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심리학신문=김정은 ]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은 인류 역사와 함께 걸어온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경험을 단순히 슬픔, 우울함 등의 감정이 아닌 아픔, 고통스러움 등의 통증으로 묘사할 만큼 모두에게 이별의 충격은 공평한 듯 하다.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마주한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며 매우 좁은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여기서 떠나버린 상대, 끝나버린 관계, 지나간 시간을 다시 되돌리려 하는 행동이 비롯된다. 이런 자연스러운 본능을 놓치지 않고 잘 이용하는 심리학 이론이 존재한다. 대중매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재회심리학”이 바로 그것이다.
재회심리학
재회심리학이라는 단어만 보자면 꽤나 전문성이 있어 보일지도 모른다. 학문이라는 단어는 신뢰를 주고, 사랑했던 전 연인과의 재회를 이루어줄 것만 같은 뉘앙스는 마치 멋진 로맨스 영화 한 편을 상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사실 심리학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인간 본성과 유사과학을 접목하여 만든 상품에 가깝다. 재회상담업체에서 주장하는 대표적인 재회심리학 이론으로 “프레임 이론”이 있다.
프레임 이론
프레임 이론은 실제로 존재하는 이론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돠고 있으며 심리학과 상담의 분야에서도 적용되는 이론이다. 그렇다면 재회심리학이 정말 존재하는 것이 아니냐고?
먼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책으로 유명한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보자.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말로 내뱉을 때면 대상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개인의 생각이기에 당연히 참인지 거짓인지 모를 생각을 개인은 참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거짓인 사실도 참으로 착각하여 생각한다니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프레임은 곧 개개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자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등을 형성할 뿐이므로 프레임이 객관적 사실로서 참인지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프레임은 우리의 삶에 깊숙이 침투한다. 생각, 판단, 행동, 감정 대부분의 것들은 각자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프레임을 한 번 통과하여 받아들여진다. 이것이 바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이다.
그렇다면 재회심리학에서 흔히 말하는 프레임 이론은 무엇일까? 재회심리학에서는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상대에게 받아들여질 나의 모습, 매력으로 정의한다. 조지 레이코프의 이론에서 프레임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면 재회심리학에서는 반대로 나를 바라볼 세상 혹은 상대의 시각인 것이다.
따라서 재회심리학에서는 프레임을 잘 유지해야만 재회가 가능하다는 이론을 펼친다. 여기서 비롯된 단어가 바로 "고프레임", "저프레임"이라는 단어다. 고프레임을 유지하면 상대와의 재회가 쉬워지고 반대로 저프레임을 유지하면 상대와의 재회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고자세", "저자세"라는 단어와 일맥상통 하는데, 즉 상대와의 재회를 위해서는 고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자세, 고프레임은 매력을 끌어올리며 저자세와 저프레임은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프레임 이론을 실제상황에 적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만약 당신이 헤어진 연인과 재회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 번 매달린 전적이 있다면 당신은 현재 저프레임 상태에 해당한다. 상대에게 보여질 당신을 고프레임으로 끌어올리려면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고자세로 연락을 안 하는 등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 그러면 상대는 평소 저프레임이었던 당신의 모습과 고프레임인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여 매력을 느끼게 되고, 이는 재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재회심리학의 프레임이론은 재회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솔깃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심리학적으로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고, 실제로 위의 방법으로 재회를 성공한 사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회심리학의 프레임 이론은 여러 이유로 설득력 있다고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헤어진 애인과 재회를 원하고 있는 한 여성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이별한 모든 여성들의 심리가 될 수 있을까? 이는 한 여성 개인의 것일 뿐, 이별한 모든 여성들의 심리가 될 수는 없다. 이별한 여성 중에는 수 많은 각자의 상황과 감정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몇몇 개인의 사례로 한 집단의 심리를 추정한다면 그 추정치는 잘못된 곳을 가리킬 확률이 매우 높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처럼 오로지 개인의 촉각에만 의존하여 코끼리를 묘사하다 보니 잘못된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이다.
유혹하는 심리학
재회심리학에서 비롯된 프레임 이론은 대중매체 등을 통해 여러 사람의 의견이 섞여 전문적인 학문 또는 이론처럼 번진 하나의 유행에 가깝다. MBTI나 애착유형검사 등을 과신하는 것과도 비슷해보인다. 심리학은 그 범위가 매우 방대하고 다수의 개인이 느끼는 심리의 근저를 연구하는 학문의 특성상 말로 쉽게 표현되거나 가시화 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심리학은 다른 학문들보다 일반인들에게 진입장벽이 낮은 학문이라는 양면적인 특징을 가진다. 주관적 사실을 객관적 사실인냥 포장해서 주장하더라도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고가의 상담료를 투자할 만큼의 매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심리학을 사람의 심리를 단번에 알아맞힐 것이라는 오해도 한 몫한다. 실제로 많은 심리학자들은 터무니 없이 단순화된 생각과 편협한 시각 등을 배척하려 한다. 또한 과학으로 정신을 연구하려는 노력, 회의적 태도로 계속해서 물음을 던지는 등의 태도로 심리학에 대한 왜곡과 오용을 멈추려 하는 추세다.
재회하는 방법을 원하셨나요?
아쉽게도 재회하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떠나가 버린 사람을 되돌아오게 하는 방법이라던지 이미 끝나버린 관계를 다시 지속하는 방법은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죽은 사람을 살리는 방법과 같다.
재회를 마치 완주해야 할 마라톤의 결승선처럼 어렵게 생각하는 것보다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보는 것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당신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함께 쌓아온 아름다운 추억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금 고백하는 쑥스러운 당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면 재회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아주 조금은 홀가분해질 수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1) S.릴리언펠드 외, 『유혹하는 심리학』, 문희경 외, 타임북스, 2010
2) S.브라이어스, 『엉터리 심리학』, 구계원, 동양북스, 2014
3) D.G. 마이어스, 『심리학개론』, 신현정 외, 시그마프레스, 2010
4) C.프리스,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장호연, 동녘사이언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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