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한국심리학신문=윤재현 ]
졸업 학년이 된 필자는 수많은 조별 과제, 논문 준비, 그리고 수업 준비로 인해 전공과목에 대한 흥미는 떨어지고, 빨리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영국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가 나에게 “너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를 겪고 있구나”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평소 ‘중2병’에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시니어리티스(senioritis)에 대해서는 처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란 무엇일까요? 흔히 대학생이 경험하는 증상일까요?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란?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는 상급생, 졸업반인 ‘senior’와 염증 또는 병을 뜻하는 접미사 ‘–itis’가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입니다. 주로 고3이나 대학교 4학년과 같이 졸업 학년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한국어로는 ‘고3병’이라고 불립니다. 증상으로는 게으름, 동기 저하, 과도한 결석, 미루기, 피로감, 짜증, 절망감, 스트레스, 집중력 부족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은 성적 저하와 우울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니어리티스(senioritis)가 나타나는 원인이 무엇일까?
연구진들은 시니어리티스(senioritis)가 발생한 원인을 동기와 같은 내적 요인과 주위 환경 같은 외적 요인의 결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고학년이 될수록 신입생 때는 나타나지 않았던 무기력과 동기 저하 등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졸업 시기가 가까워질 수록 학업에 대한 고민보다는 취업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4년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이 취업 환경과 취업 기대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정한 취업 시장으로 인해 졸업유예를 신청한 대학생들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약 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졸업반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이 미래 취업과 연결되지 않는다고 믿는 경향이 2021년 시니어리티스(senioritis) 연구에서 나타났습니다. 학비나 재정적 압박도 학생들의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입니다. 2021년의 연구에 따르면, 약 70% 학생들이 재정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현재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에 만족하며 다니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신입생때는 원하지 않은 전공이라도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학문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전공의 단점이 부각되며, 이는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KAIST와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자퇴율이 높으며, 대다수의 자퇴생들은 의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학생들이 선택한 전공이 진정으로 원하는 전공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생활 문제로 인해 시니어리티스(senioritis)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학교 수업을 이해를 못하는 등의 학업적 문제나 교우 관계 문제로 인해 학교 가기를 꺼리는 경향이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를 초래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인은 일부에 불과하며, 연구진들은 복합적인 심리가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를 발생시켰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는 졸업이나 중퇴를 하면 당연히 해결되는 문제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따라서 몇몇 학자들은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보상이나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줄어줄 수 있는 정신 건강 상담 프로그램이나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가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학생들을 지지해주는 동료, 친구, 그리고 교사들이 있는 경우 성적 향상과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2019년에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교수법의 변화와 같은 학업적 지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구체적으로, 졸업반 학생들은 이전 학년보다 난이도가 높아진 과제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니어리티스(senioritis)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학업 커리큘럼의 변화나 수업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를 경험하면서, ‘그동안 학교에서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자’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고 학교 행사나 활동에 최대한 참여해보았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필자가 시도한 방법이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학교의 새로운 모습과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학업으로 지친 심신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시니어리티스(senioritis)를 겪고 있다면,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학교 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1) Lucietto, A., Taleyarkhan, M., & Schott, E. (2019, October). Senioritis from the student’s perspective. In 2019 IEEE Frontiers in Education Conference (FIE). doi: 10.1109/FIE43999.2019.9028556.
2) Young-Jones, A., McCain, J., Burt, T., Drew, M., & Heim, D. J. (2021). Senioritis: College student perceptions on causes, outcomes, and support. The Journal of the National Academic Advising Association, 41(1), 64-79. doi: 10.12930/NACADA-19-20
3) Hemmings. (2015). Senioritis. Urban dictionary. https://www.urbandictionary.com/define.php?term=Senioritis
4) 엔젤라 김. (2007,10월 12일). [성공적 대학 생활] 미국의 ‘고3 병’. 중앙일보. https://news.koreadaily.com/2007/10/12/society/education/491855.html
5) "의대 갈래" 카이스트 자퇴생 3년 새 180명 달해. (2024, 10월 15일). 이코노미스트.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410150023
6) 이혜인. (2024, 9월 1일). "반수해 의대 가자"…작년 서울대 중도탈락생 17년새 최대.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0196851
7) 홍석호. (2023, 11월 23일). 대학생 30% “작년보다 취업 어려워”… 26% “신입채용 줄어”. 동아일보.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31122/122309930/1
8) 윤상진. (2024, 02월 09일). 졸업 미룬 대학생, 코로나 전보다 60% 늘었다.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4/02/09/WJHXUFB6PJE4ZKJ3XXSZ6MZ4Q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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