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
[한국심리학신문=신지아]
모순된 두 가지 마음
우리는 혼자 있으면 외롭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피곤한 내적 갈등을 마주합니다. 나를 내버려뒀으면 좋겠으면서도,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두 상태를 모두 원하는 것이죠. 이렇게 된 원인에는 트라우마, 배신에 대한 상처 등이 있습니다. 그럼, 애초에 아무와도 교류하지 않으면 될 텐데 왜 이런 마음을 갖는 걸까요?
연속된 고슴도치 딜레마
친밀감에 대한 욕구, 그러나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오스트리아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저서 <집단 심리학과 자아의 분석>에서 쇼펜하우어의 고슴도치 우화 소개 이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소속감에 대한 욕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합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집단에서의 추방은 곧 외부 위험에 노출돼 죽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인관계 문제가 생기면, 뇌는 위기 경보를 발령합니다. 이는 대인관계 문제를 몸이 아플 때만큼 생존에 큰 위협이 생긴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고립이 죽음을 뜻하지 않지만, 마음의 건강에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에 따르면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인간관계를 뒤로 하고 혼자 살기 어렵습니다.
싫은데 좋아해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저 사람의 모든 문제를 자신이 떠안아야겠다고 생각하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상대의 독립성이 무시된 애정은 갈등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사랑은 집착과 구속으로 작용해 상처를 남기기도 하는데요, 이 또한 고슴도치 딜레마와 관련 있습니다.
영국의 소아과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캇(Donald Winnicott)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양면성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느끼는 자립과 일체감의 양면성은 고슴도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서로 따뜻하게 모여 체온을 유지하고 싶지만, 뾰족한 바늘로 인해 서로 가까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관계는 서로 상처를 입히며 발생하고, 상처 입지 않기 위해서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1인 가구 증가, 코로나로 인한 독립성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현대형 고슴도치들이 늘어난 원인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히키코모리'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히키코모리는 오랜 기간 사회와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말합니다. '은둔형 외톨이'로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이들은 회피성 성격장애 증상이 명확하게 보이고 증상이 심해지면 집이나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실제로 상처받았을 때 심술을 부리고 금방 삐뚤어질 수 있는 인간이지만, 새로운 인연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도 여전히 갖고 삽니다. 한 번 외톨이가 된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귈 기회가 오면 열린 마음이 된다고 하죠.
그러나 현실의 인간관계에서는 가시에 찔리더라도 온기를 갈망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따뜻함을 나눌 대상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모난 마음도 너그럽게 바뀌기 마련이죠.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내 옆의 외로워 보이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출처
1) 최고야 기자, "외로움 싫지만 상처받기도 싫어” 인간관계가 어려운 ‘고슴도치딜레마’[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2023.11.20, 동아일보,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31116/122219532/1
2) 장승용 정신의학과전문의, "[고슴도치 딜레마]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가고 싶지 않습니다", 2023.09.14, 정신의학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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