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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왜” – 경계성 인간 ➂ - 상처적 체질, '경계성 인간'의 특징 - '경계성 인간'의 복잡한 심리, 인지적 특성
  • 기사등록 2024-12-26 14: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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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 경계성 인간(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지칭함)의 특징

 

버림받는 것에 대한 불안이 강하다

대인관계가 극단적이고 불안정하다

정신없을 정도로 빠르게 감정이 바뀐다

분노 조절, 감정 조절을 잘 못한다

자살 기도와 자해 행위를 반복한다

자기가 손해 보는 행위에 탐닉한다

마음에 끊임없이 공허감을 품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➈ 일시적으로 기억이 사라지거나 정신병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PIXABAY

‘경계성 인간’의 심리적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2부에서는 이들의 ‘인지적 특성’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분석해 보았다. 특히 ‘투영적(투사적) 동일시’와 ‘정동 조절’ 개념이 감정 변화 및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과 대인관계에서의 복잡성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이제 3부에서는 이러한 기초 위에 더 나아가, ‘경계성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는지를 심도 있게 다룰 것이다. 이들은 애정 결핍, 자기 부정, 그리고 부모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어떤 갈등을 겪는지를 살펴보며, 이로 인해 생기는 자기애의 위축정체성의 혼란을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경계성 인간’과의 관계를 보다 효과적으로 형성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애정이 강하게 결핍되어 있다

 

 

‘경계성 인간’이 누군가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대인관계 또한 불안정한 이유는 그들의 ‘애정 결핍’이 타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극심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관심과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욕망도 마찬가지로, 이는 유년기에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경험과 관련이 있다. 

 

표면적으로는 부모로부터 깊은 애정을 받고 자란 듯 보이지만, 스스로는 사랑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어리광이나 응석을 조금도 부려보지 못하고 자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인생에서 가장 애정을 필요로 하는 민감한 시기에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게 된다. 이후로는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과도한 불안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되거나, 타인의 관심에 매달리는 성향으로 굳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부분이 억압된 채로 내재되어 있다가, 사춘기 무렵에 다시 드러나기도 한다. 





깊은 내면에서는 스스로를 부정한다

 

 

관심에 대한 갈망, 혹은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의 기저에는 강한 ‘자기 부정’이 존재한다. 반복된 자해 및 자살 기도 또한 그 근원에는 자기 부정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 

 

개개인마다 표현의 과격함에는 차이가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어찌 되었든 ‘경계성 인간’에게는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길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를 과도하게 깎아내리거나,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이는 자신을 지켜주어야 할 사람으로부터 소중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부정’당했던 경험 때문에, 깊은 상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 사람을 외롭게 만들고 제대로 사랑해 주지 못한 사실을 인정하는 부모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절반가량의 부모는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심지어 자녀가 어린 시절부터 제멋대로여서 키우기 힘든 아이였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부모도 많다. 





부모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경계성 인간’이라면 모두 예외 없이, ‘부모에 대한 깊고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다. 바로 갈망하는 감정과 거부하는 감정이 동시에 공존하는 ‘양가적 갈등’이다.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하는 사람이 많은 점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에게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기분으로 인해 괴로워하며, 이는 자기 부정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스스로의 부모를 과도하게 이상화하여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란 존재는 부모의 가치관에 꾸준히 영향을 받게 되므로, 부모가 너무 훌륭하거나 유명인이어도 짐이 되기도 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죄책감이 생기고, 그 자체로도 자기 자신을 괴롭히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친부모의 애정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환상 속이나 슬픈 환멸에 잠겨 살게 된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부모라는 존재를 마음에 간직하지 못한 사람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과는 달리 스스로의 마음을 지탱해 줄 수 있는 확실한 ‘무언가’를 내면에 지니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래서 시간이 흘러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부모의 사랑에 갈증을 느끼며, 공허한 환상만을 끊임없이 쫓고 여전한 결핍에 시달리게 된다.





자기애가 위축된 상태에 있다

 

 

‘경계성 인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관점은 이를 ‘자기애’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이 유형은 자기애가 위축된 ‘자기애 장애’라 볼 수 있다. 반면, 오만한 태도나 과도한 자신감이 특징인 ‘자기애성 인격 장애’는 자기애가 비대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미숙한 자기애를 적절하게 충족해 감에 따라 점차 더 성숙하며 현실과의 균형이 잡힌 자기애를 형성해간다. 자기애의 발달 과정은 주요하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과대 자기’이고 두 번째는 ‘부모의 이마고(imago, 강한 영향력을 갖는 내면적인 형상)이다. 과대 자기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 미숙한 자기애이며, 현실적 욕구가 강하고 만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부모의 이마고는 '부모를 신처럼 절대시하고 외경심을 가지면서 대상에 투영되는 자기애'를 의미한다. 유아의 자기애가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두 가지를 적절히 충족하면서도 동시에 서서히 단념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사정으로 인해 지나치게 급하게 좌절하거나, 반대로 과도하게 지배되는 경우에는 자기애가 불완전하게 성숙하게 된다. 이로 인해 과대 자기나 부모의 이마고가 그 영향력을 한없이 확대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유형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자기애성 인격 장애의 경우, 부모의 이마고가 강하게 작용하지만 이를 억누르기 위해 강력한 ‘과대 자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이러한 과대 자아는 부모의 이마고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심리적 구조를 유지하게 만든다. 반면, ‘경계성 인간’은 부모의 이마고가 더 압도적이며, 이를 견딜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자아를 지니곤 한다.

