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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A ]



길을 가다가 잠깐 들린 드럭스토어나 편의점에서, 계획도 없던 물건을 잔뜩 사서 나온 경험이 누구나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딱 하나만 사려고 들어갔을 뿐인데,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두 손 가득 과소비를 하고 나온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최저가라고 광고하거나, 유명 인플루언서가 추천하는 상품을 보면, 어느새 결제창에까지 넘어가 있다. 매번 바닥난 통장 잔액을 보며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일을 벌이고 후회하게 된다.

 

이처럼 예기치 않게 이루어지는 '충동구매'는 단순히 즉흥적인 소비의 결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는 단순히 "사고 싶어서" 산 것이 아니라, 심리적 상태와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 결과이다.



충동구매의 원리



충동구매는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월터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은 인간이 장기적인 보상보다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성은 소비 상황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오늘만 최저가'와 같은 광고 문구는 소비자에게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여 구매를 유도한다. 또한 쇼핑몰이나 온라인 플랫폼에서 '세일', '한정판', '할인' 등의 시각적 자극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며 충동적인 소비 행동을 촉진한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소비자가 계획에 없던 물건을 구매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

 

이와 더불어 충동구매는 순간적인 감정적 해소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 즉 '감정적 소비'는 소비자가 불안하거나 우울할 때 자주 나타난다. 사람들이 스트레스 상태에 있을 때, 감정적으로 만족을 줄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커진다. 소비는 일종의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충동구매는 종종 감정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충동구매로 인한 순간적인 쾌감 뒤에는 반드시 죄책감이 따르게 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비교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타인과 비교하면서 결정을 내린다. 현대 사회에서는 SNS나 광고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소비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때 다른 사람들이 사는 물건이나 브랜드가 자신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껴지고, 이를 소비하고자 하는 충동이 강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적 동조'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상품을 나도 사고 싶고, 나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결국 다른 사람들과 같은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낀다. 



충동구매를 제어하기 위한 방법



충동구매를 제어하기 위한 가장 쉽고, 중요한 방법은 '필요한 것만' 사는 것이다. 오늘까지만 최저가라는 상품, 내 기분을 나아지게 해 줄 것만 같은 상품, 혹은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가지고 싶은 저 상품이라도 진정 필요하다면 구매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충동구매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구매한 상품의 가격과 그 상품이 나에게 주는 가치에 불균형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불균형이 생기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게 된다면, 미리 예산을 세워두거나 구매 목록을 작성해 충동구매를 예방할 수 있다. 또는 자극적인 광고나 SNS 사용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나 일시적인 유혹에 빠져 계획에 없던 물건을 사게 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충동구매를 통한 순간의 만족감에 비해, 그로 인한 후회와 부담은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충동적인 구매를 제어하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심리와 소비 환경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동적인 구매가 아닌 계획적인 구매를 지향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재정적 안정과 심리적 만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성영신, 이응천, 최현덕, 김지연, 민승기 (2012). 충동구매 심리: 구매 전 제품가치경험과 충동/절제 활성화의 역할. 한국심리학회지: 소비자·광고, 13(1), 1-23.

2) 안승철 (1996). 충동구매 소비자의 구매행위와 심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 대한가정학회지, 34(4), 1-19.

3) 김효정 (2005). 대학생 소비자의 충동구매행동에 관한 연구. 한국생활과학회지, 14(6), 973-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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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1-08 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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