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서
[한국심리학신문=조민서 ]
중소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직장인 A(32) 씨는 일이 생겨 전화를 걸어야만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갈까봐 혹은 말하다가 실수할까 하는 등의 여러 가지 걱정으로 불안해지며, 통화가 끝난 뒤에는 진이 다 빠진다.
대학생 B(24) 씨는 배달시킬 때 직접 매장에 전화하는 것이 어려워 앱으로 주문하며, 배달이 잘못 왔을 때는 전화를 거는 것이 두려워 컴플레인을 하지 못하거나, ‘급하면 연락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안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전화하는 것보다 문자를 하는 것을 더 선호하며 진짜 친한 사람이 아니면 전화하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전화를 걸거나 받는 상황이 두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선호나 기피의 문제가 아닌 전화를 걸기 전에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게 되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머리가 새하얘져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를 정도로 불안감이 덮치고, 두려움과 불편함, 압박감 등 극단적으로 공포의 기제와 증상의 정도를 가진 경우가 있다.
전화와 관련된 일이 생기기만 하면 떠오르는 불안감을 비롯한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 이런 감정을 완화할 수 있을까.
전화 받는 게 두려운 이유?
전화를 받거나 거는 것 모두 기피하고 두려워하며, 사소한 전화 통화조차 기피하는 증상으로, 전화(call)와 공포증(Phobia)을 합친 ‘콜포비아(Call Phobia)’ 또는 ‘전화 불안 장애 (Phone Anxiety)'라고 한다. 콜포비아는 스마트폰 등장 이후에 나타난 용어로, 전화를 걸거나 통화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콜포비아의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안 좋았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정서적 트라우마, 대면 소통, 불안 등이 있다. 인터넷 상담 치료센터 ’조이어볼(Joyable)‘의 최고 운영 책임자 질 아이센슈타트는 ’많은 경우의 수에 대한 상호작용의 두려움이 콜포비아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한두 자녀 세대가 많다 보니 대인관계 기술이 부족하기도 하고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가 결국 통화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라며 개인주의와 편리주의의 확산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실수할까봐 불안해...‘
생각하며 답장이 가능한 문자 대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고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전화가 힘들다고 느끼는 것이다. 문자는 이모티콘 하나만으로 의사를 전달하거나 감정을 쉽게 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자를 통한 의사소통 방식이 선호되는 듯하다.
콜포비아를 지니신 사람 중에 특정 사건을 겪은 것보다는 성향의 측면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남들과 잘 어울려서 지내고 싶다.', '멋지게 잘 해내고 싶다.' 등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데 왜 공포증으로 나타날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완벽주의와 관련되어 있다.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억죄게 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정말 잘하고 싶은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에는 '그만큼 못할까', 혹은 '못 해낼까 봐', '실패할까 봐' 하는 두려운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콜포비아를 가지게 된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말실수할까 봐, 말을 잘 못해서‘라는 것이다. 말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 밑의 전제된 생각은 나는 말실수를 할 수 있고, 말을 못 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는 잘하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아보자. 우리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잘하려는 마음보다는 ’못해도 괜찮아‘라며 다짐해보자. 잘 해보려는 집착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이다.
어떻게 완화할까?
통화하는 것이 무섭다고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극복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가장 편한 사람과 나의 실수를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거나 일상의 수다를 나누면서 짧은 통화를 시도하며 점점 시간을 늘려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상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대화 주제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처음에는 한두 가지 주제를 준비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화에 대한 공포증은 전화로 극복해야 하는 만큼, 주변 사람들 역시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반갑게 받아주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화 소통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거나, 자신감을 향상하기 위해 지인의 도움도 필요하다.
*참고 문헌
1) 문상웅. (2021.02.10.). [건강 칼럼] 통화 기피증 (콜포비아). 중앙일보.
2) 진보래. "MZ는 전화를 두려워하는가? : 문자 선호와 전화 불안의 세대 차이." 한국언론학보 68.3 (2024): 43-82.
3) 마음소풍. (20.05.26). 콜포비아(Call Phobia 전화공포증)의 원인과 극복방법. maum-sopoong.or.kr.https://maum-sopoong.or.kr/infor_story/2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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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기사의 콜포비아(Call Phobia)라는 현대인의 불안을 사례와 함께 공감되게 소개한 점이 좋았어요. 다양한 원인을 설명하고, 단계별 극복 방법을 제시해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점이 인상적이라 생각했어요. 다만 전문가 상담이나 심리 치료와 같은 구체적인 해결책이 추가되었으면 더 유익했을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사회적 이슈를 친근하면서도 유용하게 잘 전달한 기사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