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한국심리학신문=조승현 ]
유난히 더운 여름이 지나고 공기가 서늘해지는 계절, 10월은 학생들에게 있어 중간고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필자 역시 얼마 전에 중간고사를 마무리했다. 학창 시절부터 끊임없이 수많은 시험을 준비하며 번아웃이 올 때도 있었다. 대입을 준비하던 고등학생 때는 학기 중에 번아웃의 낌새가 보이더라도 쉴 틈이 없었기에 다독임과 채찍질을 반복하며 겨우 학업을 이어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러나 이런 번아웃이 지속되면 하는 일을 계속하지 못할 정도로 지치게 될 수 있다. 시험이나 큰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 하얗게 불태운(burn out)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을까.
Burn out
우선 번아웃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번아웃 실태에 대해 알아보자.
번아웃 증후군은 어떤 일을 하는 도중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과 무기력감을 느끼며 과업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열심히 뛰면 ‘탈진’ 상태가 되는 것과 유사한 상태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이전에는 성인들에게서 주로 발생했지만, 학업과 대입에 대한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청소년까지 연령층이 내려왔다.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 적절한 대처 및 치료를 받기가 성인보다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항상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내는 청소년의 특성상 자신의 감정 상태를 자각하기 쉽지 않다. 또한 본인이 어려움을 느끼더라도, 주변의 시선이나 부모님의 반대 등으로 제대로 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성과와 결과,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들을 쉴 틈 없이 달리게 한다. 완벽주의, 남들과 비교하는 것, 성공에 대한 압박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좋은 결과는 내는 것만이 성공이라는 인식이 스스로를 옥죄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라는 주위의 시선이 학생들을 불안감과 초조함 속에 몰아넣는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이런 분위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여유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번아웃은 공식적인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으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라고 한다. 번아웃이 심해지면 우울증, 불안 장애, 수면 장애 및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겪게 될 수 있는 만큼 시기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면 좋다.
앞서 언급했듯, 반복되는 일상을 지내다 보면 스스로 번아웃이 온 건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길 수 있다. 적절한 대처를 위해서 우선 본인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 번아웃 증후군 주요 증상 리스트를 통해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아래 내용 중 4가지 이상이 해당할 경우 번아웃을 의심해 볼 수 있다.
(1) 맡은 일을 하거나 학업을 지속하는 데 소극적이고 냉소적이다.
(2)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쾌락을 좇는다.
(3) 최근 짜증, 불안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4) 업무나 학업 수행에 있어 무기력하고 싫증을 느낀다.
(5) 아침에 일어나 출근 혹은 등교할 생각을 하면 너무 우울하다.
(6)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생각만 해도 긴장된다.
(7) 일이나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완전히 지쳐있다고 느낀다.
(8) 업무나 학업에 대한 욕심과 관심이 크게 줄었다.
(9) 갑자기 어디론가 떠나고 싶거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진다.
(10) 만성적으로 감기, 소화불량, 두통 등의 질환에 시달린다.
번아웃은 주로 과로, 완벽주의적 성향, 타인과의 비교, 성공에 대한 압박 등이 주요인이다. 우선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쉬는 것이 가장 좋다. 학교나 직장에 있는 동안에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더라도, 휴식을 취할 때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의식적으로 이런 온전한 휴식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번아웃은 단순한 신체적 피로가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적인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적 휴식을 위한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 몸을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시간을 내기 어렵더라도, 일을 오래하기 위해서는 멀리 보고 꼭 휴식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성과를 내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고 꼭 휴식을 취하도록 하자.
마무리하며
뛰어난 내 모습과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점을 그곳에만 두면 언젠가는 번아웃이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정에서 얻는 끈기와 갈고닦아진 능력은 결과 단 하나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과정 속 노력과 쌓아 올린 능력을 가장 잘 알아줄 수 있는건 ‘나 자신’뿐이다. 너무 채찍질 하기보다는 하나 뿐인 나의 노력을 스스로 알아주자. 그리고 지쳤을 땐 쉬자. 쉬어도 괜찮다.
*참고 문헌
1) 이채원 기자,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청소년 번아웃 증후군' 증상과 해결 방법은?, 2019.05.29, 교육정책뉴스, https://www.edupo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881
2) 마음소풍, 청소년 우울증(무기력증), 청소년 자녀의 번아웃증후군, 21.10.20, 심리상담센터 마음소풍, https://www.maum-sopoong.or.kr/infor_story/27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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