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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정혜린 ]



지난 5월 6일 의대생 최모 씨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인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최 씨는 첫 공판에서 자신이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신감정을 받고 난 뒤 심신장애 상태가 아님이 밝혀졌고, 검찰은 최 씨에게 1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이 사건 외에도 피의자가 심신장애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왜 심신장애를 주장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심신장애란 무엇일까?



심신장애와 형법: 감형의 법적 근거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형법 제10조 1항에서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법 제10조 2항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피의자는 감형을 위해 사건 당시 자신이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음을 주장한다.



살인죄의 양형 기준


범죄에 따라 형량을 부여할 때 따라야 할 양형기준이 있다.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형기준을 따르지 않았을 경우 그 사유를 작성해야 하므로 거의 모든 사건에서는 이 기준에 맞는 형량을 부여하게 된다. 살인 범죄의 양형 기준은 살인을 한 동기에 따라 5개로 나뉘어 있다. 피해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 원한이 있거나 가정 폭력 혹은 금전적인 관계로 엮여 있는 경우, 불륜 관계 유지를 위한 살인처럼 비난을 받아 마땅한 사유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강간 살인과 인질 살인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으로 살인한 경우로 나뉜다. 순서대로 최소 형량 기준이 커진다. 

 

양형 기준에는 감경 요소와 가중 요소에 관한 내용도 있다. 심신장애는 감경 요소에 해당한다. 법에서는 피의자가 사건 당시에 심신장애 상태였는지에 대한 법관의 판단에 따른다. 심신장애는 생물학적인 면에서의 정신장애를 뜻한다. 심신장애에서는 책임능력을 중요하게 보는데, 심신장애가 있는 상태더라도 상황을 변별할 수 있고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면 책임능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 책임능력이란 적법한 행동을 하도록 의사 형성을 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책임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어떤 곤란을 겪게 될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해 비난을 가할 수 없다.



책임능력 판단의 3가지 방법


범죄자가 책임무능력자인지를 판단하는 방법은 3가지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분석하기’가 첫 번째다. 인체의 비정상 또는 정신적 비정상을 토대로 판단하는 방법이다. 자의적인 판단은 최소화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을 하는 사람의 주관이 섞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두 번째는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기’다. 사물 변별 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의 유무를 통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감정을 하는 사람의 주관이 섞이지 않고 의학적 판단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지만, 정신의학적인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법관이 판단해야 하므로 불합리하다. 게다가 법관마다 판단을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 방법은 ‘생물학과 심리학 모두를 이용하여 분석하기’다. 과학자는 생물학적으로, 법관은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뒤 책임능력을 판단하는 방법이다. 한국, 독일, 미국 등 많은 국가의 형법은 이 방법을 이용한다. 한국에서는 생물학적 요소와 심리학적 요소 사이의 관계가 인과적으로 연결되어야 책임능력이 부족하다고 결정한다. 생물학적으로 정신장애가 있고, 이에 따라 사물을 구별할 능력과 의사를 정할 능력이 모두 부족한 경우에 심신장애를 인정해 준다. 


심신장애로 인한 책임능력의 유무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에 엄격하고 정확하게 판단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심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감형하는 것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고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본다. 실제로 한국의 많은 범죄에서 심신장애를 인정해 주어 형량이 많이 감경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민들은 이에 분노하고, 끔찍한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한국은 심신장애의 기준을 더 철저하고 엄밀하게 만들어 심신장애가 범죄자의 핑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참고문헌

1) 조성진, 조은경. (2022). 심신미약 살인범죄자의 양형 요인 분석. 한국치안행정논집, 제19권 제2호, pp.261-281

2) 조해성. (2022). 정신장애 범죄자의 형사책임능력 판단- 뇌손상과 뇌 기능이상을 중심으로 -(석사학위). 중앙대학교 심리서비스대학원. 

3) 국가법령정보센터 [website]. (2024). URL : https://www.law.go.kr/%EB%B2%95%EB%A0%B9/%ED%98%95%EB%B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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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2-02 09: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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