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서
[한국심리학신문=이윤서 ]
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재난과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비행기 참사 등 다양한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고, 이에 대한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미디어 등을 통해 자신이 직접 겪은 일처럼 느끼는 경우를 대리 외상 증후군(간접 외상 스트레스)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가 트라우마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재난 대응 전후를 비교했을 때 스트레스 증가 등에 대한 정신 건강 문항에 약 42%의 ‘그렇다’고 답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간접 외상 경험이 개개인에게 대리 외상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명우재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행기 참사와 같은 사건은 많은 국민에게 간접 외상 경험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스스로 도움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으며, 주변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상담이나 치료와 연결해 주면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간접 외상은 일반인과 더불어 현장에서 직접 상황을 직면하는 의료인, 경찰, 소방관 등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심리학적 응급처치: 위기 상황에서의 필수 지식
심리적 응급처치(PFA)는 이러한 트라우마나 위기 사건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인도적이며 지지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다. 이는 심리적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고통을 겪고 있는 누구에게나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심리적 응급처치를 트라우마나 위기사건 직후에 시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심리적 응급처치(PFA)는 행동 원칙 ‘Look, Listen, Link’을 기반으로 물리적이고 심리적 안정을 확인하고 공감을 바탕으로 시행된다. PFA는 외상 증상을 감소시키고 회복 탄력성을 향상해 준다. 대상자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어떤 심리적, 실질적 도움이 필요한지를 파악하여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PFA의 예로는 주변 상황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인지, 시급하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처할 수 있도록 돕기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심리적 응급처치의 중요성은 재난 상황에서 더욱 부각된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재난 관련 인식도 조사에서 재난 경험자는 재난 후 심리적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김주현(2023)의 연구에서도 심리적 외상에 노출되는 경우 생애에 걸쳐 영향을 주는 만성적 외상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알 수 있다. 특히 소방공무원은 재난 발생 시 화재 및 구조 활동을 하므로 심리적 외상 노출에 취약하다. 계속되는 현장 출동으로 인해 심리적 위축감, 급성 외상 후 스트레스 등이 누적되어 이후의 현장 출동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이들을 위해 현재 안산온마음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재난 심리 회복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용자 수는 각각 16.7%, 40%로 높지 않다. 이는 재난 경험자가 정신건강 서비스나 치료를 받는 것에 부정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또한 센터가 광역시·도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재난 발생 직후 현장에 출동해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소방청의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정신건강 위험군 인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다양한 심리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개별 사건 기억에 대한 고통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외상 사건 노출 후 초기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감소시켜 주고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회복 탄력성을 고려한 심리적 응급처치가 필요하다.
심리적 응급처치(PFA)는 트라우마나 위기 사건 현장의 소방대원, 의료인 등을 포함한 일반인에게 꼭 필요한 지원이다. 특히 외상 후 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고 정신 건강 문제를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전문 심리치료와의 혼동에서 PFA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 즉각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장에 출동하는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PFA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현재의 심리 지원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PFA의 적용과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더욱 건강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문헌
1) 국립정신건강센터. (2023). 심리적 응급처치(PFA) 행동원칙: 보고, 듣고, 연결하기. https://www.ncmh.go.kr/ncmh/board/commonView.do?no=4698&fno=112&depart=&menu_cd=04_01_00_01&bn=newsView&search_item=&search_content=&pageIndex=1
2) 이경욱. (2023). 구호단계 재난심리지원의 현황과 과제. Mental Health & Social Work, 51(3), 157-184.
3) 김주현, & 박상혁. (2023). 소방공무원의 심리적 응급처치 필요성에 관한 연구. 국제문화기술진흥원, 385-390.
4) 노진섭. (2025, 1월 12). 트라우마의 시대 ‘심리적 응급처치’ 이런 행동이 필요하다. 시사저널.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20765#google_vignette
5) 이승연. (2025, 1월 16). 참사 한달, 심장마비처럼 심리적 기능 마비.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50114151300505?input=1195m
6) 국가트라우마센터. (2024). 2024 재난대응인력 정신건강 및 소진 실태조사 보고서. 국가트라우마센터.
7) 김주현. (2023). 소방공무원의 심리적 응급처치 필요성에 관한 연구 :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한 소방공무원을 중심으로. 우석대학교 국방정책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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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서 대리 외상 증후군과 심리적 응급처치(PFA)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줘서 큰 도움이 됐어요. 비행기 참사 같은 사건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졌어요. 특히 Look, Listen, Link 원칙을 기반으로 한 심리적 응급처치 방법은 실생활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주변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더 공감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