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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는 ‘비운’의 천재 화가인가? - 고흐의 불행과 죽음의 원인 심리학적 분석
  • 기사등록 2024-11-19 13:5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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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채현 ]



빈센트 반 고흐 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흔히 그를 칭하는 문구 중 하나는 ‘비운의 천재 화가’ 이다.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하다가 후대에 가서 인정받은 화가라는 의미이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생전 그림이 팔린 것은 단 한 점에 불과할 정도로 성공한 화가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의 삶도 불행과 실패가 많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 인생에 걸쳐서 꾸었던 꿈들 등 실패를 거듭했다. 



고흐의 불행의 원인은 단순히 인정받지 못한 열등감인가?


하지만 필자 주목한 부분은 ‘인정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절망’이 그의 인생 전체를 불행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가난에 시달리는 불행한 화가였다고 떠올린다. 가난과 생전의 화가로서의 실패가 그의 고난했던 삶의 일부 이유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인생 전체 평가가 되는 것은 조금 지나치지 않느냐는 것이다. 


고흐와 그의 평생의 후원자이자 사랑하는 동생인 테오는 약 900여 통의 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 편지에는 고흐의 삶의 신념,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 그의 작품에 대한 생각과 의도 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의 예술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보면, 그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거나 열등감을 느끼는 것 같지 않다. 결국 그를 죽음으로 이끈 것도, 예술가로서의 실패라는 압박감, 열등감이라고 평가하기에는 그의 예술에 담긴 마음은 너무나 아름답다. 



고흐는 그의 현재 명성에 걸맞게 많은 대중매체에 등장한다. 그 중 하나로 영국의 드라마 <닥터후>에 ‘Vincent and the doctor’ 라는 에피소드에 고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흐에게 시간여행을 통해서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반 고흐 특별 전시회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결국 후대에 그의 작품이 인정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더구나 고흐가 자신의 미래에 대한 평가를 알았으니 절망 속에 자살하지 않았을 거라는 여주인공의 대사는 우리가 고흐를 바라보는 시혜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인생의 막바지에 시작된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의 절망이 과연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했기 때문일까? 그의 자살이라는 안타까운 선택의 이유를 지나치게 단면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보면 고흐는 그가 자살하기 전 인생의 막바지 즈음에는 조금씩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989년 9월에 별이 빛나는 밤에와 붓꽃 두 점이 파리 앵데팡당 살롱전에 전시되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즈음 고흐의 작품은 동료화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며 테오의 집은 물론 탕기 영감의 미술용품 가게에도 전시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2-1890), <붉은 포도밭>, 1888, 75cm x 93cm, 캔버스에 유화


1990년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팔렸다고 전해지는 ‘붉은 포도밭’ 또한 그가 자살한 해에 팔렸다. 그리고 1990년 7월에 그는 자살을 선택했다. 결국 그의 죽음은 훨씬 더 복잡한 이유, 그의 깊어진 병과 광기로 비롯되어 이루어졌다. 고흐는 이명, 간질, 우울증 등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의 마음과 정신을 병들게 만들었다. 어쩌면 화가로 인정받느냐 못하느냐는 그의 절망에서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2-1890),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한 자화상>, 1889년 1월, 51cm x 45cm, 캔버스에 유화


고흐의 정신병에 대한 총제적인 조망의 필요


그의 정신병에 대한 고통은 고흐 본인의 자화상과 인생의 사건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동거하던 동료 화가 고갱이 심한 말다툼 끝에 결국 떠나버리자, 고흐는 자신의 슬픔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오른쪽 귀를 면도칼로 잘랐고,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때 그린 자화상은 귀를 자른 고흐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당시 고흐의 귀를 자른 행위는 심각한 우울증, 정신분열, 피해망상을 겪었음을 보여준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동이나 증상도 꿈에서 발현하는 것처럼 숨은 낮은 잔재와 무의식적 동기로 분석 가능하다고 하였다. 고흐의 귀를 자른 행위는 거의 자학적, 자기처벌적인 성격으로 내면의 처벌적 초자아(superego)가 스스로 귀를 자르게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가게 한 원인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심각한 정신병에 시달리던 환자의 일생 속에서 분석해봐야 하는 것이다. 


심리학의 정신 감정, 상담에서도 이런 점이 중요하다. 자살은 인간의 인생에 있어 가장 슬픈 결과인 만큼 심리학에서 자살은 큰 문제점이고 해결을 위해 연구와 노력을 거듭하는 주제이다. 고흐처럼 단순히 우리의 느낌과 판단 아래 ‘화가’라는 프레임을 바탕으로 해결책과 문제점을 찾기보다는 그의 전체적인 인생, 가치관과 고민 등 여러 방면에서 총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고흐도 마찬가지로 그의 안타까운 결말의 이유를 단순히 그저 화가로서의 인정으로만 보기에는 그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의 화가로서의 이미지, 상상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바라보는 것이 고흐라는 인간과 그의 작품 세계에 보다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참고문헌

1) 강수경. 2017. 미술치료적 관점에서 본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신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부산.

2) 신성림. 2017.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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