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한국심리학신문=박지연 ]
우리 마음 속에는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생각들이 있다.
‘이 사람은 ~할 거야’, ‘저 사람은 ~하니까 ~할 거야’ 등 직접 겪어 보기도 전에 이미 마음 속에 자신도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이런 생각들, 과연 다 옳은 것일까?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판단하고 행동했을 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편견 vs. 고정관념
‘우리 마음 속에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두 가지, 편견과 고정관념, 이 둘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편견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이나 견해를 가지는 태도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내용을 동반한다. 상대방이나 상대방이 속한 집단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알아보거나 하는 과정 없이, 적대감이나 혐오 등의 감정을 가지고 상대방을 평가하고 외현적인 차별 행동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고정관념은 특정 집단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전형적인 특성에 대한 기대나 신념을 뜻한다. 예를 들어, 아랍인은 게으를 것이다(Bodenhausen & Wyer, 1985), 흑인은 폭력적일 것이다(Gordon et al., 1988) 등이 있다.
이 둘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히 차이가 있다.
편견은 특정 대상에 대한 편향된 정보 수집 및 처리, 회상 등과 같은 인지적 과정 뿐만 아니라 좋다, 싫다와 같은 가치 판단이 포함된 정서적 측면을 포함한다. 이와 달리 고정관념은 위의 예시와 같이 인지적인 측면의 기대나 신념에 관한 것이다. 인종 편향은 고정관념에 기반해 편향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을 말한다.
인종 편향의 피해자 Amadou Diallo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다면 어떨까?
1999년 뉴욕에서 한 흑인 남자 아마두 디알로Amadou( Diallo)가 경찰의 손에 총살당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성범죄 용의자를 쫓고 있던 경찰은 용의자와 인상 착의가 비슷한 아마두 디알로를 검거하려고 했다. 이때 호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지갑을 꺼내려던 아마두 디알로가 총을 꺼낼 것이라 생각한 경찰은 41발의 총을 쏴 19발을 명중시켰다.
하지만 그는 성범죄는 커녕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살아가던 선량한 한 시민일 뿐이었다. 이 하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참 운이 안좋았다.’, ‘불쌍하다.’라는 반응으로 끝날 수 있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즉, 아마두 디알로가 단순히 운이 나빠서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두 디알로와 같이 억울한 일을 겪었던 사람들의 공통점은 ‘흑인’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흑인에 대해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흑인은 폭력적이다.’가 있다. 이러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들이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행동에도 의심을 받거나 경계를 당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인종 편향 실험
이와 관련해 유명한 실험이 한 가지 있다.
2002년에 실시된 실험으로, 경찰관들이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상황에서 인종을 어떻게 고려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행되었다. 이 실험의 초점은 경찰관이 총을 겨누거나 상황을 평가할 때 인종적 편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이다.
연구자들은 참가자에게 경찰관의 역할을 맡게 하여 비디오 게임을 시청하며 게임 속 타겟이 흉기(총)를 소지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총기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참가자들은 위험한 타겟임에도 총을 쏘지 않은 경우와 위험하지 않은 타겟에게 총을 쏜 경우, 이렇게 두 가지 실수를 할 수 있다.
이 두 실수에는 인종 편향이 반영되었다.
먼저, 위험한 타겟에게 총을 쏘지 않은 실수의 경우 타겟이 백인인 경우가 더 많았다. 이와 달리 위험하지 않은 타겟에게 총을 쏘는 실수를 한 경우에는 타겟이 흑인인 경우가 더 많았다. 이 실험 결과를 들으니 아마두 디알로가 떠오르지 않는가? 필자는 해당 연구를 접하고 이것이 단지 게임이 아닌 아직도 우리 일상에 만연해 있는 여러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편향의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며
이 실험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동일한 실험에 참여한다면 과연 저들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는 ‘그럼 당연하지 편견, 고정관념, 편향, 차별 이런 건 하면 안되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스멀스멀 피어 오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Correll, J., Park, B., Judd, C. M., & Wittenbrink, B. (2002). The police officer's dilemma: Using ethnicity to disambiguate potentially threatening individual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6), 1314-1329.
2) 블록. (2014년8월24일). ‘공권력의 흑인 살해, 매듭을 끊어야 한다’. 일다. 공권력의 흑인 살해, 매듭을 끊어야 한다 -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3) 심리학용어사전 : 편견, 고정관념 정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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