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현
[한국심리학신문=윤재현 ]
어릴 적 부모님에게 "너는 머리가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그래!"라는 말을 한 번쯤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주변에서 공부 시간에 비해 시험 성적이나 이해력이 매우 뛰어난 친구를 보고 "우와, 저 아이는 천재인가?"이라고 느낀 적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같은 시간동안 노력해도 어떤 아이들은 더 우수한성적을 얻거나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낼까? 그 이유가 IQ 같은 인지적 요소 때문일까?
실제 사례: 바뀐 두 자녀
1994년 영화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그 내용은, 17년 동안 키운 아들이 사실 병원에서 바뀐 아이였다는 것이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김군이 실제로는 중상류층 집안인 이씨의 자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김군이 유전 검사를 하기 전부터 양육 부모와는 달리 뛰어난 학습 재능을 보였고, 그동안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례는 공부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설명할 수 있는 실증적인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쌍둥이 연구
미네소타 쌍둥이 연구와 같은 일란성 쌍둥이 연구들은 지능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연구진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쌍둥이가 비슷한 IQ 지수와 관심사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IQ와 같은 지능이 환경적 요인보다는 유전적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인지 및 학습 능력을 분석한 또 다른 쌍둥이 연구는 지능의 유전력이 성장함에 따라 더욱 뚜렷해 지고, 성인이 되었을 때는 최대 80%까지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높은 IQ가 높은 아이들에게는 환경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IQ가 낮은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경제적 배경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시험 유전자
만약 평소 높은 수업 이해도와 수행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시험 성적이 예상보다 낮다면, 그것은 바로 ‘시험 유전자’ 때문일 수 있다. 국립대만사범대학교의 창춘옌 교수는 자신의 아들이 학습 능력에 비해 시험 성적이 낮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나아가 그는 기존 연구들이 주로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에만 집중한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험을 잘 보는 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가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교수는 먼저 대만에서 수능과 유사한 BCT (기본 역량 평가)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혈액 DNA를 채취하고,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도파민을 분해하고 제거하는 COMT 유전자가 시험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COMT 유전자는 전사형, 중간형, 걱정쟁이형으로 나뉘는데, 이 유전자가 시험 성적 차이를 야기할 수 있다. 시험 상황에서는 긴장과 부담으로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는 경향이 있는데, 전사형은 걱정쟁이형보다 4배 빠르게 도파민을 분해하여 긴장 없이 시험을 볼 수 있다. 반면, 걱정쟁이형은 도파민을 느리게 분해하여 시험 내내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걱정쟁이형 학생들은 도파민 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사고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이 전사형보다 더 뛰어나게 나타날 수 있다.
저녁형 vs 아침형 인간
만약 당신이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전사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시험 성적이 좋지 않거나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면, 그것은 당신이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 때문일 수 있다. 수면 유형을 결정하는 유전자 역시 타고난 요소라는 것을 루이스 파섹의 연구를 비롯한 많은 연구들이 보여주었다. 보통 학교 수업이나 시험은 오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침에 집중하기 어려운 저녁형 인간에게는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몇몇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더 뛰어난 인지 능력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저녁에 뇌를 자극할 수 있는 창의적 활동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학업 성과를 높이는 데는 아침형 인간이 유리할 수 있지만, 창의적 활동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는 저녁형 인간의 특성이 더 강점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부에도 신체적 능력이 중요한 예체능처럼 유전적인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천재’로 불리는 사람들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들의 우월한 공부 유전자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공부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1,000개가 넘으며, 유전자 변이 비율은 약35%에 달한다. 이는 유전자가 미래 성적이나 성공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부와 성적은 개인의 환경, 관심사, 노력 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깊이 탐구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유전적인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출처]
1) Plomin, R., & Deary, I. J. (2015). Genetics and intelligence differences: five special findings. Molecular psychiatry, 20(1), 98–108. https://doi.org/10.1038/mp.2014.105
2) Bahjat, M. (2017). “Sources of Human Psychological Differences: The Minnesota Study of Twins Reared Apart” (1990), by Thomas J. Bouchard Jr, David T. Lykken, Matthew McGue, Nancy L. Segal and Auke Tellegen. Embryo Project Encyclopedia.https://embryo.asu.edu/pages/sources-human-psychological-differences-minnesota-study-twins-reared-apart-1990-thomas-j
3) 윤도한. (1994). 병원에서 뒤바뀐 아들,수능시험 후 알려준 두 어머니 모정. Mbc 뉴스.https://imnews.imbc.com/replay/1994/nwdesk/article/1943026_30690.html
4) 이호인. (1994). 병원에서 뒤바뀐 아들 17년간 키운 두 어머니. Mbc 뉴스.https://imnews.imbc.com/replay/1994/nwdesk/article/1940504_306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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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소연. (2020). "부모님은 의사, 오빠도 의대…저만 공부를 못해요". 한국경제.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0266134&memberNo=37570062&vType=VERTICAL
7) 신동호. (2009). 쌍둥이 지능-성격의 메커니즘 "유전자 영향 나이들수록 막강".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030914/7981858/1
8) 이종균. (2024).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에 좋다?" 상식 깬 결과. 헬스인뉴스. https://www.healthinnews.co.kr/view.php?ud=202411291154037643d8d7a7031b_48
9) 김제관. (2024). 저녁형 인간 vs 아침형 인간...누가 더 인지능력 좋을까 결과 보니.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1064362
10) 문과 vs 이과, 놀라운 증명. (2024). 1회. Tvn.
11) 다큐프라임 – 교육대기획 6부작 시험. (2016). 2부 시험은 기술이다. EBS.
12) 김정은. (2024).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보다 인지능력 뛰어나. 데일리포스트. https://www.thedaily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105657
13) 이환주. (2014). “‘아침형·저녁형 인간’ 나누는 유전자 따로 있다”. 파이낸셜뉴스. https://www.fnnews.com/news/201401201848517722?t=y
14) 권예슬. (2015). 아침형 인간 vs. 저녁형 인간, 유전자 80여 개가 결정.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952
15) 김현정. (2023). 일찍 일어나도 개운한 '아침형' 인간…'특정 유전자' 덕이었다. 아시아 경제. https://view.asiae.co.kr/article/2023121420054366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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