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한국심리학신문=조승현 ]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10대 학생들에게 학업에서 요구되는 ‘완벽함’은 익숙하다. 흔히 말하는 ‘이름있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며, 그런 곳을 가기 위해서는 1등급이 대부분인 좋은 성적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높은 목표와 엄청난 공부량을 계획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완벽주의는 학업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역시 과유불급이다. 과도한 완벽주의는 심리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필자의 고등학생 시절 이야기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쯤 생긴 ‘의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완벽하고 높은 성적을 갖고 싶었고,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 하루에 7시간 이상 자야 했지만 4시간만 자고 공부하기도 했고, 사람들을 일부러 안 만나기도 했다. 다 시간 낭비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오래가지 못한다. 열심히 버텨보려고 노력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심한 번아웃과 건강 이상이 찾아와 결국 공부를 잠시 손에서 놓는 지경까지 갔었다.
이러한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이번 기사를 통해서는 완벽주의가 학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슬기로운 완벽주의를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알아보려 한다.
완벽주의는 동기부여와 일의 성취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완벽주의가 중요하게 기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만점을 얻는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학생은 꼼꼼하고 철저하게 공부할 것이고, 타 학생들에 비해 높은 성적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과업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를 익히고, 성취의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감정 경험은 학생이 지속적인 학습의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성취감과 자부심은 학생의 자신감을 향상하고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에 도전 의식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박적인 완벽주의를 갖게 되면 심리적으로 고통받는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불안이’라는 주인공의 마음속 캐릭터는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완벽할 수 있을지 계속 걱정하며 안절부절못한다. 이와 같은 모습은 과업에 대한 완벽주의로 생긴 극도의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자신을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되면 심리적 압박감을 크게 느끼게 된다. 결국 학생은 학업에 흥미를 잃고, 짓눌리는 듯한 의무감에 휘둘려 자신의 역량 이상으로 무리해서 공부하다 수면 부족, 위장 장애, 두통 등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울증, 번아웃 등 다양한 정신적 문제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극도로 완벽해지려는 자세’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완벽하기 위해서 어디까지만 노력해야 하고, 지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역량을 알고 현실적인 목표 설정하기
본인이 수행할 수 있는,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하면 자기비판의 태도만 갖지 않고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며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의욕만 앞서 무리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좌절감을 키우고 의욕을 상실시킬 수 있다. 무엇이든 작은 일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을 명확히 인식하고 수용하기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24시간 내내 일 또는 공부만 할 수 없다. 유명한 뽀모도로 공부법과 같이, 오히려 적절한 휴식과 병행했을 때 더 오래 주어진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혹여나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이를 융통성 있게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자세를 갖추면 압박감이 줄어들 수 있다. 실패하는 자신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스트레스 관리하기
일상에서 한순간도 쉬지 않고 스스로를 옥죄면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규칙적인 운동, 취미 활동 등 본인이 소소하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찾아 조금씩이라도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여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장기적인 학업 성취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가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음이 답답할 때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머리를 비우고 무작정 걸었다. 그리고 맛있는 걸 먹고, 깨끗하게 씻고, 침대에 누워 쉬었다. 이처럼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마무리하며
적절한 완벽주의를 통해 우수한 성적을 받아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학생에게 있어 당연히 큰 기쁨이 된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 유일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의 분위기는 학생들이 흔히 말하는 ‘인서울’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입시에 실패한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중요한 것이지, 사회적 잣대가 자신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 역시 결과적으로는 처음 추구했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충분히 노력했기에 후회가 없으며 그 속에서 얻은 경험과 결과물로 지금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 나가고 있다. 꼭 ‘성공’을 하나의 결과로만 규정할 필요는 없다.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완벽함’을 들이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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