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 ‘경계성 인간(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지칭함)’의 특징 》
➀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이 강하다
➁ 대인관계가 극단적이고 불안정하다
➂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감정이 바뀐다
➃ 분노 조절, 감정 조절을 잘 못한다
➄ 자살 기도와 자해 행위를 반복한다
➅ 자기가 손해 보는 행위에 탐닉한다
➆ 마음에 끊임없이 공허감을 품고 있다
➇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➈ 일시적으로 기억이 사라지거나 정신병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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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경계선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극단적인 감정 변화와 복잡한 대인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들은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혼동하며, 그로 인해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인지적 특성’은 감정 조절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유발하곤 한다.
이제 2부에서는 이러한 ‘인지적 특성’과 관련된 심리적 메커니즘을 깊이 있게 탐구할 것이다. 특히 ‘투영적(투사적) 동일시’와 ‘정동 조절’의 개념을 중심으로, ‘경계성 인간’이 자신의 내면세계를 어떻게 외부로 투영하고 감정을 조절하는지를 분석할 것이다. 이를 통해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대인관계의 복잡한 상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투영성 동일시(투사적 동일시)’라는 심리 메커니즘은 과거 인물과의 관계를 현재의 인간관계에 비추어 혼란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 즉 ‘경계성 인간’의 경우, 특히 이러한 과거의 인간관계가 현재의 대인관계 패턴을 지나치게 좌우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과거의 인간관계’가 미치는 영향력을 ‘패러택시스(parataxis, 병렬적)적인 배후 조종자’라 부른다. ‘눈앞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와 동시에 연상되는 ‘과거의 누군가’를 불러내어 함께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경계성 인간’을 도우려는 사람은 본인뿐만 아니라 그와 관계가 있는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에도 간접적으로 휘말리게 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이 부족하며 대상관계가 불안정하다는 특징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행동 중 하나는, 바로 '모순된' 반응을 빈번히 보인다는 점이다. 관심과 애정을 받기를 원하지만 오히려 외면하거나 공격하는 역설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애정결핍이나 방치 상태에서 자라다 보니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대응하기가 어렵게 된다.
마음을 닫아버리고 항상 솔직하지 못한 채로 상대방을 일부러 곤란한 상황을 만드는 행동 패턴은 실제로 고의적이라기보다는 답답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러나 이러한 병렬적인 행동 패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이런 행동에 대응할 때 가장 핵심적인 것은 ‘표면적인 행위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의 기본 증상은 결국, ‘정동 조절을 못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정동(情動)’이란, ‘희로애락과 같은 감정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여 진행 중인 사고 과정을 중단시키거나 신체적 변화를 동반하는 강력한 감정 상태’를 의미한다. 즉 분노나 슬픔과 같은 생존에 필수적인 강렬한 감정을 가리킨다. 일반적인 상태에서 이러한 정동은 조절하기 어렵지 않다. 울고, 분노하고, 위협을 받는 사건이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안전에 위협을 느끼거나 존엄성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강하게 흥분하고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정동 조절을 ‘잘’ 못하게 되면, 사소한 일에도 과잉 반응하거나 극단적인 언동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인들은 그들의 과격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정동 조절을 못하는 것은 대인관계를 비롯하여 자기 정체성 확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극단적인 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이 ‘정동 조절 불완전’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분이나 감정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기복이 극심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무척 상처받기 쉬운 체질이라 과도한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상처받는 경험을 했을 때 불쾌한 기억은 편도체나 해마에 각인된다. 문제는 이후에 같은 상황에 다시 맞닥뜨리게 되었을 때 ‘정동적인 흥분’이 발생하여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어, 공격적이거나 회피적인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동적인 반응은 몹시 강력하기 때문에 이성으로 조절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이렇게 쉽게 상처받는 ‘경계성 인간’은 주변 사람들이 특별한 의도 없이 가볍게 한 발언으로도 훨씬 큰 타격을 받고 금세 평정심을 잃곤 한다.