 

이들은 부모의 이마고가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아를 확장하려 애쓰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이들로서는 커지려는 자아가 쉽게 위축되고, 거대한 부모의 이마고를 짊어지기에는 내부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뿐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자기애 구조는 불안정성을 띠게 된다. ‘경계성 인간’은 이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만 하며, 이는 종종 깊은 좌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과도하게 부정적이고 엄격하며, 그로 인한 죄책감 역시 자주 느낀다. 이들은 침체된 상태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지나친 자기 욕구에 사로잡히거나, 자신에게 만능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찾아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혹은 부모의 이마고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타인에게 의존하려 하지만 부모의 이마고가 지나치게 커, 현실적으로 그러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이 바로 과대 자아와 부모의 이마고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성숙하고, 현실과 절충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경계성 인간’은 부모의 이마고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 그러다 보니 ‘자기 긍정감’이 자라지 못하고, 과대 자아에 대한 소망조차 미숙한 단계에서 사라져버린다. 그 대신 내부에 현시적 소망이 자리 잡아 ‘자기 부정’과 ‘자기 현시’ 간의 불균형한 갈등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자기심리학적 설명에 따르면, 우울 상태에 빠지기 쉬운 이유는 부모의 이마고가 지나치게 강해 과대 자아가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분이나 대인관계의 불안정성은 부모의 이마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대 자아가 끊임없이 대항하지만, 계속해서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죄책감 혹은 자기 부정감에 사로잡히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부모에게 ‘응어리’를 품게 된다. 마음속으로 부모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어리광을 부릴 수 없는 이유 역시, 자기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발달 과정에서 부모의 이마고로부터 ‘졸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아’가 ‘허위의 자아’를 배척한다

 

 

‘경계성 인간’은 ‘자기 확립 과정의 장애’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이 자신인 것’과 ‘자신이 자신이 되는 것’ 그 자체를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다.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려는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것은 유년기부터의 문제이므로, 주어진 자기 자신과 새롭게 살아가려는 본래의 자기 자신과의 자연스러운 이행 과정을 거치지 못해 갈등을 유발하곤 한다. 이로 인해 부모에게서 빌려온 ‘거짓된 자신’에 대해 ‘진정한 자신’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 발생한다. 

 

스스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의 자신을 부정하고 정반대의 자신을 정립한 후, 이를 통합하여 새로운 자신으로 나아가는 변증법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의 자신에게 매달리거나 중간 단계로 나타난 ‘정반대의 자신’을 부정한다면, 그 과정은 절대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마 치 며 ...

 

 

지금까지 ‘경계성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으로 통합 기능과 자아 기능의 취약성, 정동 조절의 불완전성, 이분법적이고 자기 부정적인 인지 등에 대해 탐구해 보았다. 또한 이러한 특성의 배경에는 버림받은 과거로 인한 애정 결핍, 부모와의 갈등, 그리고 상처 입은 불안정한 자기애 등이 있음을 알아보았다. 

 

‘경계성 인간’은 비단 인지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정서행동대인관계정체성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불안정한 증세 및 극단적인 행동 변화를 보인다. 증상 또한 매우 다양하여 함부로 진단하기 어려우나,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상태가 급격히 변화하는 특징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매우 건강하고 정상적인 상태로 보이기도 하고, 다른 경우에는 격렬한 우울 상태로 치닫기도 한다. 불안, 과호흡 발작, 극도의 완벽주의 같은 신경증적인 증상이 중심이 되는 시기도 있으며, 피해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착란, 흥분 상태에 빠져 정신병처럼 보일 때도 있다. 심지어 때로는 기억을 잃거나, 과식, 습관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일삼기도 한다. 그렇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평범한 상태로 되돌아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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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변동성’과 ‘다양성’은 ‘경계성 인간’의 주요한 특성이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이들을 이해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총 3부작에 달했던 이번 분석 글이 단순히 증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복잡한 내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어, 보다 효과적인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오카다 다카시. (2018). 나만 바라봐. 동양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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