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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경민 ]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사람들은 자기랑 다르면 열등하다고 생각해. 그거야말로 진짜 열등감인 줄도 모르고.”

 

올해 10월 개봉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속 여자 주인공의 대사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자유롭고 당당한 성격을 가진 ‘재희’와 세상의 편견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흥수’의 우정과 청춘, 그리고 사랑을 그린 영화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주인공들의 행복과 미래를 응원했고 ‘내가 나인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위로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에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재희와 흥수가 받는 오해와 편견의 시선이 사실 내가 그동안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보며 느꼈던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도시의 사랑법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거부감을 느끼거나 쉽게 혐오를 드러내 버리는 집단의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뿐만 아니라 같이 영화를 관람했던 관객들도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함께 웃고 울었고 응원할 수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재희와 흥수를 영화에서처럼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저 일상 속 지나가는 한 사람으로만 접했더라도 그들을 바라보는 태도가 같았을까?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단순히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가까워져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접촉 가설- 긍정적인 접촉이 편견과 혐오를 이길 수 있다


 

이러한 외집단과의 접촉과 상호작용이 편견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심리학 가설이 있다. 바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성격심리학자인 고든 윌러드 올포트(Gordon Willard Allport)가 제시한 ‘접촉 가설(contact hypothesis)’이다. 

 

접촉 가설의 요지는 외집단과의 접촉이 그 집단 구성원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여 무지에서 오는 불안을 없애주고, 상호작용을 통해 친숙함과 공감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러한 접촉과 상호작용이 외집단과의 사회적 거리감을 좁히고 기존의 부정적인 태도와 편견을 변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수많은 연구를 통해 단순히 익숙하지 않은 외집단과 다른 인종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소수집단과의 접촉 또한 편견 및 혐오의 해소에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었다. 




꼭 직접적인 접촉이 아니더라도 효과가 있다


 

주목할 점은 접촉 가설에 관한 사회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외집단에 대한 접촉의 효과가 물리적인 직접적 접촉이 아닌 간접적인 접촉에서도 발휘된다는 것이다. 

 

간접적 접촉에는 크게 4가지의 유형이 있다. 

 

(1) 확대된 접촉 가설

- 나의 내집단 구성원이 특정한 외집단 구성원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집단 간 편견을 감소시킬 수 있다. 그러한 사실은 해당 외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수정하기 위한 근거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2) 대리적 접촉 가설

- 외집단 구성원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내집단의 구성원을 관찰하는 것이 외집단에 대한 새로운 지식 획득과 관계 개선에 필요한 사회적 행동의 배움에 도움을 준다. 


이는 확대된 접촉 가설을 사회 학습 이론의 원리와 결합한 것으로, 그러한 관찰을 통해 외집단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3) 의사사회적 접촉 가설

- 미디어 속 집단 간 긍정적인 접촉을 시청하는 것이 편견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디어는 특정 집단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형성할 수 있는 동시에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는 대중들의 외집단 정의에 교묘하고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특히 소수집단과의 직접적 접촉 기회가 제한되어 있을 때 그러한 집단에 속한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을 담은 미디어를 시청하는 것은 다수 집단의 편견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앞서 언급한 대도시의 사랑법을 관람하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그저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응원할 수 있었던 경험 또한 이러한 의사사회적 접촉 가설의 효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4) 상상된 접촉 가설 

- 외집단 구성원들과의 사회적 접촉에 대한 상상을 해보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특정 집단과의 긍정적인 접촉 경험을 상상하며 시뮬레이션해 볼 때, 해당 구성원들과의 성공적인 상호작용과 관련된 개념들이 활성화되며 불안감이 감소하고 공감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 상상된 접촉 가설의 요지이다. 




들여다보는 것의 힘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면, 예를 들어 인종주의, 동성애 혐오, 이슬람 급진주의, 무정부주의를 내려놓게 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들에게 실제로 보여줘야 한다.”

 

접촉의 힘을 강조한 저서 『혐오 없는 삶』의 저자 ‘바스티안 베르브너(Bastian Berbner)’의 말이다. 

 

물론 접촉 가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편견과 혐오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어떤 집단이나 특정 개인을 쉽게 단정 짓기 전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함부로 누군가를 틀렸다고 정의하고 혐오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음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참고문헌]

1) 강윤주. (2021.5.13.). "증오할수록 곁에 둬라" 혐오에 대항하는 '접촉'의 힘.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1309280004690?did=NA 

2) 류승아. (2017). 소수집단에 대한 접촉경험, 위협감, 편견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사회및성격, 31(4), 225-245.

3) 안선희. (2021.5.14.). 혐오 이기는 것은 논리 아닌 접촉이다.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95191.html

4) 추병완. (2011). 접촉 가설에 근거한 반편견 교수 방법. 한국윤리학회, 1(81), 239-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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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05 19: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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