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A
[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A ]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질까?"
해가 거듭될수록 시간이 점점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매년 새해를 맞을 때마다, '올해는 유독 빨리 지나갔네' 생각하곤 한다. 어릴 때는 하루가 길고, 방학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성인이 되어서는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게 시간이 아니었던가. 도대체 왜 모든 사람들은 같은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그 시간을 다르게 느끼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시간에는 절대적인 흐름이 존재하지만, 각 개인이 느끼는 상대적인 시간은 나이와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시간 지각은 객관적으로 일정하더라도 주관적으로는 빠르게 느껴지기도, 때로는 느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원인 1: 새로운 경험과 기억의 밀도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기억의 밀도와 깊이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하루하루가 새로운 경험의 연속으로 채워진다. 학교에 가는 첫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순간, 처음 배우는 지식 등은 모두 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시간을 길고 풍부하게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일상은 반복되고,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면서 뇌에 가해지는 새로운 자극이 줄어든다. 이러한 변화가 시간의 흐름을 단조롭고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특별한 사건 없이 일주일,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여행이나 특별한 모임처럼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많았던 주는 더 긴 시간으로 인식된다. 이는 뇌가 새로운 경험을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느껴지는 것이다.
원인 2: 뇌의 신경학적 변화
나이가 들수록 뇌에서 도파민의 분비량이 감소하는 것도 시간이 더욱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원인 중 하나이다. 도파민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흥미와 시간 지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교적 젊을 때는 도파민이 활발하게 분비되어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도파민의 분비량이 줄어들어 익숙한 환경에 무덤덤해지고, 새로운 경험에 대한 반응도 둔해진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상적인 시간 흐름이 단조롭게 느껴지고, 상대적으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인식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뇌 신경망의 신호 전달 속도가 느려지는 것 또한 시간 지각에 영향을 미친다. 신경망이 복잡해지고 전달 경로가 길어지면서 정보 처리 속도가 감소하는데, 이는 새로운 자극을 처리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게 한다. 특히 반복적인 일상을 지속하는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원인 3: 시간의 상대적인 비율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나이에 따른 시간의 상대적 비율의 변화이다. 10살 아이에게 1년은 자신의 삶 전체의 10%에 해당하지만, 50살 성인에게 1년은 단지 2%에 불과하다. 이처럼 나이가 들수록 1년이라는 시간은 전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욱 짧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에는 하루하루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새로운 경험도 많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이가 들수록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루가 전체 삶에 미치는 비중은 작아져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 지각의 차이는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린이에게는 방학 한 달이 지루하고 긴 시간이지만, 성인에게 같은 한 달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시간이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는 절대적인 속도는 같지만 사람마다 해당 시간이 자신의 일생에서 차지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린이의 삶에서 한 달이 차지하는 비율은 성인의 삶에서 한 달이 차지하는 비율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비율을 차지하여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빠르게 지나갈수록 소중히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루하루를 무심코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그 속에서 놓치는 소중한 순간들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그저 흘러 버리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처음에는 신기하고, 행복하고, 소중했던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올 한 해는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말고, 그 속에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 사물들에 더욱 관심을 가져 보자.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 생각, 행동이 모여 결국 우리의 삶을 구성한다.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소중함을 발견하고, 그 소중함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빠르게만 느껴지는 시간이라도, 그 속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삶을 살아가 보도록 하자.
참고문헌
1) 강성주, & 이소영. (2016). 기억과 시간 지각의 상관성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 28(3), 201-218.
2) 김민호. (2018). 나이와 시간 지각의 변화. 심리학 연구, 34(2), 14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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