 꽂혀 시험 기간에 거의 매일 도서관에 출석 도장을 찍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공부가 잘 되는’ 장소가 존재할까? 장소에 따른 공부 효과가 달라질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기억의 메커니즘과 ‘맥락 일치 효과’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억의 3단계: 부호화, 저장, 회상


먼저 기억의 단계를 알아보자. 기억은 크게 부호화(encoding), 저장(storage), 그리고 회상(retrieval)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부호화는 정보를 지각하여 우리의 기억 시스템에 통합하는 과정이다. 보고 들은 어떤 정보를 기억에 남기기 위해 부호화라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이후 저장 단계에서 그 정보는 단기 혹은 장기 기억에 남게 되고, 필요할 때 회상을 통해 기억 속 정보를 꺼내 사용하게 된다.


기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부호화의 방식이다. 심리학자 Tulving이 제시한 처리 수준 이론에 따르면, 단어를 구조적으로(글자의 모양), 음운적으로(소리), 의미적으로(의미) 부호화하는 방식에 따라 기억에 남는 정도가 달라진다. 구조적, 음운적, 의미적 처리 중 가장 인지 수준이 깊은 의미적 처리에서 기억이 가장 잘된다. 


그렇다면 기억해야 하는 내용의 특징 외의 환경적인 요인이 부호화에 개입하기도 할까? 장소에 따른 학습 효과를 알기 위해서는 이 내용을 알아보아야 한다.




맥락 부호화: 장소와 기억의 관계


맥락 부호화(Contextual Encoding)는 우리가 공부하는 장소와 기억의 관계를 설명하는 개념이다. 1975년 Godden&Baddley는 단어를 암기와 회상 장소의 일치 여부에 따른 기억력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의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수중 또는 지상에서 단어를 외우고, 동일한 장소와 다른 장소에서 회상할 때 기억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학습 장소와 회상 장소가 일치할 때, 즉 수중에서 학습한 사람들은 수중에서, 지상에서 학습한 사람들은 지상에서 회상할 때 기억률이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환경적 맥락이 기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드라마 <스카이캐슬> 의 김주영 코디네이터 (김서형 배우)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김주영 코디네이터가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예서'의 공부방 책상을 학교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바꾸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는 시험을 보는 장소와 공부하는 환경을 비슷하게 조성하려는, 즉 맥락 부호화 효과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상태 의존적 기억: 감정과 기억의 상관 관계


장소 뿐만 아니라 우리의 내적 상태, 즉 감정 상태도 기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상태 의존적 기억(State-Dependent Memory)이라고 한다. 기억이 처음 부호화될 때의 정서적 상태가 회상 시에도 동일하면 기억이 더 잘 떠오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면 연구에서는 우울하거나 유쾌한 기분으로 학습한 두 집단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기분이 일치하는 상황에서 단어를 더 잘 기억해 냈다. 기분이나 정서도 하나의 ‘맥락’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시험 공부를 할 때도 학습 당시와 비슷한 정서 상태에서 공부하면 기억 회상에 유리할 수 있다. 즉, 편안하고 안정된 감정 상태에서 공부하고, 시험 직전에도 비슷한 정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어디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이제 첫 질문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시험 공부를 할 때 집에서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카페나 도서관이 더 나을까? 연구에 따르면 시험 장소와 비슷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나 학교 교실처럼 실제 시험 환경과 유사한 곳에서 공부하면 기억 회상이 더 원활할 수 있다.


하지만 맥락 부호화와 상태 의존적 기억 효과가 절대적이지는 않다. 학습 효과에는 환경적 맥락 일치 뿐만 아니라 소음, 편안함, 집중력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요인이 개입한다. 이러한 효과들이 무조건 학습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억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험 공부를 할 때 학습 장소는 단순한 선택이 아닌 중요한 전략적 요소가 될 수 있다. 공부 장소를 고민할 때는 카페보다는 도서관이나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기억 회상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시험을 앞두고 공부할 장소를 고민하고 있다면, 시험장과 더 유사한 장소를 선택해 보는 게 어떨까?




*참고 문헌

1). Godden, D. R., & Baddeley, A. D. (1975). Context-dependent memory in two natural environments: On land and underwater.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66(3), 325–331.  

2). E. Bruce Goldstein. (2016). 인지심리학 (pp. 1-528). n.p.: CENGAGE L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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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07 16: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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