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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Unsplash필자에게는 소중한 친구가 한 명 있다. 여러 힘든 사건으로 2년 전부터 매일 밤 불안에 휩싸인 채 잠을 설치는 친구를 보고 있노라면, 매 순간 마음이 미어진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친구가 항상 불을 켜고 잠에 든다는 것이다. 편안히 숙면을 취할 때도 드물지만, 어쩌다 한 번씩 피로에 지쳐 잠에 들 때조차 제대로 된 환경에서 수면을 취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나.. 어제도 불 켜고 잔 거 알아요?”

“왜 불을 켜고 주무셨어요?”

“몰라요. 피곤해서 불 끄는 걸 계속 잊어요. 소파에서 그냥 잠들어 버리는 거죠”

“불은 꼭 끄고 주무세요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대로 된 수면’이 중요한 이유


수면이란 피로가 누적된 뇌 활동을 주기적으로 회복하는 생리적인 의식상실 상태를 말한다. 이는 단순히 심신의 휴식뿐만 아니라 다음날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과정이다. 많은 의학 전문가는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면은 집중력과 기억력 향상, 비만 및 당뇨, 각종 심장 질환 예방, 감정 조절,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수면은 뇌 건강과 직결된다.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연구팀은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에 ‘40대에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할 경우 50대 후반에 뇌 노화 징후가 증가하고, 수면의 질이 나쁜 사람은 뇌의 노화가 3년 가까이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평균 연령이 40세인 성인 589명을 짧은 수면시간, 나쁜 수면의 질, 잠들기 어려움, 수면 유지 어려움, 이른 아침 깨는 것, 낮에 졸음 등 나쁜 수면 습관을 보유한 정도를 고려해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나쁜 수면 습관이 0~1개 있는 사람들이 1그룹, 2~3개 있는 사람들이 2그룹, 4개 이상 있는 사람들이 3그룹인 방식이다.

 

연구 시작 15년 후 이들의 뇌 건강 변화를 확인한 결과, 나쁜 수면 습관을 더 많이 지닌 그룹은 뇌의 평균 나이가 더 많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특히 6가지 수면 습관 중 나쁜 수면의 질, 잠들기 어려움, 수면 유지의 어려움, 이른 아침에 일찍 깨는 것이 모두 뇌 노화와 연관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5년 이상 경험한 경우 노화가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불은 꼭 끄고 주무세요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올바른 수면을 위해서는 취침 전후로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노력, 알코올과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노력, 정해진 시각에 취침 및 기상하는 노력 등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불을 끄고 수면을 취하는 습관’이다.

 

불을 켜고 수면을 취하는 행위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건강에 각종 악영향을 미친다. 첫째, 수면 중 빛은 성장호르몬을 억제한다. 성장호르몬은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영향을 받는데, 수면 환경이 밝을 시 멜라토닌 생성이 억제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볼더캠퍼스 연구진이 3~5세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취침 전 1시간 동안 밝은 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생성이 억제되며 해당 상태는 소등 이후에도 일정 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둘째, 밝은 수면 환경은 비만을 유발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만 35~74세 사이의 여성 4만 3722명을 대상으로 5년간 수면 환경과 체중 및 체질량지수 변화를 추적 조사한 결과, 수면 중 조명에 노출된 여성이 빛에 노출되지 않은 여성보다 체중이 5kg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17%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뇨병의 발병 위험도 크다. 멜라토닌은 신체의 혈압 및 체온을 낮추는 데 관여한다. 이때 불을 켜놓은 상태로 자는 사람은 끄고 자는 사람에 비해 멜라토닌 수치가 50% 이상 떨어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눈 건강에도 좋지 않다. 수면 중 조명 노출은 안구 조절 근육의 활동을 유발해 눈에 무리를 준다. 이는 지속적인 피로감과 함께 눈이 쉽게 건조해지거나 침침해지는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맺으며


우리는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학습해 왔지만, 수면의 올바른 방법에 대해서는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만큼 온전한 수면 환경에서 잠을 청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다소 피곤하고 귀찮을지라도, 불을 끄고 수면에 드는 습관을 형성하도록 노력하자.




참고문헌

1) 농민신문, [Website], 2024, 잠 못 자도 커피 마시면 쌩쌩?…‘이때’부터 질병으로 나타난다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1111500505

2) 헬스조선, [Website], 2019, 불 켜고 자면 건강에 나쁜 이유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04/2019030401895.html

3) 코메디닷컴, [Website], 2019, 밤에 불 켜 놓고 자면 안 되는 이유 (연구)

https://kormedi.com/1295183/

4) 동아사이언스, [Website], 2018, 잠 들기 전 아이, 스마트폰 멀리해야 하는 이유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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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2-03 20: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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