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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정세현]



어제 평소보다 많이 잤는데 이상하게 피곤한 하루가 있다. 오랜만의 휴일이라 잠자리에 일찍 누워 아무런 방해 없이 늦잠까지 자고 일어난 상태지만, 피곤함은 가시지 않고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날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진다.


현대 사회 속 수많은 정보와 업무에 치여 사는 사람들은 잠을 많이 자도 피로를 느낀다. 그런데, 우리가 느끼는 피곤함은 단순히 수면 부족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체의 피로는, 수면 시간 이외에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최근에는 우리 곁을 항상 차지하는 스마트폰이 보내는 알림이 피로와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힘든 하루 속 잠깐의 웃음을 주는 요소를 전달하고, 한껏 기대하며 주문한 옷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려주는 알림과 아침에 늦지 않게 5분 간격으로 우리를 깨워주는 알람은 그동안 우리의 심리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었을까?

 



알람과 알림의 두 얼굴


스마트폰을 통해서 개인은 저마다 다양한 기능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만, 그중에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공통으로 사용하는 기능은 스마트폰의 ‘알람’ 기능과 다양한 정보를 띄워주는 ‘알림’ 기능이다. ‘알람’과 ‘알림’이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두 단어의 차이를 명확히 살펴보자. 

 

알람은 미리 정해 놓은 시각, 조건에 이르면 저절로 울리게 되어 있는 장치나 소리를 의미한다. 알람 소리는, 사람들이 일정에 맞춰 아침에 깨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시간 관리를 해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반면, 알림은 사전적으로 알리는 일을 뜻하고 사물, 상황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기능을 일컫는다. 따라서 새로운 정보를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하도록 해주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알람과 알림 기능이 주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스마트폰의 알람과 알림 기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이에 대응하여 신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리학적 지식을 통해 과정을 이해하고,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알람 소리에 피곤함을 느끼는 물리적 원리


알람으로 잠에서 깨는 원리는 음파 전달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알람이 울리게 되면 소리가 공기의 진동을 통해서 우리의 귀로 전달되고, 뇌로 전달되어 알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일반적으로 20Hz ~ 20,000Hz영역이며, 이 범위를 가청 주파수라고 한다. 특히 이 중에서 4,000Hz 내외는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영역으로 알람 소리에 많이 사용한다.


그렇다면 왜 4,000Hz 내외의 주파수를 가진 소리에 우리의 귀는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까? 이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공명(共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명’이란 물체가 특정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을 때, 같은 진동수를 가진 외부 힘이 가해질 때 물체가 더 크게 흔들리는 것을 말한다. 즉, 그네가 움직일 때 움직이는 진동수(리듬)에 맞춰서 밀어주면 더 높이 올라가는 현상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귀에 있는 기저막의 공명 주파수와 알람 소리의 주파수가 4,000Hz 부근으로 동일하면, 진동이 더욱 커져서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알람 소리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은 아니다. 문제는 알람 소리가 과도하게 큰 소리와 함께 반복될 때 발생하게 된다. Hans Seyle의 일반적응증후군(GAS)의 3단계 과정을 통해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침의 알람 소리에 깜짝 놀라며 깨는 ‘경보 반응’, 더 자고 싶다는 마음과 일어나야 한다는 마음 사이의 갈등으로 내부 에너지가 고갈되는 ‘저항 단계’, 그리고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탈진 단계’가 있다. 탈진 단계는 지속되는 알람을 계속해서 무시하다가 기상 시간에 도달한 순간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우리는 신체의 에너지가 급격히 소모된 후에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다시 말해, 높은 주파수와 큰 소리를 동반한 지속적인 알람 소리는 우리의 피로와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림이 가진 잠재적 스트레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스마트폰의 알람 소리의 크기나 반복성에서만 비롯되는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가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놓치고 있는 또 하나의 스마트폰 속 요소는 바로 알림 기능이다. 스마트폰의 알림 기능은 단순히 정보 제공이라는 도구를 넘어서, 심리학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사람들은 알림을 받았을 때 즉시 확인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낀다. 그 이유는 알림을 확인할 때마다 도파민이 분비되어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알림을 즉각 확인하는 행동은 습관화되고, 무의식적으로 뇌에 부담을 주게 된다. 또한, 직장인들에게는 업무와 관련된 알림을 놓쳐서 안 된다는 압박감을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하며, 알람을 확인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갖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알림이 왔음을 인식하는 순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알림의 부작용이 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SNS의 알림은 사회적 비교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말처럼 타인의 게시물과 관련한 잦은 알림은, 습관적인 확인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남과 자신을 비교하거나 소속감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한다. 이는 결국 자기 비하를 초래하거나 자아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알림 기능은 우리의 신체가 쉽게 피로해지고 에너지 소모를 가속하는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알람과 알림에서 벗어나기


