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윤재현 ]


우리는 종종 "커피 수혈이 필요해" 나 "식후 커피지"와 같은 표현을 통해 커피를 자주 마시는 한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10cm의 <아메리카노>라는 노래나 드라마 속 커피숍 장면 등 다양한 예술 작품에서도 나타납니다. 특히 뉴스 기사에서 "적당한 (블랙) 커피가 신진대사와 인체에 유익하다"는 내용을 접하면, 일부 한국인들은 커피를 즐기는 이유를 정당화하며 카페인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최근 10년 동안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같은 표현은 젊은 세대뿐 아니라 나이든 세대와 외국인들까지도 널리 알게 된 유명한 용어가 되었다. 이렇게 커피는 한국인에게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아이스 커피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한국 사람들은 아이스 음료(커피)를 많이 마실까?


유명 커피 브랜드들(스타벅스, 할리스커피, 메가커피, 컴포즈커피)에 따르면, 추운 1월에도 아이스 커피의 판매량이 뜨거운 커피보다 더 높았다고 합니다. 특히, 스타벅스 코리아의 아이스 음료는 전체 음료 매출의 약 80%를 차지했으며, 할리스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소비층이 10대에서 30대의 젊은 연령대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브랜드 관계자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많이 팔린 이유로, 고물가 시대에 카페에서 가장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아이스 음료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뜨거운 음료는 식혀 마셔야 하는 반면, 아이스 음료는 즉시 마실 수 있어 직장인들에게 더 효율적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차가운 음료는 신체적, 심리학적으로 안 좋다?


많은 의학계 종사자와 과학자들은 차가운 음식을 피하라고 권장해왔습니다. 차가운 음료는 식도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음식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소 편두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두통을 더 심하게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체적인 영향 외에도, 차가운 음료는 심리적인 면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연구에서는 음료의 온도가 개인의 성격과 대인관계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대표적으로 윌리엄스와 바그 (Williams & Bargh, 2008)는 신체적 따뜻함이 대인 관계와 첫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든다고 보고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커피를 각각 주고, 이후 대상자의 성격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뜨거운 커피를 받은 사람들은 대상자가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성격이라고 판단한 반면, 차가운 커피를 받은 사람들은 대상자를 냉정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한, 따뜻한 커피를 받은 참가자들은 더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발견되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물체와 음료의 온도가 불만 제기 가능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차가운 온도의 경우 참가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확률이 더 높았으며, 따뜻한 온도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불만을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이 결과는 긍정적인 상황에서 나타난 것이었으며, 대기줄이 길거나 다른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뜨거운 물체보다 차가운 물체가 덜 불만을 일으키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체온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는 참가자들이 긴장해 몸이 차가워질 수 있는데, 이때 따뜻한 음료나 물체가 긴장을 풀어주고 불만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이미 부정적인 상황을 경험한 후에는 체온이 높아진 상태에서 더 높은 온도를 접하게 되면, 따뜻함이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바쁜 현대 사회에서 커피 섭취를 줄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카페인과 커피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몇몇 연구에서 커피가 암 예방이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과도한 섭취는 부작용이나 다른 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 1잔, 많아도 3잔 정도로 권장량에 맞춰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얼죽코'(얼어 죽어도 코트)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올 겨울은 작년보다 더 추워지고 독감 환자도 급증하고 있으니, 이번 겨울에는 내외적 건강을 위해 차가운 커피보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출처]

1) Anderson, C. A., Anderson, K. B., Dorr, N., DeNeve, K. M., & Flanagan, M. (2000). Temperature and aggression. I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32, pp. 63-133). Academic Press.

2) Wei, W., Ma, J., & Wang, L. (2015). The ‘warm’side of coldness: cold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in negative contexts. British Journal of Social Psychology54(4), 712-727.

3) Williams, L. E., & Bargh, J. A. (2008). Experiencing physical warmth promotes interpersonal warmth. Science322(5901), 606-607.

4) Sissons, B. (2019). Is drinking cold water bad for a person? MedicalNewsToday. 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325038

5) 김보경. (2023). 한국인의 '아아' 사랑, 저가 커피 시장에서 빛났다. 매경헬스. https://www.mkhealth.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858

6) 이소라. (2023). 한국인은 '얼죽아'…추운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는 이유.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22717480004469

7) 박선민. (2023). "얼어 죽어도 아이스"… 외신도 주목한 한국인의 '아아' 사랑.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2/11/BWS22S377BBKVFBNPPIL4US6VY/

8) 김현주. (2024). “설마 이 정도였어?”…매일 커피 3잔 마셔야 하는 이유. 세계일보https://www.segye.com/newsView/20241119503435?OutUrl=naver






지난 기사보기

(올림픽 특집) 내가 경기에서 이긴 비법이 궁금해?

“내가 너에게 홀린 걸까? 네가 나에게 홀린 걸까?” – 스톡홀름 증후군과 리마 증후군

나는 ‘유전무죄’ 입니다. 내가 무죄를 받은 이유가 궁금해?

내가 동경하는 당신을 따라해봐요! – MZ세대의 소비 문화

숨막히는 아름다움: 당신은 스탕달 신드롬에 대해 아십니까?

혹시 졸업만을 기다리며 학교를 다니고 있나요?

나는 왜 마름을 추구하는가?

모든 사람에게 다중인격적인 성향이 있다고?

공부 잘하는 것도 유전이라고?

나 진짜 아프다고! – 꾀병 사실 진짜 아픈 거일 수 있다?

나는 왜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영화 <위키드>를 통해 알아보기)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9572
  • 기사등록 2025-02-03 11:42:5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