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한국심리학신문=박소영 ]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구, 지인을 떠나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담 속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 느끼는 상실감, 비통함, 그리고 슬픔은 잠깐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평소 즐겼던 일들에 더 이상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그리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큰 상실감에 빠져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의 증상을 겪는데, 놀랍게도 이는 애도의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 Denial
부정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몸과 마음이 감당하기 힘든 소식에 방어하는, 일종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과정을 일컫는다 (Clarke, 2023). 돌아가신 분과의 인생과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내가 그 사람 없이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두려움에 빠질 수 있다. 현실 자각을 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면서도 복잡한 감정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것을 하나하나 되돌아보며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분노, Anger
분노는 현실을 깨우치며 겪는 감정이기도 하며 예민한 감정을 드러내기 어려워 대신 나타나는 표현이기도 하다. 지극히 정상적인 애도의 과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분노를 표출하며 감정을 표현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해 오히려 더 고립되고 외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Clarke, 2023).
협상, Bargaining
협상이란 너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을 되돌리기 위해 자신의 일부를 내놓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죽음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어떠한 것이든 하겠다는 약속과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같이 있다. 이처럼 협상은 애도하는 과정에서 아무 손을 쓸 수 없는 무력함에서 나오는 통제력에 대한 갈망과 같다. 그리고 자신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서 어떻게 하면 돌아가신 분과의 관계가 나아졌을 수 있을까 하는 후회의 모습도 있다 (Clarke, 2023).
우울, Depression
우울은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상황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며 느끼는 슬픔이다. 지금까지 느끼고 있던 감정들에 더 깊게 파고들며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 적어진다거나 말수가 적어지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과 같은 감정 해소 능력이 줄어들기도 한다 (Clarke, 2023; Sheikh, 2023).
수용, Acceptance
수용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더 이상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더 이상 부정하지 않고 위의 단계에서 보였던 아픔과 일상생활의 영향이 점점 완화되는 과정이다. 더 이상 힘겨운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리워하는 마음은 커도 그 상황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Clarke, 2023).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러한 과정을 하나하나 겪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구는 수용하는 단계를 먼저 보이다가, 어느 순간 우울증이나 분노를 느낄 수 있고, 누구는 부정을 오랜 시간 하다가 우울해지는 것과 같은 반응을 보이기도 하다. 흔히, 애도하는 시간에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고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애도가 지나치게 되면 정신 질환인 지속적 비애 장애, 또는 Prolonged grief disorder에 해당할 수 있다. 특히, 이 진단은 갑작스럽거나 흔하지 않은 죽음으로 인해 많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출산을 앞둔 산모가 갑작스러운 유산을 겪는다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하루아침에 예상치 못하게 돌아가시는 경우 등이 있다.
돌아가신 분을 대할 때, 문화적으로 다른 애도 과정과 주위의 시선 또한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장례 절차를 밟으며 신속히 진행되는 문화가 감사하기도 하면서 장례식에 챙겨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다 보니 감정적으로는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진 것 같다. 더 나아가,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의 삶에 있어서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는데, 이럴 때마다 감추게 되고 꾹꾹 눌러 담아지게 되는 감정으로 인해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러할 때마다, 위의 과정을 되돌아보고 나는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며 다른 사람과 최대한 이야기하며 이 어려운 순간을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참고문헌
1. Clarke, J. (2023). How the five stages of grief can help process a loss. VeryWell Mind. https://www.verywellmind.com/five-stages-of-grief-4175361
2. Sheikh, Z. (2023). Grieving and Stages of Grief. WebMD. https://www.webmd.com/balance/grieving-and-stages-of-g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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