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현
[한국심리학신문=이채현 ]
‘지금은 AI의 시대’라고 할 만큼 AI의 성장은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대부분의 산업과 일상에 침투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AI의 영향력은 미술계 또한 벗어날 수 없다. 도슨트는 문화 예술 공간, 전시 공간에서 전시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해설을 담당한다. 다른 산업들에 AI가 결합한 것처럼 이제는 AI가 작품을 설명해주는 AI 도슨트가 등장하였다.
AI 도슨트 '큐아이'
문화 예술 공간에서의 AI 도슨트
사람이 맡은 도슨트는 사전 예약이 이루어져야 하고 정해진 시간에 들어야 한다는 불편이 존재한다. AI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며, 특히 COVID –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이후 사람 간의 접촉이 불가해지면서 사람을 대신하는 AI 도슨트의 필요가 대두되었다.
국내 사례에서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전국 주요 문화 공간과 전시 시설 13곳에서 AI 도슨트 ‘큐아이’가 활동하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의 로봇 도슨트,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의 스마트 도슨트 등 박물관 미술관 사업에서 AI 도슨트의 도입 시도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AI 도슨트와의 경쟁 속, 인간 도슨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러한 AI 도슨트 사업의 계속된 발전으로 사람이 하는 도슨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가 생겨나기도 한다. 현재로서는 AI 도슨트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꾸준한 기술적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기에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AI 도슨트와 인간 도슨트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감정, 정서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도슨트는 전시 해설의 방식 혹은 내용에 따라 관람객의 다양한 반응을 체크하고, 적절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활용하며 관람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물론 AI 로봇들도 인간과 흡사한 외형, 감정표현, 제스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람의 반응을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해설에 대한 공감, 이해, 정서적 반응을 판단할 수 있다. 예술 작품의 정보 전달이 아니라 감성을 건드리고 정서적인 연결을 도모하는 것은 인간이 AI 도슨트보다 강점을 가지는 영역이다.
감정을 가진 AI에 대한 거부감
그렇다고 AI가 완전히 기계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의 소통을 위해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여 인공지능의 행동에 적용시킨 교감형 AI가 있다. 하지만 AI의 감정은 모방 학습, 데이터화하여 입력된 결과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본질적인 정서까지 건드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과 로봇 간의 대립을 다룬 영화 <터미네이터>
AI가 감정을 가질 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금까지 로봇(AI)가 감정을 가졌을 때 벌어지는 비극, 전쟁, 인간과의 대립을 다룬 영화들이 셀 수 없이 만들어졌다. 기계가 감정을 가질 때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간의 공포 인식과 거부감을 엿볼 수 있다. 기술적 한계도 존재하지만, 감정을 가진 기계에 대한 인간의 거부감은 인간과 AI가 깊은 정서적 상호 관계를 맺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론
인간의 정서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욕구
반면 인간의 삶에서는 정서와 감정, 관계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론에 따르면,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존재한다.
매슬로우의 욕구 위계론에 따르면,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 이러한 욕구들이 인간이 어떠한 행동을 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를 일으키며, 인간의 평균적인 속성이다. 이중에서도 안전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는 인간의 본질적인 관계와 소속에 대한 욕구와 필요를 알 수 있다.
자기 결정성 이론
나아가 자기 결정성 이론에서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고난 본질적인 세 가지 근원적인 심리적 욕구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든다. 자율성은 내가 나의 삶을 주도적으로 선택, 가치 판단 하는 것이고 유능성은 나의 가능성을 향상시키고 재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욕구이며 관계성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욕구이다. 이들이 잘 충족될 때 높은 성취, 웰빙 등을 이룰 수 있다.
도슨트에게 필요한 정서를 자극하는 큐레이션
그 중 관계성의 전제는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연결하여 상호작용하고, 독립적인 한 개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웰빙이 핵심이 된다. 이것이 AI 도슨트가 인간 도슨트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이다. 인간은 결국 사람과 관계를 맺고 정서적으로 연결되기를 원하는 존재로서 인간 도슨트와 관람객은 작품을 통해 함께 상호작용하는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관람객과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도슨트의 심리적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의 역할은 단순한 작품의 정보 전달이 아니라 관람객과의 감정적인 경험의 교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의미를 해석하고 때로는 제작자나 관람자가 몰랐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큐레이션 능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전혀 연결되어 있지 않는 것 같은 요소들의 연결고리를 찾아, 그들에게 필요한 점을 찾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미술사를 통해서 작품에 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때로는 사람들의 삶과 경험, 공감 요소들과 연결시켜서 새로운 메시지와 의미를 부여시켜 주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도슨트들이 갖추어야 할 큐레이션 태도이다.
AI가 인간의 일을 차지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AI 도슨트와 인간 도슨트의 경쟁 구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보다는 각자 적재적소의 역할을 수행하며 공존하는 방향이 최선일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이 하는 도슨트가 AI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인식하고 관람객과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강화시킬 수 있는 도슨트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안형기, 위상희. (2023). 홀로그래피 기술을 활용한 AI 도슨트 제안. 한국콘텐츠학회 종합학술대회 논문집. 2023권(5호), 197-198.
2) 변하정, 최권택. (2023).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미술관 가이드 AI 도슨트. Proceedings of KIIT Conference. 2023권(11호), 869-872.
3)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조명현 교수, 인간의 동기 강의.
4)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화유산융합학부 신상철 교수, 미술사란 무엇인가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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