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우
[한국심리학신문=이건우 ]
종교가 없지만 불교에 거부감이 없고 왠지 익숙한 것 같다는 ‘무불교’
절에서 느꼈던 알 수 없는 편안함,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오셨는지요?"
"그냥 기도하러 왔습니다. 혹시... 법당이 어디일까요?"
무작정 방문한 어느 절/사진=이건우 기자
오가며 이정표에서만 봤던 어느 절에서 편안함을 느껴보기 위해 무작정 방문했을 때 스님과 주고받은 대화이다. 스님도 웃었을 것이다. 기도하러 왔다는 사람이 법당도 못 찾아서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간은 오후 1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다들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신 건지 분주해 보였다. ‘하필 들러도 점심시간에 들러버렸구나’라고 생각하며 스님이 알려주신 법당으로 들어섰다.
처음에는 찾지 못했던 법당(대웅전) 내부 모습/사진=이건우 기자
생각해 보니 평생토록 종교와는 가깝게 지낸 적이 없었다.
부모님께서 무교이기도 하고 석가탄신일, 성탄절은 그냥 공휴일이라 생각하며 지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무교인 것은 당연하고 종교 체험 행사 같은 것에 참여해 본 적이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
어릴 적 가족과 등산을 한답시고 오른 산에서 보았던 어느 법당의 모습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갔던 어느 절에서 먹은 비빔밥 정도가 그나마 있는 종교에 대한 기억이다.
육군 훈련소에서 초코파이와 맞바꾼 신앙심/사진=이건우 기자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그 비빔밥은 괴리감이 들지 않았었다. 목탁 소리와 함께 나지막이 들리던 염불 외우던 소리, 산바람에 흔들리는 물고기 모양 종이 내던 소리. 그 기억을 떠올리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생소한 곳에서 이런저런 생각들, 옛날 기억과 함께 2시간 정도를 제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비종교인의 호감 종교
비종교인의 호감 종교 조사 결과/출처=한국갤럽조사연구소
2021년 실시한 한국갤럽의 조사통계에 의하면 비종교인의 호감 종교는 불교 20%, 천주교 13%, 개신교 6%, 없음이 61%이다.
또한 목회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종교를 갖고 있지 않는 비종교인 62%가 ‘향후 믿어볼 의향이 있는 종교’로 불교를 꼽기도 했다. 타 종교보다 불교가 높은 % 포인트로 호감 종교로 꼽히고 있다.
왜 이런 결과를 보이는 걸까? 나는 왜 처음 간 불당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던 걸까?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종교
동아시아 불교의 전개 과정을 담은 <양고승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교는 삼국시대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에 처음 전파된 것으로 전해진다. 불교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온 종교이다. 신라와 고려 등의 나라가 국교로 불교를 채택하였으며, 외세가 침입하였을 때 불교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고자 하였다.
불교는 과거 정신적 지주로 우리의 문화와 함께 발전해 왔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형 문화재 가운데 불교의 유적과 유물이 7할이 넘고, 국보 50종 중 47종이 불교 관련 유적이다. 이 외에도 [주인공 : 득도한 인물을 가리키는 말] , [식당 : 음식을 먹으며 불도를 수행하는 장소] 과거, 현재, 미래라는 단어는 불교에서 대표적으로 시간을 나타내는 용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목조 건축 양식부터 시작해 우리들이 직접 보았거나 학습을 통해 배운 역사적 사실들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쓰이는 단어들까지 불교에서 비롯된 것들이 매우 많아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1000년이 넘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불교는 서서히 그리고 깊숙이 우리의 일상과 함께했기 때문에 다른 종교보다 거부감이 없는 것이다.
자연속에 어우러진 모습과 불교의 수행 방식
사람들은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해소하기 위해서 주말이면 산에 많이들 오른다.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정신적인 피로가 줄어들고 도시 환경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불교 수행자들은 오래전부터 속세와의 연을 끊고 산과 물이 공존하는 조용한 산속에서 수행을 해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사찰 수는 약 2천6백 곳이며 이 중의 약 70% 이상이 산지에 자리 잡고 있다.
운동을 목적으로 산에 오른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함께 자연 속에 어우러진 불교 건축물들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는 것이다.
2024년 한강 멍때리기 대회 현장 사진/사진=thespaceoutcompetition 인스타그램
명상을 통한 불자들의 수행 방식 또한 요즘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사마타’라고 불리는 집중 명상은 특정한 소리, 시각적인 모습, 어떠한 개념에 초점을 두고 행하는 명상을 일컫는다. 빗물 떨어지는 소리나 백색소음을 들으며 때리는 멍, 불을 바라보며 멍을 때리는 불멍 등이 집중 명상과 비슷한 예시이다.
2024년 5월 개최된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는 전국적으로 2천7백 개의 팀이 참가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지원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지표이다.
멍을 때리며 생각을 정리하고 휴식을 취하는 방식과 명상을 통한 불교의 교리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수행 방식의 공통점이 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때가 되면 만나게 된다’ - 인연론을 말하는 불교의 종교적 특성
지하철역 또는 길거리를 걷다가 한 번쯤 포교를 위한 전단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OOO을 믿어야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 “구원받으십시오” 포교하기 위한 문구가 적힌 종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온다. 일부 특정 종교들의 모략 포교로 인하여 무종교인들은 포교 상황에서 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유사한 행위들을 아예 부정적인 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불교는 때가 되면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는 ‘인연론’을 말하며 적극적인 포교 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로 법당을 찾아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을 참선으로 생각한다. 이로 인해 무종교인들은 무분별한 모략 포교의 부정적 인식이 없는 불교에 호감을 가지게 되고, 향후 믿어볼 의향이 있는 종교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은 한국불교대학 지역 도량에서 인터뷰하던 도중 관계자분께서 하신 말이다.
"때가 되면 찾아오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라도 찾아와 주셔서 너무 좋네요."
인터뷰를 위해서 왔는지 자신의 수행을 위해서 왔는지 개의치 않고 만났다는 사실에 중점을 둔 인연론을 관통하는 듯한 한마디였다.
입구에 적혀있던 글귀 '참 좋은 인연입니다'/사진=이건우 기자
참고문헌
1) 한지연. (2011). '고승전' 역경편으로 본 중국 초기 불교의 전개 -『양고승전』과 『속고승전』을 중심으로 -. 불교연구, 34, 175-205.
2) 김태분, 이거룡. "사마타(Samatha) 명상에 기반한 심심치유효과에 관한 연구." 지속가능경영연구학회지 8.3 (2024): 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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