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한국심리학신문=조승현 ]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머리 높이까지 쌓인 각종 쓰레기 더미, 그 속을 기어다니는 벌레들. 최근 청년층의 쓰레기 집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쓰레기 집’이 이전에는 혼자 거주하는 노년층에서 자주 발견되었다면, 이제는 주 연령층이 2-30대 청년층으로 내려왔다. 심지어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선망받는 직업군인 의사, 변호사, 대기업 직원, 인플루언서 등의 사람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사진출처 : 그것이 알고싶다. 의사, PD,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쓰레기 집에 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
청년층의 우울증
여러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면, 이 쓰레기 집의 원인으로 모두 동일하게 정신적인 문제를 꼽는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집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울함이나 불안이 무기력함, 슬픔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집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10년간 20대 우울증 진료 현황을 보면, 4.7만 명이었던 2013년과 비교하여 2022년엔 18.5만 명으로 늘어났다. 늘어나는 우울증 환자 수에 비례하여, 우리 사회 속에 숨어있는 쓰레기 집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쓰레기 집 현장에서 의뢰를 받아 청소를 도와주는 특수청소 업체나, 고립되거나 은둔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도와주는 단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
노년층의 저장장애와는 다르다?
물건들을 지나치게 모으다 보니 쓰레기 집처럼되고 마는 노년층의 저장장애와 달리 애초부터 진짜 쓰레기가 쌓여 만들어진 2-30대 청년들의 쓰레기 집은 차이가 있다. 노인들의 경우 외부에서 관찰이 대부분 가능하지만, 청년층의 쓰레기 집은 찾기 힘들다. 사회에서 은둔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쓰레기 집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청년층의 쓰레기 집 문제가 심각한 이유 중 하나는 ‘숨기려 한다’는 점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더라도, 집의 상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래서 가까운 주변인들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밖에서 일을 할 때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나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번아웃’ 상태가 된다. 간단한 쓰레기나 생활용품조차 정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쓰레기 집 상태에 놓여있는 사람들이 마음을 다잡고 청소하려고 해도, 그 양이 너무 방대하기도 하고 누군가 쓰레기를 버리는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할까 봐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저렇게 쓰레기를 많이 쌓아뒀다고?’, ‘진짜 더럽다’ 라고 생각할까 두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이런 쓰레기 집의 의뢰를 받아 특수청소를 하는 업체에서는 쓰레기를 모두 집 밖으로 빼낼 때, 이러한 의뢰인의 마음을 고려하여 일반 종량제 봉투처럼 안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비닐이 아니라 불투명한 마대로 한 번 더 묶어 마무리한다.
안락한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쓰레기 집은 일종의 ’자해‘이기도 하다.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고,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다. 자기 방임의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게 되면 신체 건강과 정신건강 모두 악화할 수 있다.
만약 자신 혹은 주변인의 집이 ‘쓰레기 집’ 상태라면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먼저, 오랜기간 방치된 집을 혼자서 단시간에 청소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쓰레기 집을 대상으로 청소를 도와주는 특수청소업체의 도움을 받아 집을 정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사회에서 쓰레기 집 문제가 늘어난 만큼 의뢰인의 수와 빈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전문 업체에 맡긴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올해 새로 문을 연 ‘서울 청년 기지개 센터’와 같이 은둔·고립 청년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를 지원하는 단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상 회복, 관계망 형성, 직무 역량 강화 등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개인의 힘듦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서로에게 관심을 두고, 도와주고 보듬어주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주변인들이 알아차리기 힘든 문제인 만큼,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내 주변부터 둘러보고 돌봐야 한다.
혹시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의 집이 쓰레기 집이라면, 조금만 용기를 내어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 보자. 양손 가득 집에서 중량제 봉투를 들고나오더라도,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사 준비하시나 보다.’ 혹은 ‘대청소하시는구나.’라고 생각한다. 당신을 무작정 비난하는 사람들보다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작은 용기가 삶에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안락한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정성껏 돌봐주자.
*참고문헌
1) 멀쩡한 청년들이 '쓰레기집'에서 살아가는 이유
URL :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029385
2) 그것이 알고싶다. 의사, PD, 인플루언서도 있었다! 쓰레기 집에 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 | 짧은 그알.
URL : https://youtu.be/O9tLmtjF_6o?si=-Q6lY1sTqKHH5e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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