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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나윤 ]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괜찮아! 별거 아니야! 힘내!


모두 힘을 북돋는 긍정적인 말들이다. 좌절과 고난을 겪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흔히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는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처럼 여겨져 왔다.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눈앞에 놓인 문제도 마음을 고쳐먹으면 금세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극단적 긍정이 남기는 것

 

그러나 조건 없는 긍정 파워는 과연 만병통치약일까? 극단적인 낙관은 죄책감, 수치심, 실제 감정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긍정적인 사고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눈앞의 문제를 인식하려 들지 않거나(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현재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억제하는 (나는 지금 우울하지 않아. 나는 극복할 수 있어.)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통을 인정하라

 


긍정적인 사고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삶의 여러 어려움 앞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역설적으로, 고난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인정하는 태도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힘들어도 괜찮다. 이게 인생이다’ 상실, 아픔, 고통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희망과 의미에 삶의 중심을 두는 태도, 비관적 낙관주의다.

 



비관적 낙관주의로 바라보는 삶의 의미

 

비관적 낙관주의는 나치 홀로코스트 학살 생존자인 유대인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이 제시한 개념이다. 그는 1905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빈 의과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후 정신병원에서 일하던 그는 1942년 가족과 함께 그의 아버지가 사망한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2년 후 그는 아우슈비츠로 끌려갔고, 어머니는 그곳에서 사망했으며, 그의 아내는 베르겐-벨센 강제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불합리와 좌절, 고통, 상실이 끝없이 이어진 삶이다. 그럼에도 그는 홀로코스트 지옥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아 생존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의미 탐색’, ‘죽음의 수용소에서’ 와 같은 책을 출간하며 삶의 근본적인 동기를 탐구했다. 

 빅토르 프랑클의 모습, 출처: 모닝선데이

그는 인간 삶의 동기는 존재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관점에 의하면 고통과 고난과 같은 어려움에도 압도되거나 좌절하지 않고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 즉 이 어려움이 도전과 배움을 준다는 마음가짐을 지니면 된다. 그는 ‘인간은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고 말한다. 나에게 시련을 준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더라도, 이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는 내 손에 달린 것이며, 주어진 고통에서 의미를 발견한다면 고난은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된다. 

 

이는 인지적 정서 조절 전략에서 적응적 전략 중 전략적 긍정적 재평가에 해당하는 태도로 볼 수 있다. 인지적 정서 조절 전략이란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부정적인 정서를 다루기 위한 의식적이고 인지적인 정서 조절 전략이다. 긍정적 재평가는 사건의 긍정적 측면이나 의미를 찾도록 촉진하는 전략이다. 부정적인 사건 자체를 회피하기보다는, 사건을 인정하고 이 속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찾는 것이다.

 



고통을 바라보는 방법

 

비관적 낙관주의는 ‘마음가짐에 따라 고통이 사라지는’ 허상 같은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비관적 낙관주의의 관점에서 고통은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찾느냐에 따라 우리는 고통 속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비관적인 시선에서 발견한 희망

 

 

그러니 고난이 닥쳐온다면 받아들이자. 부정적 감정을 ‘비정상적 상태’, ‘고쳐야 할 상태’, ‘빨리 벗어나야 할 상태’라고 생각하고 억지로 피하거나 무시하지 말자. 대신 이는 자연스러운 상태이고, 누구에게나 발생하며 언젠가는 지나갈 상태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자. 


인정하되, 압도당하지 말 것. 비관적 낙관주의의 희망적 메시지이다.




*참고문헌

1). '비극적 낙관주의'가 '해로운 긍정성'보다 낫다 . (2021). https://www.bbc.com/korean/features-56411012.

2). 강현주. (2017). 대학 생활 스트레스와 우울 및 불안의 관계: 인지적 정서조절 전략과 경험적 회피의 매개효과(석사). 부산대학교 심리학과, n.p..

3). 삶의 의미를 찾아서 –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 . (2022).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8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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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1-14 16: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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