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진짜 나를 알면 너도 날 싫어하게 될 거야" - 경계성 인간 ➀ - 상처적 체질, '경계성 인간'의 특징 - '경계성 인간'의 복잡한 심리, 인지적 특성
  • 기사등록 2024-11-27 00:30:00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PIXABAY


   《 경계성 인간(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지칭함)의 특징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이 강하다

대인관계가 극단적이고 불안정하다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감정이 바뀐다

분노 조절, 감정 조절을 잘 못한다

자살 기도와 자해 행위를 반복한다

자기가 손해 보는 행위에 탐닉한다

마음에 끊임없이 공허감을 품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일시적으로 기억이 사라지거나 정신병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기분이 너무 좋거나 너무 나쁘거나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특징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변화가 극심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기분, 대인관계, 행동, 그리고 정체성마저 짧은 시간 안에 요동치며,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반복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있어 지장이 생길뿐더러, 스스로도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경계성 인간’은 종잡을 수 없는 존재로,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다. 이들은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도 갑자기, 사소한 일로 기분이 나빠지곤 한다. 어느 순간 심각하게 침울해지기도 하며, 때로는 격렬하게 분노를 표출한다. 작은 말실수가 발단이 되어 가출, 심한 경우 자해, 혹은 자살 기도까지 한다. 가벼운 농담에도 깊게 상처받으며 과잉 반응한다. 

 

그러한 일들이 수차례 반복되다 보면, 아무리 이들을 사랑하는 연인이나 친구, 가족일지라도 ‘경계성 인간’을 보듬으며 함께 일상을 견디어 내는 것이 버거워진다. 언제 터질지 몰라 상대의 안색만을 살피며 살아가게 된다. 하고픈 말이나 불만이 있어도 괜히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큰 소동을 벌어지는 것 자체가 무섭기에 꾹 참는다. 이렇듯 ‘경계성 인간’은 본인에게 심리적으로 주변인을 조종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더라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잦다. 




 


PIXABAY

 

경계성 인격장애’는 이를 가진 사람들의 극단적인 정서 변화와 불안정한 대인관계를 통해 그들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낸다. 이러한 특성은 그들이 겪는 인지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총 3부작으로서 구성되며, 단순히 그들의 ‘특징’이나 ‘진단 기준’이 아닌 ‘인지적 특성’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부터 해당 특성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해 보도록 하자.





규칙이 없는 상황이 힘들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인지 특성 중 하나는, 확실히 구조화된 상황에서는 아무런 문제 없이 대처가 가능하지만 그 구조가 모호한 상황에서는 당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규칙이나 목적이 명확하다면 그에 따라 생활할 경우 문제가 일어나지 않지만, 세부적인 규칙 혹은 정해진 일과 없이 즉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경우에는 오히려 정서가 불안해지는 식이다. 인간관계가 부담스럽고 상대방의 대응이 거슬리고 불만스럽다 못해 분노가 차오르고, 결과적으로 행동 및 감정 조절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히 질문에 대답만 하는 경우라면 큰 문제는 생기지 않지만, 떠오르는 것을 내키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면 이미 때는 늦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미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탈선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의 이러한 특징은 ‘로르샤흐 테스트(Rorschach test)라는 투영 검사로 인해 일찍이 알려진 사실이다. 





타자와의 경계가 모호하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과 ‘타자’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시점과 타자의 시점을 혼동하기 쉽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은 상대도 좋아할 게 틀림없다, 반대로 본인이 싫어하는 것은 상대도 싫어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상대가 다른 존재이고 감정 역시 별개라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어느샌가 혼동하게 되는데, 스스로는 이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미국의 정신 분석가이자 정신 의학자인 오토 컨버그(Otto F. Kernberg)가 대상과의 관계 성숙도에 따라 분류한 세 단계 중 ‘경계성 인격 구조’란, ‘자신과 대상의 구분은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나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계성 인격 구조’를 보이는 대표적인 상태를 우리는 경계성 인격장애 또는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자기 자신과 타자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확실하게 구조화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과 친밀하고 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상대와의 경계가 사라져버리는 이러한 경향은,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어리광을 부릴 수 있는 부모나 연인을 대할 때 특히 강하게 드러나곤 한다. 자기 자신과 대상을 구분하고 있는 듯하면서도 혼동하기 때문에, 종종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주로 일어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대체 행위’로, 이는 실제 문제가 아닌 직면한 괴로움이나 상대의 과실 쪽으로 문제를 전가해 버린 뒤, 정작 중요한 문제를 회피해 버리는 것이다. 또 다른 주요한 문제는 ‘스스로의 기준으로만 상대를 본다는 것’이다. 이는 본인 주변의 문제 외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대인관계나 부모-자식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호불호를 드러내기 때문에, 주변인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반면, 오히려 상대의 기분에 휩쓸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렇듯 상대의 감정에 쉽게 전염되기도 하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상대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 거라 착각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본인과 상대방의 감정을 혼동하는 것이다. 자신이 소외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면 상대가 자신을 깔보거나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스로가 느끼는 두려움이 주변 사람에게 투영되어 상대를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있을 곳이 없다