이들은 스스로도 손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행동을 일삼곤 한다. 상처받기 쉽고 감정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주변인으로서는 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조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모든 현상은 ‘과거의 상처받은 경험’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정동 조절이 약한 것과 관련된 특징으로, ‘신기성(新奇性) 탐구’라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 또한 이 유형의 독특한 행동 패턴이다. 신기성 탐구란 ‘새로운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자극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그러나 이들은 산만해서 금세 싫증을 느끼거나, 감각적으로 뛰어나 창조성이나 자기표현이 우수한 경향도 보인다. 음악가, 배우 등 예술가 중에 ‘경계성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신기성 탐구는 약물 남용과도 높은 관련이 있으며,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요소가 강해 성격보다는 기질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정동 조절은 두 가지 과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욕구 및 감정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외부 세계로부터의 정보를 받아들여 인지를 제어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인지’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경계성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장애 중 하나는 바로 ‘극단적이며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다. 이들이 대인관계에서 극단적으로 사고하는 이유는 사고 체계가 이분법적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냉정히 따져 보았을 때 ‘현실’을 옳고 그름으로 확연히 나눠서 판단한다는 것은 이를 과도하게 미화하거나,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이분법적인 인지’는 행복보다 불행을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세상 모든 일에 이러한 이분법적인 견해를 적용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과도하게 이상화하다가, 조금이라도 흠이 보이기 시작하면 급속히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끝내는 모든 것을 폄하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분법적 인지는 비단 ‘경계성 인간’뿐만 아니라, 그들을 돕는 사람들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만약 도움을 주는 쪽이 정동 조절이 약한 편이라면, ‘경계성 인간’의 분노와 초조가 쉽게 전염될 수 있다. 그렇기에 정동을 조절함으로써 상대방의 감정적 혼란이나 이분법적 사고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의 흐름이 자신에게도 그대로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이분법적 인지를 하게 되면, 행복한 상황도 불행으로 인지하게 된다. 괴로운 삶을 행복한 삶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주변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수용 방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깨달으면 인생이 다르게 보이게 될 것이다.
이분법적인 인지와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특징으로, ‘양가감정’이 있다. 양가감정이란 ‘정반대의 사고, 감정 중 어느 한쪽만이 아니라 양쪽 모두 공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랑’과 ‘증오’이라는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는 경우, 이는 ‘나를 버릴 것이 틀림없다’라는 피해 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나 감정 패턴이 만성화되면 발생 원인을 자각하지 못하고, 정반대의 감정을 습관적으로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감정의 혼란이 심화되어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체로 유년기에 학대나 방치된 경험이 있는 경우, 자아의 통합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해당 유형과 관계를 유지할 때 겪게 되는 현상이 있다. 한 번에 두 감정을 경험하면서 혼란스러워하는 상대방은 신뢰와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정반대의 행동을 하게 되므로,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러한 양가감정과 관련하여 나타나기 쉬운 상태를 ‘더블 바인드(double bind, 이중 구속)’라고 표현한다. 이는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 의 이론으로, ‘모순된 두 가지의 메시지를 동시에 받았을 때,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는 정신적 상태에 빠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상대방의 이중 메시지에 대해 잘 대응하고 싶은 기분과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기분을 동시에 느끼게 되면, 대체 어쩌면 좋을지 방향성을 잃고 조종당하는 이중으로 구속된 상태가 된다. 이 두 가지 기분 모두 본심인 것이다. 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당황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부모가 ‘경계성 인간’일 때, 부지불식간에 아이에게 이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말로는 상냥하지만, 표정이나 분위기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다. 이러한 반응 역시 더블 바인드를 형성하게 된다.
좋은 것만을 말하는 것도, 나쁜 것만을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만 하지 않고, 나쁜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 또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양가적인 감정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감정적인 균형을 이뤄가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3부에서 계속 -
참고문헌
1) 오카다 다카시. (2018). 나만 바라봐.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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