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현
[한국심리학신문=조승현 ]
올해 대학교에 입학하며,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타인과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필자의 학교는 1학년 일 년 동안, 의무적으로, 매 학기 무작위로 배정되는 방에서, 무작위로 뽑힌 룸메이트와 한 학기 동안 함께 지내야 한다. 방도 매 학기 바뀌고, 함께 방을 쓰는 사람도 바뀌는 것이다. 처음에는 온갖 ‘빌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이 참 많았는데, 어느새 1년간의 생활이 끝났다. 전반적으로 걱정과는 달리 즐겁고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힘든 점들 역시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변화된 환경에서의 수면이었다. 처음 들어간 방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보내는 첫날 밤은 언제나 잠을 설쳤던 것 같다. 1학기 때는 처음이라서 그러려니 했지만 2학기 역시 매한가지였다. 학기 중반에 접어들수록 적응해서 그나마 괜찮아졌지만, 집에서만큼 푹 잔 기분은 도무지 들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잠에 들기 힘들었고, 잠을 자는 중간에 계속 깨기도 했다.
학기 초반, 수면을 통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일상생활 중에 계속 졸음이 몰려왔고 하루 종일 피곤한 상태가 이어졌다. 수면 리듬이 엉망이 되기도 했고, 불규칙한 생활과 피로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졌다. 심할 때는 일상에서의 전반적인 사고가 부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스스로도 느껴졌다.
첫날밤효과란?
이처럼 항상 잠을 자던 장소가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 잠을 잘 때 설치게 되는 현상을 ‘첫날밤효과(first night effect)’라고 한다. 기질적으로 예민한 사람에게서 자주 관찰될 수 있는데, 이는 바뀐 장소가 소음이나 부적절한 조명 및 온도에 의해 수면을 방해받는 ‘환경성 불면증’과는 약간 다르다. 어둠 속 안락한 침대처럼, 적절한 수면환경이 갖춰졌음에도 잠에 들지 못하는 경우 등이 첫날밤효과의 예시이다.
이는 정신적인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을 수 있다. 장소를 옮겼을 때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심리적 변화에 의한 것이다. 매우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위 현상은 ‘조건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잠에 드는 침실의 환경은 알게 모르게 수면 행위와 ‘조건화’되어 있다. 그 상태에서 갑자기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잠에 들도록 유도하는 조건이 사라지고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된 것이므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장소를 옮겨서가 아니라 평소 의식하지 못한 채로 갖고 있던 수면장애가 다른 장소에서 잠을 잤을 때 심하게 자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일시적인 것이라고 간과하고 그냥 지나쳤다가는 만성적인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양질의 수면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잠을 깊이 잘 수 있는 환경인지 살펴보자. 적절한 조도, 온도가 필요하다. 밝은 조명은 숙면의 적이니 귀찮아도 불은 끄고 자도록 하자. 다만 너무 어두컴컴한 분위기만 유지하기보단,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해가 잘 드는 방이 좋다. 온도의 경우 주변 환경이 섭씨 23~28도 정도일 때 잠을 가장 잘 잘 수 있다고 하니 여건이 된다면 온도를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 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기숙사 침대 크기에 맞춰 침구를 모두 새로 구입했기에, 베개를 하나 더 들고 가기엔 짐이 너무 많아져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원래 쓰던 ‘룸 스프레이’와 ‘인형’이다. 기존 환경에서 애용하던 물건들을 가져가 익숙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이 방법을 적용해 본 이후에는 이전보다 편안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
실제 필자의 기숙사 침대 사진
마무리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잠을 설치는 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현상이다. 특히, 설레는 마음으로 간 여행지 숙소에서 잠을 푹 못 자서 여행 내내 피곤하다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날부터, 일상까지 양질의 수면은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본인이 첫날밤효과로 고통받은 적이 있다면, 제시한 방법을 통해 첫날밤효과를 극복해 보자.
*참고문헌
1) 대한수면연구학회. 수면정보. 수면검사: 수면다원검사.
URL: https://www.sleepnet.or.kr/sleep/check?content=PSG
2) 집 떠나면 잠 설치는 이유는?. 조선일보. 2007.
URL: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06/20070806002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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