 

 

‘나’와 타자의 경계가 희미해져 문제를 혼동하기 쉽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타인에게 영향받는 것이 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의 정체성 역시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이러한 심리 상태가 더해지면 일상적으로 심한 압박감을 받는다. 스스로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치 있을 곳이 없다고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기본적 안정감의 결핍이란 대인관계의 불안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나약한 자아는 자신과 타자를 분리하는 ‘최초의 단계’, 즉 양육자(대개의 경우 어머니)와의 심리적 분리 단계에서 좌절했던 경험이 많다. 편안한 마음으로 양육자의 품을 떠날 수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독립된 존재로 확립하는 과정에서 불안감과 두려움이 앞서게 된 것이다. 또한 상대방과 본인을 혼동한다는 뜻은 타자가 계속해서 자아에 개입하여 안정성 및 주체성을 위협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항상 주위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불안함, 초조함이라는 정서를 떨쳐낼 수가 없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것 역시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일상적으로 위화감을 느껴 편하게 지내지 못하며,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한다.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공격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대상관계(대상과의 관계 방식) 이론에 따르면, 아이는 이유기 무렵부터 ‘양육자가 하나의 독립된 존재이며, 자신의 욕구를 항상 완벽하게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점차 이해하게 된다. 더불어서 아이는 양육자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던, 그렇지 않든 간에 모두 같은 ‘양육자’라는 것을 알게 되며, 둘 다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그 이후에는 본인의 상황 및 환경, 욕구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 등에도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포함한 대상과의 종합적인 관계 방식을 일컬어 클라인은 ‘전체 대상관계’라 명명했다.

 

전체 대상관계의 발달과 함께 아이들에게선 전에는 보지 못했던 상태가 나타나게 된다. 양육자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거나 혼이 날 경우에 울음을 터뜨리거나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느끼며 침울해지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이처럼 잘못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침울해지는 마음의 상태를 ‘억울 포지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에는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억지로 ‘강한 척’을 하며 이러한 고통을 제거하려는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기서 강한 척이라는 일종의 회피를 통해 본인을 보호하려는 메커니즘을 ‘조적(躁的) 방어’라고 한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은 우울해지는 것을 막으려고 종종 ‘조적 방어’를 하는 경향이 있다. 대개 보이는 마음에도 없는 잘난 체, 혹은 건방진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만약 조적 방어가 깨지게 된다면, 이들은 급격하게 나약해지고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나, 깊은 우울에 빠져버리게 된다. 




- 2부에서 계속 -     



참고문헌

1) 오카다 다카시. (2018). 나만 바라봐. 동양북스





지난 기사보기

쾌락의 시대 : 도파민과 삶의 균형을 찾아서 ➀

쾌락의 시대 : 도파민과 삶의 균형을 찾아서 ➁

“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칭찬의 덫에 걸린 인정 중독자 ➀

“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칭찬의 덫에 걸린 인정 중독자 ➁

"사랑이란 반드시 한 사람과 하는 거라면서 나를 욕하겠지" - 다중 연애형 ➀

“난 두 사람 중 한 사람도 곁에서 보낼 수 없는데” - 다중 연애형 ➁

“사랑함 안 되는걸 너무 잘 알면서 둘 중 누구도 보낼 수가 없어” - 다중 연애형 ➂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9386
  • 기사등록 2024-11-27 00:30:00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