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한국심리학신문=박지연 ]
무덥던 지난 여름 책장을 정리하던 중 어릴 때 읽던 그림책 몇 권을 발견했다. 책을 보니 떠오르는 추억과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림에 필자도 모르게 정리는 잊고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도서관 아동문학 코너에서 몇 시간을 서서 책을 읽기도 했다. 어릴 때 읽던, 부모님께서 읽어주시던 그 책에는 어떤 비밀이 있길래 성인이 된 지금도 그 매력에 끌리게 되는 걸까?
그림책? 동화책? 무슨 차이?
그림책과 동화책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막연한 생각으로는 그림만 있는 책이 그림책이고 글이랑 그림이 같이 있으면 동화책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더 어린 아이들이 읽는 그림과 글이 섞여 있는 짧은 책은 동화책일까? 그림책일까? 둘의 차이를 이번 기사에서 확실히 정리하고 가자.
먼저, 동화책은 말 그대로 아이들을 위해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 또는 그런 문예 작품인 동화를적은 책을 뜻한다. 대체로 공상적이고 서사적이며 교훈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와 달리 그림책은 글과 그림이 결합하여 이야기를 엮어 내는 책으로, 그림이 글을 보충 설명하거나 꾸미는 삽화라는 기존의 개념에서 벗어나 글과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그림 자체로 표현하는 독립된 시각예술이다(곽영권, 1997). 또한 그림책은 대부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각광받고 있다 즉, 특정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작품에 따라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림책 '토끼귤'의 작가인 다은은 ‘그림책은 그림 즉,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그림을 빼면 서사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그 작품을 그 작품이게 하는 요소가 없어지니까. 그리고 그림책에서는 그림과 글 사이의 상호작용도 중요하다. 그림과 글이 같은 내용을 나타내기도 하고 상호보완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 혹은 그림과 글이 상반되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생기는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고 했다.
정리하자면, 그림책은 어린이를 비롯해 다양한 연령층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글과 함께 그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책 효과 : 아이 ver.
그림책은 아이들의 발달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상상력과 언어적인 측면에서 살펴보자.
그림책은 유아의 정서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책 속에 있는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정서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이 다 말하지 못한 무언가를 그림이 내포하고 있거나 글과 그림이 정반대인 경우 ‘이건 왜 그럴까?’와 같이 여러 의문을 가지고 상상하며 아이들은 성장한다. 이렇게 정서적 경험을 쌓아간 아이들은 현실에서도 타인의 이야기에 더 잘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동화책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를 비롯해 다양한 동화책을 집필한 작가 김유는 처음 '마음버스'라는 그림책을 내면서 그림이 없어도 마치 그림이 그려지듯 써야 하는 동화책과 달리 그림책은 독자가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시공간을 남겨 둬야 한다. 그림을 보며 더 풍부한 재미와 상상, 감동을 느껴야 하기에 더 함축적으로 썼다고 했다. 동화책과 그림책의 이런 차이점으로 인해 아이들은 말로 다 표현되지 않는 그 이면의 무언가를 그림과 상상을 통해 깨닫고 사고와 정서 모두 함께 발달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은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기를 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복적으로 그림책을 읽으면 유아의 이야기 이해 능력과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줄 아는 구성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즉, 반복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접하며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야기를 경험함으로써 문법이나 구조를 형성하는 능력이 생기게 되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림책 효과 : 어른 ver.
그림책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어른의 심리치료 도구로서 그림책이 활용되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심리 치유에 그림책을 활용할 정도로 대중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림책은 작은 철학책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함축된 글과 그림에 무궁무진한 상상과 사고의 세계가 담겨 있고 교훈을 비롯해 새로운 사고, 가족, 사회의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그림책은 어린 아이들이 보는 책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0세~100세까지 모두가 함께 소통과 치유의 매개체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 최근 대두되는 주장이다.
이 기사를 통해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그림책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참고문헌
1) 박종필. (2024년 10월 11일). ‘이경국 작가 “그림책은 작은 철학책---무한한 상상의 출발점이죠”’. 한국경제. 이경국 작가 그림책은 작은 철학책…무한한 상상 출발점이죠 | 한국경제.
2) 신성은. (2022년 11월 24일). ‘[Interview] 토실토실 토끼로 이 세상과 소통하다 - 그림책 '토끼귤' 작가 다은’. 아트인사이트. [Interview] 토실토실 토끼로 이 세상과 소통하다 - 그림책 '토끼귤' 작가 다은 – 아트인사이트.
3) 이경훈. (2023년 6월 22일). ‘그림책의 가치 '공감', 전 세대 영역 확장’. 인천일보. 그림책의 가치 '공감', 전 세대 영역 확장 - 경기 - 사회 - 기사본문 - 인천일보.
4) 김유 작가 인터뷰 참고: 베스트셀러 동화를 쓴 김유 작가의 첫 그림책 『마음버스』 |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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