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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정혜린 ]



“내일 저녁 모임에 나올 수 있어?”

“내일 나 조별 과제가 있어.”

 

“내일 시험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 했어. 눈앞이 캄캄해.”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완곡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완곡 표현은 상대에게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다른 표현을 이용해 말하거나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돌려 말한다고 한다. 상처받을 수 있는 말을 돌려 말함으로써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다. 반대로 완곡 표현을 사용한 대화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솔직하지 못하고, 숨겨진 뜻을 추측해야 하는 점이 오히려 어려움을 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잘못 추측한다면 오해가 쌓여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 



완곡 표현이란?


완곡 표현은 사람들의 감정으로부터 비롯되어 발전해 왔다. 그중 하나는 공포감이다. ‘죽음, 사고, 살인, 재해’와 같은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공포감을 느낀다. 대화할 때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고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기 위해 완곡 표현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죽는다’ 대신 ‘돌아가신다’나 ‘세상을 떠난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돌려 말하며 죽음의 불쾌감과 공포감을 숨길 수 있다. 반려동물이 죽는 것은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라고 한다. 이것은 반려동물이 좋은 곳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행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반영한 표현이다.



수치심이란 감정도 완곡 표현의 발달에 영향을 주었다. 수치심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동반하며 나타난다. 불명예스러운 일이 있거나, 자신이 무시되는 상황에 쳐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진다. 학생이 숙제를 안 해서 부모님이 “너 왜 숙제 안 했어?”라고 물었다. 학생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때 부모님이 학생이 도리를 다하지 못한 일을 콕 집어 말하면서 직설적으로 물었기 때문에 학생은 수치심을 느낄 것이다. 때로는 직설적으로 말해야 한다. 수정 사항을 알려주거나, 잘못을 혼낼 때는 돌려 말하는 것은 오히려 방해된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 엄청난 불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완곡 표현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완곡 표현은 주로 일상어를 사용하여 친근감을 주거나 반대로 전문 용어와 한자어를 이용해서 원래의 뜻을 직관적으로 느끼지 않게 한다. 내기하던 상황에서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라고 말하면, 실제로 두 손과 두 발을 모두 들어 올렸다는 것이 아니라 패배를 인정한다는 의사를 전한 것이다. ‘패배’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단어가 아니라 일상적인 단어인 ‘손’과 ‘발’을 이용함으로써 가벼운 느낌을 준다. 저승과 이승을 아우르는 말인 유명(幽明)이라는 한자어를 이용해서 ‘유명을 달리했다’라고 죽음을 알리기도 한다. 



완곡 표현에 대한 반응


완곡 표현을 사용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게 대화할 수 있지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고 의사 전달을 명확히 하는 대화를 선호하기도 한다. 실제로 사람들은 완곡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선호할까? 채춘옥의 연구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거의 절반에 달하는 비율의 사람들(48.3%)이 친하지 않은 윗사람에게 완곡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완곡 표현은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대화에 예를 갖추고 배려하기 위해 사용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77.5%의 응답자들은 완곡 표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완곡 표현을 사용하는 상대가 자신을 배려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예의 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직접 표현이 솔직하다고 느끼고, 소수의 사람은 소심한 이들이 완곡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제시했다. 솔직한 직접 표현을 원하는 사람들은 완곡 표현의 사용이 상대와의 거리감을 유발하는 요인이라고 느낄 수 있다. 같은 표현법이라도 배려로 작용할 수도, 심리적 거리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완곡 표현은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표현 대신 살짝 더 희망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화할 때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완곡 표현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완곡 표현이 대화 속에서 언제나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한 상황도 있고, 오해를 만들지 않을 수 있다. 세상에는 좋기만 한 것은 없다. 말하기도 마찬가지다. 완곡 표현을 상대와의 관계, 상황의 적절성, 그리고 서로의 대화 스타일에 따라 알맞게 사용하면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다.




참고문헌

1) 채춘옥. (2014). 완곡 표현의 심리적 기제에 관한 재고찰. 서강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서강인문논총

2)김보라. (2022). 우리말샘에 나타난 완곡 표현 연구 -관용구를 중심으로-. Journal of Korean Culture 59: 한국어문학국제학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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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13 16: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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