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민
[한국심리학신문=신경민 ]
"나 진짜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왜 마음대로 안 될까"
“절실할수록 오히려 잘 안 되는 것 같아”
최근 한 야구 선수의 인터뷰를 봤다. 중요한 기록 달성을 앞둔 경기들에서 그 기록 달성에 너무 몰두하게 됐고, 결국 그것이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며 기록을 달성한 후에는 마음이 편해져 이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한다.
누구나 다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이 있다. 중요한 시험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음에도 평소보다 좋지 못한 점수를 받고, 어느 때보다 신경 쓰고 하나하나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게 될 때가 있다.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그렇다. 약속이 있어 더 신경 쓴 화장은 썩 마음에 들지 않고, 어떤 일에서든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느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저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그런 마음이 왜 우리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걸까?
Choking Under Pressure: 심리적 압박으로 인한 수행 능력 붕괴
우리가 그러한 중요한 상황에서 원하는 만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이유는 바로 심리적 압박감 때문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것인데, 이와 관련한 심리학 개념을 'Choking Under Pressure (수행 붕괴)’이라고 한다.
수행 붕괴는 좋은 성과나 결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개인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행 능력의 저하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심리적 압박감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심리적 압박감의 원인은 개인적인 목표 달성, 큰 보상, 성공에 대한 기대감, 타인의 감시, 타인과의 경쟁 등 다양하다.
여키스-도슨 법칙
심리적 압박감이 꼭 수행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에 따르면, 적절한 수준의 정신적 또는 생리적 각성은 수행 능력을 향상할 수 있지만, 각성의 수준이 너무 높아지거나 복잡하고 익숙하지 않은 과제에서는 오히려 수행 능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법칙은 심리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보상과 같은 물질적인 자극에도 작용한다.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Dan Ariely(댄 애리얼리)의 연구에 따르면, 금전적인 보상 즉, 물질적 자극이 강해질수록 참가자들의 과제 수행 능력이 높아졌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 과도한 보상을 제공했을 때에는 과제 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내부적·외부적 자극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이 과도해지면 수행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Self-Consciousness : 자기의식과 심리적 압박감의 관계
심리적 압박감이 수행 능력을 저하하는 원인은 바로 ‘self-consciousness(자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자기의식이란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 혹은 평가하여 자기 자신의 모습과 상태를 의식하는 것으로, ‘나’의 정체성을 의식하는 ‘자의식’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기의식은 사적 자기의식(private)과 공적 자기의식(social)으로 나뉘는데, 말 그대로 사적 자기의식은 현재 내면의 자기(self)와 감정을 의식하는 것이고 공적 자기의식은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비추어질지에 대한 의식이다.
심리적 압박감과 관련한 연구들에 의하면, 심리적 압박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제 수행을 위해 해내야 하는 행동과 사고 과정을 정확하게 ‘의식’하려고 한다. 중요한 상황에서 집중하지 않으면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행동과 사고 과정을 계속 감시하고 점검하게 되는 것인데, 그러한 자기의식이 기존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사고 과정을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것으로 만들어 아이러니하게도 수행 능력의 저하를 야기한다.
예를 들어, 달리기 수행 평가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평소 의식하지 않고 달렸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팔과 다리를 움직이면 되지만, 평가 항목 중 ‘달리기 자세’가 포함된다면 어떻게 될까?
올바른 자세로 달리기 위해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의식하게 될 것이다. 팔과 다리가 올바르게 굽혀지는지, 좌우 교차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세세하게 점검하게 되면 도중에 발이 꼬이거나 오히려 과한 동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 더해 만약 많은 사람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면, 공적 자기의식 또한 과하게 불러일으켜 더욱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이러한 자기의식의 기질적인 차이가 choking under pressure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자 Baumeister(바우마이스터)의 연구들에 따르면, 기질적으로 자기의식 정도가 낮은 사람들이 평소 자기의식 정도가 높은 사람들에 비해 choking under pressure에 취약하다.
그의 연구에서 심리적 압박감이 없는 상황에서는 기질적으로 높은 자기의식을 가지는 것이 숙련되고 익숙한 과제의 수행 능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러운 일련의 과정을 하나하나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은 결과와 성과를 요구하는 상황적 압박이 주어지면, 기질적으로 낮은 자기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choking under pressure에 더욱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상황적 압박이 아닌 금전적 보상을 제공한 때도 마찬가지였다. 중요한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자기의식을 하게 됨으로써 더욱 과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기의식과 choking under pressure의 신경심리학적인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2부에서 계속-
참고문헌
1) 정정엽. (2023.11.10.). 압박의 상황에서 일을 능률적으로 하는 법, 여키슨-도슨 법칙. 정신의학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908
2) Baumeister, R. F. (1984). Choking under pressure: self-consciousness and paradoxical effects of incentives on skillful perform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46(3), 610.
3) Yu, R. (2015). Choking under pressure: the neuropsychological mechanisms of incentive-induced performance decrements. Frontiers in behavioral neuroscience,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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