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우
[한국심리학신문=송연우 ]
지난 2023년 5월 31일 새벽 오발송된 위급재난문자. 내용이 심각한 만큼 당시 시민들의 불안감은 매우 컸다.
삐이이······. 고막을 찢는 듯한 기계적인 불협화음 같은 소리. 새벽에 울리는 긴급재난문자 알림음에 잠을 설쳐본 사람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그 소리가 얼마나 소름 끼치는지.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한들, 공포는 학습되어 경보가 울릴 때마다 불안은 깨어난다.
지난 7일 새벽, 충청북도 내륙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하여 긴급재난문자가 전 국민의 휴대전화를 울렸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진동이 느껴지지 않았으며, 긴급재난문자 알림이 오히려 공포를 가중했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이에 긴급재난문자 알림 음향을 무음으로 변경하거나 문자 수신을 거부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네티즌들의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왜 긴급재난문자 알림음은 유독 무섭게 느껴지는 것일까?
소리와 소음
소리는 발생원의 진동면에서 높고 낮은 파동이 생긴 공기 압력이 발생원으로부터 전파되면서, 귀에 닿아 청각을 자극할 때 느끼는 청각 감이다. 소리의 세기는 데시벨(㏈)을 통해 측정하며, 주파수(Hz) 값에 따라 음의 고저가 다르다.
소음은 사람이 원하지 않는 음, 불쾌감 혹은 피해를 주는 비주기적 소리며, 청각과 심리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소음에 노출되면 정신적으로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증가하며, 신체적으로는 내분비의 교란, 내장 장애 및 두통이 발생한다.
소음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하나는 그 크기이며, 다른 하나는 그 지속 기간이다. 동일한 크기를 가진다 해도, 연속적인 것보다 단속적인 충격음이 더 큰 부담을 준다. 다양한 주파수가 섞인 일반 소음보다 주파수의 순음이 더욱 불쾌하다.
경고음
경고음은 각성도, 위급도, 몰입도 총 세 가지 요소로 구분된다.
1) 각성도 (The degree of arousal)
각성은 외부 자극에 따른 효과이자 이용자의 반응 정도를 의미한다. 각성의 발현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하며, 그 반응인 각성도에 따라 이용자의 인지도와 감정이 변화한다. 외부 자극의 내용에 따라 각성도는 달라지며, 자극적이거나 위험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 더 높은 각성도를 유발한다.
2) 위급도 (The degree of urgency)
위급도는 외부 자극으로 인지할 수 있는 위협, 공포감, 취약도, 긴급성으로 정의한다. 경고음의 주기가 상승할수록 위급도는 높아지며, 주파수와 강도가 증가할수록 각성도 또한 높아진다.
3) 몰입도 (The degree of immersion)
몰입도는 외부 자극에 집중하여 느끼는 정신적, 신체적 흥분이다. 외부 자극이 반복될수록 이용자의 몰입도가 강화되며, 평균 이상의 몰입도는 공포심을 비롯한 감정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긴급재난문자 알림음, 소음과 경고음 간의 관계
미국의 긴급 경보 체계 로고이다.
미국은 1963년부터 긴급경보방송(EBS: Emergency Broadcast System)을 실시하였다. 이후 1995년 FCC, NOAA, FEMA 등이 협의하여 현재의 재난경보 방송(EAS: Emergency Alert System)으로 전환하였다.
미국 재난경보 방송은 두 개의 다른 색조 신호를 주 음성 채널을 통해 동시에 방송한다. 이는 청취자에게 불쾌감을 주기 위해 960Hz의 주파수와 853Hz의 주파수로 구성된다. 한국도 이를 채택하여 긴급재난문자 알림음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알림음은 소음이자 경고음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다한다.
첫째, 행정안전부가 정한 ‘재난 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 규정’에 따라 최소 40데시벨(㏈) 이상의 크기를 가진다.
둘째, 발생 시기를 예측할 수 없는 단속적인 충격음에 해당한다.
셋째, 반복적인 긴급재난문자 전송을 통해 위험하고 긴급한 내용을 알리는 소리로 국민에게 인지되었기에 경고음의 기준인 각성도, 위급도, 몰입도 모두를 충족한다.
이처럼 긴급재난문자 알림음은 결코 반가울 수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고 대피를 도움으로써 우리의 안전을 지킨다. 무서워도 조금 덜 싫어해 보는 건 어떨까. 나름 본연의 목적을 잘 수행하고 있는 기특한 알림음이니 말이다.
* 참고문헌
1) 강구미. (2020). 사운드 테라피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 우울증, 심리적 안정치유를 중심으로 [석사학위논문, 한양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5482729
2) 김성현. (2017). 주파수별 청각자극에 따른 향 자극의 스트레스 경감 효과 [석사학위논문, 한밭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4382063
3) 권대복. (2014). 지상파 재난경보방송 기술과 현황, TTA Journal No.156, 46.
4) 유성화. (2020). 화재 경고음의 종류에 따른 성인과 노인의 심리음향학 인지 및 뇌파 변화의 비교 [석사학위논문, 한림대학교]. http://www.riss.kr/link?id=T1568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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