스마트폰의 알람과 알림 기능은 분명히 없어서는 안 될 기능이지만, 여기에서 비롯된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너무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 알람 없이는 하루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업무를 위해 하루에도 수백 개의 알림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기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이들은 분명 스마트폰이 가져온 편의성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들이 삶의 중심을 차지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알람 소리를 믿고 매일 밤늦은 시각까지 게임을 즐기다 잠에 들거나, SNS를 통해 타인의 일상 속 아름다운 순간을 자신의 현재와 비교하며 신세 한탄하는 것이다. 이는 과도한 의존이나 제공된 정보로 인해 자신이 위축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편리함이나 도파민이 삶의 필연적인 요소로 자리 잡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인지적/정신적 변화 외에도, 실질적인 해결책도 존재한다. 먼저, 알람 소리가 아닌 지속적인 빛의 노출을 이용해서 잠에서 깨는 방법이 있다. 2019년 미국의 오리건 보건과학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밝은 빛을 이용한 기상은 수면 관성시간, 즉 잠에서 덜 깨서 몽롱한 상태일 때 사람의 각성도와 능력을 향상하는 잠재력이 있음을 밝혔다. 이를 근거로, 잠에 들기 전 커튼을 치지 않고 잠에 든 후 아침 햇빛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기상을 한다면 수면 관성 상태에서 더 빠르게 벗어나 상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2016년 미국 공중보건국 공식 학술지 ‘공중 보건 보고서(Public Health Reports)’에 실린 대학생 1,2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스마트폰 의존 점수가 1점 올라갈 때 남성과 여성 각각의 비정상적 불안이 10.1%, 9.2%씩 증가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는 하루 중 일정 시간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하는 ‘디지털 디톡스’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스마트폰 알림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산책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활동을 통해 심리적 자원을 재충전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법들은 단순히 신체 에너지를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불필요한 요소를 정리함으로써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알람과 알림의 올바른 사용의 필요


알람과 알림 기능 없이 우리의 현실을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특히, 업무와 같은 필수적인 상황에서는 이러한 기능들이 필연적이다. 그러나, 알람과 알림 기능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증가할수록 우리의 몸에는 서서히 피로가 쌓인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기능들을 보다 현명하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아침에 알람 시계가 울릴 때, 또는 스마트폰에 새로운 알림이 도착했을 때, 우리는 정신이 번쩍 들곤 한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속 심리적 불안 스위치에도 불이 번쩍 들어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참고문헌

1) 김지연, “스트레스반응 제대로 알기 -스트레스 반응의 다양한 측면”, 정신의학신문, 2018.12.04,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2805

2) Hilditch CJ , McHill AW, “Sleep inertia: current insights”, Nature and Science of Sleep, Vol Volume 11, Pp 155-165 (2019)

3) 정연호, “우울과 불안 불러오는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디톡스 필요해”, IT동아, 2023.02.15, https://it.donga.com/103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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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2-24 08: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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