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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재현 ]


필자는 어릴 때부터 저체중이었고, 현재까지도 BMI 수치가 약 16으로 매우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간혹 처음 만난 사람들로부터 “너무 마르셔서 이러다가 거식증이나 영양실조 생기시겠어요.”,  “너무 마르셔서 더 많이 드셔야겠어요.”라는 무례한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또래 친구들은 저에게 “말라서 좋겠다.”, “마르니까 아무 옷이나 입어도 예쁘겠다.”며 칭찬을 하곤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왜 사람들은 마른 체형을 칭찬으로 여길까? 하는 의문이 든다.




거식증(Anorexia Nervosa)의 정의


거식증과 폭식증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식이 장애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개인적으로 영화 <투 더 본>을 보고, 거식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꾸었다. 우리는 흔히 우울증, 수면장애, 식이 장애, 그리고 중독 증상을 겪는 사람들을 그저 의지력 부족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영화 <투 더 본>을 통해 거식증은 단순히 음식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거식증의 의학적 정식 명칭은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다. 거식증 환자들은 체중에 대한 극심한 집착을 보이며, 자신의 신체를 왜곡하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체중 감소를 위해 음식 섭취를 거부하거나 과도한 운동, 억지 구토 등의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행동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갑상선기능 저하, 탈모, 장기 손상 등의 신체적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로아나(Pro-ana)의 정의


‘다이어트 자극 짤’과 같은 사진이나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서 자주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단순히 동기 부여용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일부 10대들은 이러한 ‘다이어트 자극 짤’을 보며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의 마른 상태)’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잘못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예를 들면, 한 초등학생은 자신이 동경하는 아이돌처럼 보이기 위해 식사에서 밥 두 숟가락과 적은 양의 샐러드, 닭가슴살만 먹고 있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들은 나아가 거식증에서 나타나는 체형을 동경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행동을 ‘프로아나’라고 부른다. 프로아나는 지지한다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나타내는 ‘아나(Anorexia)’가 합쳐져 생긴 단어이다. 프로아나는 대개 거식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매년 거식증으로 인해 치료받는 여성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체중에 대한 집착과 비만, 체중 감량을 둘러싼 사회적 압박은 식이 조절뿐만 아니라 비만 치료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만치료제


최근 중독과 관련된 수업에서 교수님은 필자를 비롯한 학생들에게 “위고비나 오젬픽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비만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 아이디어 일까?”라는 질문을 주셨다. 오젬픽은 본래 당뇨병 치료제의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로, 체내 소화 속도를 낮추어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최근 일론 머스크와 킴 카다시안이 위고비를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교수님의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의견은 바로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과 역효과였다. 모든 약물은 어느 정도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복용할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있었다. 또한, 비만 치료제를 복용하다가 중단하게 되면 식욕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일명 "요요 현상"이나 다른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위고비와 오젬픽의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위고비와 오젬픽의 주요 약물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하고, 사망하거나 심한 복부 질환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비만 치료제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왜 사람들은 날씬한 몸매에 집착하는 가?


사람들이 날씬한 몸매의 집착 원인은 바로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사 시대의 미인상으로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를 떠올릴 수 있다. 당시에는 통통한 체형이 자손 생산과 연관되어 미적 기준이 되었고, 모든 여성이 그런 몸매를 가지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는 소셜미디어(SNS)와 매체에 나오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날씬한 몸매가 강조되며, 그것이 미의 기준이 되었다.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셜미디어 사용이 신체 불만족과 마른 몸매 선호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발견하였다. 또한 이러한 영향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더 크게 나타났다. 2013년 신체 비교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마른 체형의 여성을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으며, 자신의 신체를 그들의 신체와 비교했을 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오래전부터 체형 이론(somatotype theory)처럼 체형을 통해 성격이나 개인의 특성을 판단하는 고정관념 때문에 사람들은 날씬한 체형을 더 선호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뚱뚱한 사람은 화가 많고, 게으른 사람일 것이다.’라는 부정적인 편견이 있는 반면, ‘마른 사람은 온순하며, 성실한 사람일 것이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고정관념이 마른 몸매에 대한 집착을 더욱 강화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사람들이 신체에 대해 추구하는 미(일명: 추구미)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건강을 우선시 하면서 신체적 목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마른 몸을 추구하더라도 영양가 있는 식단과 건강 상태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패션 근육’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건강한 근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모습을 위해 근육을 만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SNS에 자신의 건강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바디 프로필을 찍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과도한 운동과 극단적인 식이 조절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거식증이나 건강 악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처럼 한 번 손상된 몸을 원래대로 회복하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고통과 비용이 들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건강한 내면과 신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신체적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어떨까?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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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13 15:15:29
  • 수정 2024-11-13 16: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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