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한국심리학신문=윤재현 ]
신성 로마 제국의 카롤루스 대제는 “두 번째 언어를 가지는 것은 두 개의 영혼을 갖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이 외국어를 사용할 때 다른 목소리 톤이나 행동 변화 등을 느낀다. 예를 들어, 재미교포 출신 연예인이 모국어를 할 때랑 한국어를 할 때 사고방식, 행동, 말투, 그리고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언어의 능숙도때문에 우리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진들은 다른 언어적 배경 환경이 다른 사고방식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방식의 연결성
대표적으로 사피어 워프 가설(Sapir-Whorf hypothesis)은 언어가 다른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특정 언어와 문법 구조에 따라 특정 사물이나 특징이 강조되며, 이는 개인이 사회와 세계를 해석하고 사고하는 방식에 변화를 준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영어와 스페인어는 문장 구조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꽃병이 깨지는 사고 상황을 동시에 목격했을 때, 영어 사용자들은 “그가 꽃병을 깨뜨렸다”라고 말하며 누가 상황을 만들었는 지 언급하는 반면, 스페인어 사용자들은“꽃병이 깨졌어”라고 언급하며 사고의 고의성을 중점으로 말한다. 과학자 리라 브로딧츠키에 따르면, 이런 두 다른 언어 사용 차이로 인해 영어 사용자들은 사고 목격 후 사고를 만든 주체에 대해 더 잘 기억할 것이고, 스페인어 사용자들은 사고 목격 후 사고 자체를 더 잘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녀는 또한 호주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쿠크 쎄이요르 부족을 연구하였다. 그들은 특이하게 모든 언어를 방향(동,서,남,북)으로 말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안녕! 잘지내?”를 “어디로 가니? 나는 북북동쪽 저 멀리로 가는 중이야.”라고 말하는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독특한 언어 방식 때문에 쿠크 쎄이요르 부족들은 다른 민족들보다 뛰어난 방향 감각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연구에서는 영어권 사용자, 쿠크 쎄이요르 부족, 그리고 아랍어 사용자들에게 시간 순서대로 사진을 배열하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영어권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글을 쓰는 방향인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사진을 나열하였고, 아랍권 사용자들은 영어권 사용자들과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열하였다. 이와 비슷하게, 쿠크 쎄이요르 부족은 사진 배열을 방향과 연관지어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나열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다른 언어의 사용은 뇌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리라 브로딧츠키는 영어에서의 ‘블루’ (파란색)가 러시아어에서는 밝은 파란색(글루보이/ goluboy)와 어두운 파란색(시니/ siniy)로 나누어진다고 설명하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파란색의 명도를 구분하는 테스트에서 러시아인들은 더 빨리 구분하며, 뇌에서도 더 빠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문화적 배경 환경과 사고 방식
언어는 종종 그 나라의 문화적 배경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러한 이유로 언어를 연구하는 교수들이나 과학자들은 문화적 배경을 배제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을 비교 연구하였다. 그는 동양인과 서양인에게 판다, 원숭이 같은 두 가지 동물과 바나나 같이 두 동물 중 한 동물이 대표적으로 먹는 음식을 제시하였다. 대다수의 동양인들은 원숭이와 바나나 같은 관계 중심으로 해석하여 선택한 반면, 서양인들은 원숭이, 판다처럼 같은 범주에 있는 동물을 선택하였다.
이와 비슷한 또 다른 연구는 서양인과 동양인 참가자들에게 원기둥 모양을 제시한 후, 다른 재료로 만든 원기둥과 같은 재료로 만든 직사각형 중 어느 것이 더 비슷한지 선택하도록 요구했습니다. 많은 서양인 참가자들은 모양에 주목하여 다른 재료의 원기둥을 선택했지만, 기능과 역할을 중심으로 보는 동양인 참가자들은 같은 재료로 만든 직사각형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에 대해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서양인들은 개체를 배경과 분리하여 분석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동양인은 주변 원인과 결과와 같은 관계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 방식에 대해 많은 연구들은 고대 그리스와 중국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구체적으로, 고대 중국은 주변 농업에 적합한 환경을 가졌기 때문에 공동체와 조화로운 인간 관계을 강조하게 된 반면, 고대 그리스는 해안가 지역으로 사냥, 수렵, 무역과 같은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개인의 자질이나 능력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따라서 과거의 생활 방식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면서, 미국과 같은 서양 문화에서는 개인의 특성 (”나는 친근하다.”, “나는 긍정적이다.”)으로 자신의 묘사하고, 일본과 같은 동양 문화에서는 자신을 사회적 역할(”나는 딸이다.”) 과 책임감(”나는 회사에서 이러한 직책을 맡고 있다.”)을 중심으로 묘사하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중 언어와 나를 표현하는 방식
2000년대 들어 몇몇 연구자들은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하였다. 대표적으로 로스와 그의 동료들(2002)의 연구를 말할 수 있다. 연구진들은 캐나다에 거주하는 111명의 중국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중국어로 자신을 표현해 보라고 요청하였다. 연구 결과, 중국계 학생들은 영어를 사용할 때 사회적 역할보다 개인의 자질이나 특징을 더 많이 언급하였다. 반면 중국어를 사용할 때 학생들은 개인의 자질보다는 사회적 역할을 더 강하게 표현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연구는 같은 사람이라도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2007년에 진행된 페루노비치의 연구는 이중 언어 사용자의 감정 표정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 했다. 이 연구는 중국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할 때 각각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를 중심적으로 조사하였다. 연구 결과,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할 때 긍정적인 (예: 행복) 감정을 느끼거나 부정적인 (예: 슬픔) 감정을 단일적으로 느끼는 것이 발견되었다. 반면, 중국어를 사용할 때 학생들은 복합적 감정(긍정적인 감정 +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페루노비치는 이전 조사한 연구들과 종합하여 동양 문화권이 서양 문화권에 비해 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적 배경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다양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다른 사고 방식을 경험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성격을 발견하게 해주며,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을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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