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한국심리학신문=박소영 ]
친구와 다툰 날, 직장에서 한 소리를 들은 날, 가족과 사이가 안 좋은 날, 애인과 갈등이 생긴 날. 혹시 이러한 일을 겪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또는 자기 전 계속 생각이 나지는 않는가. 오고 갔던 대화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든지, 상대방의 표정과 행동이 계속 생각난다든지, 내가 어떻게 더 잘 되받아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지 스스로한테 짜증 나고 화가 나는 순간은 없었는지. 이러한 경험을 해보았다면, 생각의 되새김질, 또는 반추라고 불리는 현상을 경험한 것이다. 필자 또한 하루 중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그 사건을 생각하며 지배당하고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것을 많이 경험하는데, 마치 나의 시간과 감정이 그때로 멈춰있는 것처럼 머릿속의 작은 영화관이 똑같은 장면을 재생하며 괴롭게 만든다.
반추증 (영어로 Rumination)이라고 하는 심리 현상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반복적으로 머무는 것을 말한다. 이미 많은 연구 결과가 나타났듯이, 안 좋은 생각과 감정이 지속된다면 우울증, 불안, 강박증 그리고 식이장애와 같은 여러 정신건강에도 문제가 된다 (Alderman et al., 2015). 때문에, 반추증은 그의 증상을 잘 이해하고 어떠한 문제들이 특히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지배하는지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APA, 2020).
먼저, 반추증의 증상으로 한 문제를 몇 분 이상 집중하여 생각하고 있을 때, 문제를 겪고 나서 원래보다 더 기분이 나쁜 것을 느낄 때, 수용하거나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나 그러기 위해 집중이 되지 않을 때, 그리고 해결책에 가까워지지 않을 때와 같이 있다. 물론, 누구나 갈등이나 갑작스러운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받아들이기 어렵고 생각이 맴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반추증을 경험할 때,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하면 어떠한 뾰족한 수가 나오겠지, 또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다른 이들보다 반추증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데, 이는 완벽주의자와 같은 성향이나, 자존감이 이미 낮아진 사람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 그리고 걱정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Scott, 2022).
흔하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상담 때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는 내담자를 많이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에 머물며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을 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믿음으로 번지기도 한다. 관심 있는 사람과 데이트하다가 갑자기 차인다면 그 부정적 생각에 계속 머물며,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 “왜 나는 다른 사람한테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거지?”와 같은 깊은 생각에 갇힐 수도 있다. 위의 예를 가지고 상담 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떠한 기억이 가장 생생하게 머릿속에 재생되는지 살펴보며 그 기억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지 찾아가 볼 수 있다.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어려운 순간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스스로에게 더 나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을 해보며 긍정 언어로 기억을 다시 쓰는 것이다. (APA, 2020).
이 외, 반추증을 이겨낼 수 있는 몇몇 방법은 자신이 즐겨하는 취미활동으로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회피하는 방법이다. 생각해 봤자 도움이 안 되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을 더 깊은 우울증과 불안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다. 또, 이전에 어려운 일이 있었을 때 해결할 수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적어 보는 방법이 있다. 자존감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을 이전의 경험에서 배웠던 시선을 통해 더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는 방법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지지를 얻고 생각을 건강한 대화와 사회적 지지를 통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기 생각을 세부화시켜 하나하나씩 질문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생각이 사실인지, 어떤 생각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해가 되는 생각인지 고민해 보며 최대한 스스로에게 내리는 비판 대신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을 찾아보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반추증을 극복하는 데 중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1) Alderman, B. L., Olson, R. L., Bates, M. E., Selby, E. A., Buckman, J. F., Brush, C. J., Panza, E. A., Kranzler, A., Eddie, D., & Shors, T. J. (2015). Rumination in major depressive disorder is associated with impaired neural activation during conflict monitoring.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9, 269. https://doi.org/10.3389/fnhum.2015.00269
3) Scott, E. (2022). What Is Rumination? VeryWellMind. https://www.verywellmind.com/repetitive-thoughts-emotional-processing-or-rumination-314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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