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A
[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A ]
살면서 한 번쯤은 특별한 이유 없이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투가 나에게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과의 상호작용에서는 이유 모를 불편함이 느껴지곤 한다. 심지어 나조차도 이유를 모르는 채 상대방에 대한 거부감을 느낀다는 생각에, 미안한 감정까지 경험한다.
이때 머릿속에서는 “그 사람이 왜 이렇게 싫을까?”라는 질문이 맴돌지만, 그 답은 찾을 수 없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알고 보면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닌, "나"를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싫은 사람
프로이트가 설명하는 방어기제를 통해 이러한 감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방어기제란 인간이 자신의 자아가 겪는 갈등을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없을 때 심리적 상처를 막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속이거나 회피하는 사고와 행동을 말한다. 그중 투사(projection)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특성을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화가 나 있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자신에게 화를 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누군가를 이유 없이 싫어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적인 불안이나 결점을 타인의 문제로 여겨, 자신의 단점이 '투사'된 타인에게 반감을 가지는 것이다.
특히 인간은 자신의 결핍이나 불안과 유사한 특성을 지닌 사람을 마주할 때 투사를 경험하기 쉽다. 타인에게서 자신의 결점과 닮은 면을 발견할 때 불쾌감을 느끼게 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의 행동이나 성격에 실제로 문제가 없더라도 반감을 가지게 된다. 결국 상대방 자체보다는, 자신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면의 특성이 보이는 상대방을 싫어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이러한 감정은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싫어하는 이유를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이유 없이"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싫어하는 '나'
그렇다면 이러한 불쾌한 감정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자신의 무의식에 숨어 있는 결핍과 불안을 끄집어내, 마주해야 한다. 이때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나 특성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떠올려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유 없이 싫었던 상대방의 행동과 특성이, 자신이 싫어하는 자기 자신의 행동과 특성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아 성찰은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던 불쾌함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을 거친 후에는 자기 수용이 필수적이다. 내면의 결핍과 불안을 파악했다면, 이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무의식 속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부정적 감정들을 다독여 잠재우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임으로써 내면의 불만과 자신에 대한 미움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적인 불안과 결점을 인식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은 미움의 고리를 끊기 위한 첫걸음이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지만, 스스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를 싫어하는 것인가?
어쩌면 누군가를 싫어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자신의 결핍이나 불안으로 인한 것은 아닐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타인을 이유 없이 미워하는 것, 무의식에 남아 있는 부정적 감정을 방치하는 것 모두 결국에는 자신을 괴롭히는 일일 것이다. 타인에 대한 미움이 자신에 대한 미움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도 주변에 이유 모르게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어떤 면을 볼 때 불쾌감이 드는지 고심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알고 보면 상대방이 아닌, 자기 자신을 싫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홍유신. (2016). 마경(魔境)과 프로이드 자아방어기제의 상관성 연구. 불교문예연구, 6, 30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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