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윤서정 ]



최근 한국을 강타한 국난은 국민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았다. 이로 인해 일상을 잃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우울감이란, 기분의 저하와 함께 사고의 형태나 흐름, 사고의 내용,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 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사회적 원인이 스트레스가 되어 우울감 혹은 우울증을 유발할 때, 그럴수록 일상을 잘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우울로 인해 정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일상을 지키기 위한 에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다.

 

겉으로만 보았을 땐 병든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일상을 갉아먹을 정도로 영향이 지대한 병인 우울증. 영화 <멜랑콜리아>에서는 그러한 우울증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변화하는지 묘사하며, 우울의 양태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우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 '멜랑콜리아'


영화 <멜랑콜리아>는 <안티 크라이스트>로 영화계에 파문을 일으킨 라스 폰 트리에가 감독했으며, 2011년 작품이다. 영화는 저스틴(커스틴 던스트)과 마이클(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은 저스틴의 언니인 클레어(샤를로트 갱스부르)의 부부 집에서 결혼 축하 파티를 여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엄마(샬럿 램플링)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드는 행동으로 인해 더더욱이나 우울해진 저스틴은 기행을 마구 저지르고, 파티 분위기와 결혼식은 엉망진창이 되고 만다. 저스틴은 외톨이가 되어 클레어 언니의 부부 집에서 보살핌을 받게 된다.

 

한편 행성 ‘멜랑콜리아’가 지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행성이 지구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에 저스틴은 평온하고 초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언니 클레어는 극도의 불안정하고 긴장된 모습을 보인다.

 

영화 <멜랑콜리아> 스틸컷.



우울감의 두 축, 통제 불가능성과 고립감


클레어가 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 종말에 극도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으나, 클레어의 감정은 우울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우울감을 느낀다. 

 

반면 영화 1부의 결혼식 때 히스테릭한 우울을 보였던 저스틴의 우울은 2부의 행성 충돌 소식 이후 우울을 보인 클레어와 다른 종류의 우울을 보이며 한쪽이 불안과 공포를 느낄 땐 다른 한 쪽이 오히려 태평한 모습을 보인다. 저스틴의 우울은 일종의 고립감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유능한 카피라이터지만 회사에서 일의 효능감을 얻지 못하고, 가족도 완전히 자신의 편이 되어주지 못할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저스틴은 외로움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저스틴이 택시 타는 것, 아무렇지 않게 맛을 느끼며 식사하는 것, 목욕하는 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우울증의 힘겨움을 묘사한다. 타인이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한다더라도 결코 해결해주지 못할, 오롯이 자신만이 소유한 고통 속에 고립되는 게 바로 우울의 모습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우울감의 해소, 타인과 함께


통제 불가능에 대한 무력함과 고립감이라는 영화 속 우울의 두 축은 사회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실의 우울과 공명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일상과 유리되어 있다고 느끼는 거시적 영역이 일상을 침범해 들어올 때, 혹은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없는 곳이 내 일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 불안과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다. 사회적 문제가 우리에게 주는 고통은 한시적인 우울을 넘어서 집단 트라우마로 발병해 사회에 상흔을 입힐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종류의 우울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의 힘을 잊지 않는 것이다. 같은 생각을 공유하거나 한 목소리를 낼 때, 혹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고 서로의 존재에 위로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적인 지지는 우리에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불안과 공포가 우리를 잠식할 때, 우리는 고립되기보단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나눌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장소에서, 타인과의 연결을 확장한다면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고 나아가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 “우울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 지식센터, 2021. 03. 19.

https://hqcenter.snu.ac.kr/archives/jiphyunjeon/%EC%9A%B0%EC%9A%B8%EA%B0%90, 2024.12.07. 접속





지난 기사보기

무력감을 이겨내는 연대의 가능성

믿고 싶은 걸 믿는 시대

'세 줄 요약', '스크롤 압박'... 긴 글 읽지 않는 사회의 위험성

우리가 기후 위기를 외면하는 이유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행위, 독서

이상적인 공론장은 존재할 수 있는가?

세상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9462
  • 기사등록 2024-12-23 09:49:1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