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김나윤 ]



당신이 어떤 기업의 채용 담당자라고 생각해 보라. 한 지원자의 합격·불합격 여부를 두고 당신은 고민하고 있다. 지원자의 스펙과 자기소개서는 흠잡을 곳이 없다. 다만 한 가지 특이 사항이 있다. 바로 그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사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누군가에게 취업의 문은 더 좁다



지적장애가 있는 자폐인과 지적장애가 없는 자폐인의 지속된 취업과 가족관계, 일상생활 능력(Daily living skills) 등 다양한 요인의 관계를 연구한 논문 에 따르면, 평균 지능을 가진 자폐인들 중 18개월 이상의 지속된 직업 활동의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24.7%, 지적장애를 가진 자폐인들은 14.3%로, 지능이 직업 활동을 지속하는 데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신경다양인은 취업 시장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으며, 이들이 직업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고용인의 시혜적인 도움, 혹은 국가의 복지만이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Splinter skill이라 불리는 신경 다양인 만의 두드러지는 능력,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독특한 방법, 창의력 등이 이점이 되기도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들이 가진 단점은 때때로 차별화된 장점이 되기도 한다. 




단점을 뒤집으면 장점이 된다




예를 들어, 자폐가 있어 식재료와 도구 정렬에 집착하는 가상의 셰프 A가 있다. 그는 주문이 밀릴 때도 식재료와 도구의 정리와 같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중요하지 않은 일에 몰두하느라 서빙이 지연되는 문제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최선의 방법에 집착하고, 항상 정확하고 엄격하게 요리해 최상의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의 성과를 가질 수 있다. 



 앱 개발자 B는 자폐의 대표적인 특성인 고정된 관심사(fixated interest)를 갖고 있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온 에너지를 쏟는다. 그는 최선의 방법에 집착하느라 일의 진전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그만큼 성과가 좋다. 

 

해당 예시들은 가상의 예시이지만, 실제로 자폐의 대표적 증상인 Insistence on Sameness, Fixated Interest는 직업적 성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신경 다양성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신경 다양인의 특이한 행동은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절한 환경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발전할 수 있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신경다양인을 채용하는 빅테크 기업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인재 발굴을 위해 신경 다양인 친화적인 채용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자폐인의 약 10%는 기억력 혹은 집중력이 매우 높은 splinter skill을 가진 서번트 증후군을 가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테크 업계에서 인재를 발굴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신경다양인의 채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지역별 자폐 아동 비율을 보면,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가 타지역보다 더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 중 자폐인이 상대적으로 많으며, 이들의 자녀에게 유전적으로 전달된 것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신경 다양성 채용 프로그램(Neurodiversity Hiring Program)을 실시해 채용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업무를 미리 경험하게 해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이 어려운 자폐인의 직무 적응을 돕는다. 경직된 면접 장소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신경다양인의 능력을 잘 발견하기 위해 면접 또한 formal/ informal 두 가지 환경에서 실시한다. 

 

또 IBM은 신경다양인의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Specialisterne Foundation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VM ware는 신경 다양성 포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 



지구상에 이토록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고, 같은 종 내에서도 모두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살아남기 위함이다. 다양성은 예기치 못한 외부의 변화에도 전체 집단의 생존력을 높여준다. 이는 비단 생태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 또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인적 지원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자폐, ADHD 등과 같은 신경 다양인들은 일반적인 근무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적절한 조건이 갖춰진다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직무 세계에서의 다양성이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1).10 Companies Leading the Neurodiversity Movement in Tech . (2022). https://www.bestcolleges.com/resources/companies-leading-neurodiversity-movement-tech/. 

2). Chan, W., Smith, L. E., Hong, J., Greenberg, J. S., Lounds Taylor, J., & Mailick, M. R. (2018). Factors associated with sustained community employment among adults with autism and co-occurring intellectual disability. Autism :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research and practice, 22(7), 794–803. https://doi.org/10.1177/1362361317703760 






지난 기사보기

그 사람이 싫은 이유는 냄새 때문? 당신이 몰랐던 후각의 심리학

[행복 1부] 당신의 뇌는'팝콘 브레인'인가요? 숏폼이 주는 짜릿하지만 위험한 행복

[행복 2부] 당신의 행복을 스크린에 가두지 마세요

“케이크를 똑같이 나누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우리가 모르는 경계선 지능인의 이야기

"동료 20%가 당신과 다시 일하기 싫어합니다" 양날의 검, 다면평가

00에서 공부하면 시험에 더 유리하다? 맥락일치효과

'인정하면 편해' ... 비관적 낙관주의로 고통을 바라보는 법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나니

피드백도 기술이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9522
  • 기사등록 2025-01-13 17:32: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