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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심리는 예술을 만들어내는가? 2부 -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속 투영된 심리 세계
  • 기사등록 2024-11-29 16: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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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채현 ]


지난 기사에서 미술사 연구 방법론 중 심리학과 연관된 정신분석학적 연구 방법론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을 다루었다. 그때 언급했던 대로 이번에는 정신분석학적 연구 방법론을 바탕으로 작가 빈센트 반 고흐의 생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고흐의 삶에서는 정신병이 크게 자리하지만 그건 그의 생을 크게 세 시기로 나누었을 때 마지막 세 번째 시기에 해당한다. 정신분석학적 연구 방법론에 따르면, 어린 시절, 즉 성장 발달 과정이 인간의 성격, 심리작용, 정신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빈센트 반 고흐의 전 생애의 발달 단계를 보면, 그에게 나타났던 욕구의 결핍을 알 수 있고, 이것이 작품에 나타난 영향을 알 수 있다. 


모두의 어린 시절의 성장에는 부모가 크게 자리한다. 따라서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양육하고 애정을 주었는지에 따라 아이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반 고흐는 목사인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고, 오랫동안 아버지와 같은 목사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가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된 것은 훨씬 후의 일이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모방하려고 하며, 아버지는 상징적 존재로서 때로는 경쟁 상대로서 여겨지기도 한다. 이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한다. 




고흐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아버지와의 갈등


프로이트는 인간의 발달 단계를 심리성적발달단계로써 5단계로 나누었다. 그 중 남근기(만 4-5세)에 해당하는 때에 발생하는 것이 바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다. 이때에는 자연스럽게 성기 쪽에 관심이 쏠리게 되며,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사고, 현실보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굉장히 공상에 많이 잠길 수 있는 시기이다. 


이 모든 것들이 결합되면서 독특한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데, 바로 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하는 갈등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를 두고 아버지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여, 아버지는 당시 자신보다 더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아버지와 갈등을 빚다가 아버지와의 동일시로 전환되면서 이를 극복하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이해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계속되는 갈등으로 동일시의 실패로 이어지고, 이것이 해결되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는 결국 정신병으로 발전시키게 된다는 현상이다. 


고흐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버지와의 잦은 다툼, 그의 가치관에 대한 불일치와 반항으로 결국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극복하지 못했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2-1890), <성경이 있는 정물>, 1885, 65×78cm, 캔버스에 유화


작품에 드러나는 아버지와의 대립


그의 작품인 <성경이 있는 정물>에서 그의 아버지에 대한 갈등과 내면이 드러난다. 

<성경이 있는 정물>은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린 그림으로, 아버지가 항상 지니고 있던 성경책을 그린 것이다. 아버지의 물건과 함께 옆에 그려진 초는 인간의 유한성을 상징하며, 결국 죽음은 피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한계를 나타낸다. 


그리고 오른쪽 아래에 그려진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책은, 에밀 졸라라는 작가의 ‘삶의 기쁨’ 이라는 소설이다. 이 에밀 졸라는 고흐의 아버지가 자신의 신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고흐가 책 읽기를 반대한 작가이다. 그런 작가의 책을 아버지의 소유물 옆에 그려넣었다는 것은 고흐가 아버지와는 다른 신념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며, 아버지와의 동일시를 거부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드러난다. 


또한 초라는 표상을 통한 죽음의 상징과, ‘삶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책이라는 대비되는 상징은 결국 마지막까지도 아버지와의 갈등 구도를 강조하며, 끝까지 대립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아버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해!


즉 정신분석 이론에 의해 고흐의 심리성적발달단계를 조망하면, 그의 어린시절에서 발생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아버지와의 죽음 때까지도 끝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대부분 모든 것이 처음이고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시절에 부모님은 전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크나큰 존재이다. “아버지는 나를 항상 꿈만 꾸고 실행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 나는 불행과 실패의 사슬에 매여 있다.” 라는 고흐의 말만 보아도, 그런 아버지의 부재와 끝없이 이어지는 갈등,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고흐의 절망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단계는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다


심리성적발단단계가 나누어져 있긴 하지만, 그 단계에서 비록 충족하지 못했다고 하여도 실패로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그 결핍을 대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여 관계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우리는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흐와 그의 아버지는 끝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죽을 때까지 대립하며 결국 고흐의 아버지에 대한 완전한 거부로 결말을 맺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에게 믿음을 받지 못했다는 것, 사랑받지 못했다는 불안정한 심리는 고흐를 평생동안 괴롭혔고, 그의 정신병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통해 이런 성장 단계에서 벌어지는 결핍은 그 사람의 전체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며, 인생을 바꾸게 한다. 


정신분석학 방법론에 따라 고흐의 삶을 조망하고, 그중에서도 고흐와 아버지의 갈등 관계를 통해 드러난 그의 작품의 내면 세계를 살펴보았다. 고흐는 아버지와의 동일시를 도모하고자 목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버리고 화가가 되었다. 아버지와의 단절 이후, 그의 삶과 목표는 화가로 이어지면서 또 어떠한 내면세계의 변화가 있었을까? 


다음 편에서는 고흐의 화가로서의 삶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그의 작품에 어떤 신념과 가치관이 드러나는지 그의 후기 작품에 투영된 심리 세계에 대해서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1) 문현아, 이준호. (2023). 반 고흐의 신 표상 변형에 관한 정신분석적 연구. 한국기독교상담학회지. 제 34집 4호, 53-81.

2) 장정진. (2003). 정신분석 측면에서의 고흐/Special Feature II 빈센트 반 고흐, 소용돌이치는 그림들의 의미. 더원미술세계. 222호, 89-92.  

3)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고영건 교수. 심리학의 기초 2 강의. 

4) 모바일한경 [Website]. (2023)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310161468i&category=&sn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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