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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강지은 ]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연인관계에서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상대가 부담스러워하거나 자신을 가볍게 여길까 봐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이다.

 

이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며, 때로는 먼저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 상대가 자신을 조금이라도 덜 신경 쓰는 듯한 느낌이 들면 먼저 이별을 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깊은 관계를 맺기 어려워하고, 연애가 길게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기방어적 정서 표현


이처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현상은 ‘정서표현양가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서표현양가성이란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와 이를 억제하려는 욕구 사이의 갈등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자기방어적 양가성’을 가진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피하려는 경향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방어적 양가성이 높을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경험하며, 우울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깊이 있는 관계를 맺는 데도 어려움을 느낀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기방어적 양가성은 왜, 그리고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내면화된 수치심’과 ‘거절 민감성’ - 감정을 억제하는 이유


자기방어적 양가성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면화된 수치심’과 ‘거절 민감성’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면화된 수치심’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느끼고, 수치심이 정체성의 일부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처럼 내면의 수치심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기대감이 낮고, 자신은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며, 갈등을 피하거나 쉽게 체념하는 방어 기제를 사용해 감정을 억제하려 한다. 또한, 내면화된 수치심이 높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거절 민감성’은 타인의 거절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누구나 거절을 두려워하지만,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에서도 거절의 신호를 감지하고 이에 강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거절당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 한다. 연구에 따르면, 거절 민감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친밀한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모두를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내면화된 수치심’과 ‘거절 민감성’의 형성 배경 – 유년기 가정에서의 경험 영향


2023년 이호규의 연세대학교 석사 학위논문에 따르면, 아동기의 부정적 생애 경험이 성인기의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는 아동기 학대, 방임, 가족의 역기능 등의 부정적 경험이 성인기의 대인관계 질적 만족도를 낮추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성장기 가정환경이 성인이 된 후 대인관계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부모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비슷한 상황을 피하고자 감정 표현을 억제하게 된다.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첫걸음


유년기에 형성된 경험은 내면 깊이 자리 잡고 있지만, 자신의 정서 표현 방식을 돌아보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상처받는 것이 두렵더라도 조금씩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점차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연인관계는 성인이 된 후 맺는 가장 친밀한 대인관계 중 하나다. 성숙한 연애를 위해서는 솔직한 감정 표현이 필수적이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마음을 숨기다 보면 오히려 소중한 사람을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작은 노력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진정한 관계는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데서 시작된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용기의 한 형태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한다. 마음을 나누는 작은 시도가 결국 더 깊고 단단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운 모든 이들이 이를 극복하고 소중한 인연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참고문헌

1) 이해림. (2018). 부모의 심리적 통제가 연인관계 내 자기방어적 정서표현양가성과 관계관여적 정서표현양가성에 미치는 영향 : 내면화된 수치심과 거절민감성을 매개로. 서강대학교

2) 이호규. (2023).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이 성인기 대인관계에 미치는 영향 : 대인관계 질적 측면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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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2-21 09: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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