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원
[한국심리학신문=이주원 ]
픽사베이 이미지
“비가 오는 날은 언제나 운이 없다니까.” 어느 날 지하철에서 들은 말이다.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지만,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이 사람은 모든 비 오는 날에 운이 없었던 걸까?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이라고 부른다. 오늘은 이 용어를 중심으로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심리적 패턴과 그 영향을 알아보고자 한다.
인지 왜곡이란 무엇인가?
‘인지 왜곡’은 생각의 오류를 말한다. 이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어긋나게 해석하거나 부정확한 결론에 도달하는 정신적 경향을 뜻한다. 이런 왜곡은 종종 부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을 유발하며, 자신도 모르게 반복될 수 있다. 인지 왜곡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과도한 일반화, 흑백논리적 사고, 개인화, 감정적 추론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비 오는 날은 운이 없다”는 말은 과도한 일반화의 예로 볼 수 있다. 특정 날의 경험을 토대로 모든 비 오는 날이 나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러한 왜곡은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정도가 심할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심리적 문제와 연관될 수 있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인지 왜곡을 교정하는 것은 주요 치료 목표 중 하나로 꼽힌다.
인지 왜곡의 분류와 작동 원리
인지 왜곡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동적 사고에서 비롯된 왜곡이다. 이는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으로, 논리적 검증을 거치지 않고 바로 행동이나 감정으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지각했을 때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떠오른다면 이는 자기비하적 왜곡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신념 체계에서 기인한 왜곡이다. 이는 오랜 시간 형성된 믿음이나 가치관이 현실을 왜곡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모든 사람은 나를 싫어한다”는 신념은 사실과 달라도 개인의 사고방식을 지속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
인지 왜곡은 생존의 관점에서 인간에게 유익했던 측면도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는 비합리적 결론을 내리고 자기 성찰을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심리학적 개입과 실생활 적용
심리학자들은 인지 왜곡을 교정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개발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다. 이 치료법은 환자가 자신의 왜곡된 사고를 인식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대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CBT에서는 환자가 “모두가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때, 그 생각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조사하게 한다. 그러면 환자는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점차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부정적 감정과 행동 패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실생활에서도 인지 왜곡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첫째,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보자. 둘째, ‘모두’, ‘항상’, ‘절대’와 같은 극단적 표현이 포함된 생각을 경계하자. 마지막으로, 누군가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자신의 관점을 점검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인지 왜곡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며
결국, 인지 왜곡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서로 맞물려 작용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잘못된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을 낳고, 그 감정은 또다시 왜곡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긍정적인 감정과 행동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심리학은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인지 왜곡이라는 용어를 새기며, 더 나은 방향으로 생각과 감정을 조율하는 첫 걸음을 내딛어보는 것은 어떨까? 왜곡된 생각을 바로잡는 것은 적응적인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참고문헌
1) 김정수. (2018). 인지 왜곡과 그 치유 (2판). 서울: 심리학출판사.
지난 기사보기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