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원
[한국심리학신문=이주원 ]
픽사베이 이미지
불안정 애착,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불안정 애착인 사람이 안정 애착인 사람과 장기간 관계를 맺으면 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불안정 애착을 가진 이가 안정 애착을 지닌 이와 연애하면 안정 애착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통념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만남의 기회를 위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 또, 기회를 만나는 것만으로 애착이 자동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애착은 안정적인 속성으로, 우리의 사고와 감정, 행동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변화를 이루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일까?
정신화, 불안정 애착을 변화시키는 단서
정신화가 바로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정신화는 자신의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애착은 세상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내적 작동 체계를 갖게 한다. 예를 들어, 불안정 애착은 어린 시절 부모와 맺은 부정적인 관계 경험에 따라 부정적인 자기상-타인상으로 세상을 지각할 수 있다. 이때 정신화 능력은 불안정 애착 유형에 따라 세상을 왜곡하여 지각하는 방식을 보완할 수 있다.
정신화가 결여된 상태는 심리적 등가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심리적 등가성은 자신의 감정과 실재하는 상황을 달리 보는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으로만 한 가지 경우로 해석하게 되어 복잡한 감정과 관계 맥락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애인이 짜증을 내면 이를 즉각적으로 '나를 싫어해서'라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처럼 상대방의 짧은 말이나 작은 행동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을 때, 정신화 능력은 도움이 된다. ‘이건 내가 가진 애착 패턴이 만들어내는 반응일 수 있다.’라는 여지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보다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관계에서 불필요하거나 극적인 갈등을 피할 수도 있다. 또한 감정을 직접 말하기 어려울 때 "이럴 때 나는 이렇게 느끼곤 해."라고 설명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나의 반응을 이해시키고, 상호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정신화와 메타인지
정신화 능력은 관계에 대한 메타 인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신화를 통해서 자신의 애착 유형에 따라 반사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된다. 불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관계에서 작은 일에도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과도하게 상대방의 의도를 의심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애인이 답장을 늦게 하면 곧바로 "나를 싫어하게 되었나?"라는 생각을 하며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정신화 능력은 이러한 순간에 즉각적인 반응 대신 잠시 멈추고 자신의 감정이 어떤 맥락에서 비롯된 것인지 파악할 수 있는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반응이 그동안의 경험이 만들어낸 자동적인 반응일 수 있다는 한 가지 가능성을 인식하면, 그 감정과 조금 거리를 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그 결과 관계에서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단순히 감정을 나누는 것을 넘어, 존중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정신화에 따른 상호주관성의 발달
정신화를 통해 만나는 관계는 서로 간의 영향을 인식하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공감의 기초를 마련해준다. 이는 결국 상호주관성의 발달을 의미하며, 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자신뿐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과 반응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상호주관성은 관계를 타인의 반응에 영향을 받는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여기는 일방의 전달을 초월하여, 자신의 반응이 타인과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양방의 소통으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정교한 정신화 능력은 두 사람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안정된 애착 형성으로 나아가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애착과 정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며...
애착은 관계에서 우리의 감정 반응과 행동 패턴을 형성하며, 이는 무의식적으로 지속되기 쉽다. 정신화는 이러한 패턴을 자각하고 조절하게 해줘서 관계 속에서 신뢰와 공감을 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정신화는 애착 유형에 따라 관계 맺는 방식을 보완하고 도울 수 있다. 변화하기 어려운 구조인 애착에 대하여 정신화는 그러한 구조 안에서 더 나은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정신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이러한 개념을 접한 경험이 자기 이해를 위한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참고문헌
존 볼비. (2019). 애착(인간애착행동에 대한 과학적 탐구). 출판지:연암서가.
지난 기사보기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