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한국심리학신문=이창희]
"딱 하나만 더 보고 공부하자"
시험 전날 밤. 노트북을 펼치자마자 자동으로 유튜브가 켜진다. '시험 전날에는 휴식도 필요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하나만 더 보겠다고 다짐하던 영상은 어느새 자정을 넘긴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은 커지지만, 오히려 더 멈출 수 없다. 새벽 2시, 결국 컴퓨터를 끄며 다짐한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대학교 4학년 이 모(25)씨의 고백이다. "시험 전날만 되면 평소에는 전혀 관심 없던 영상까지 찾아보게 돼요. 무한 도전 영상을 3시간 동안 본 적도 있어요.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손가락이 자꾸 다음 영상으로 향하더라고요." 이 뿐 아니라 "조금 자고 한다, 릴스 2개만 본다’ 등 시험과 전혀 관계없는 일에 집중하는 이런 현상은 이 모씨 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에게 발생하는 행동이다.
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
시험 공부가 절실한 그 순간에도, 우리의 손은 왜 유튜브 재생 버튼을 향하는 걸까?
지연 행동의 정의와 심리학적 요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약 46%의 대학생이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관련 없는 행동을 한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닌 복잡한 심리적 메커니즘의 결과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지연 행동’이라 부르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코빙톤의 자기 가치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성공을 추구하는 동시에 실패를 회피하려는 이중적인 동기를 가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실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능력 부족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방해물을 만드는 ‘자기 방해 전략’을 사용한다. 시험 전날 유튜브를 보는 행동은 “공부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험을 잘 못 본 것”이라는 변명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 심리도 지연 행동에 양면적으로 작용한다. 보통 성취를 추구하는 완벽주의는 지연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들은 높은 기준을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평가염려형 완벽주의는 과제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 실제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재학 중인 대학생 50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72%가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어서”라는 답변을 했다. 이들은 공부의 모든 과정이 완벽해야 실수가 없고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험 전날 밤 유튜브를 보는 대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차피 이 정도 공부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은 핵심 매개 변수로 작동한다. “나는 이 과목을 잘할 수 있어”라는 자기효능감이 강한 학생은 어려운 내용을 만나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지속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공부를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부족할수록 지연 행동이 심화하는 것이다.
지연 행동을 없애려면?
지연 행동은 단일 요인이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복합적인 심리 요인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연 행동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실천적 전략을 제안한다.
1. 시작의 벽을 넘자 (5분 법칙)
'5분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과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시작의 벽을 넘는 데 도움을 준다. 뉴턴의 운동 법칙에서 유래한 이 개념은 심리학에서 '행동 모멘텀'이라 부른다. 행동을 시작하면 그 행동을 지속하기 더 쉬워진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2. 집중력을 관리하자 (뽀모도로 기법)
할 일을 시작한 후 25분 집중, 5분 휴식을 반복하는 이 방법은 Francesco Cirillo가 개발했다. 집중력 저하 없이 꾸준히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해주며, 정기적인 휴식을 통해 지속 가능한 학습 패턴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작은 단위로 시간을 나누어 관리함으로써 큰 과제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게 한다. 해당 기법은 주의력 관리와 관련된 인지 심리학 연구에 기반한 이 기법은 뇌의 피로를 줄이고 지속적인 집중을 가능하게 한다.
3. 목표를 세분화하자
공부량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한 챕터 공부 대신 10페이지 읽기처럼 작은 목표를 설정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작은 목표 달성마다 얻는 성취감은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진행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목표 설정 이론에 근거하며,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가 성과 향상에 효과적이다.
4. 디지털 단식을 하자
공부 시간 동안 휴대폰을 끄거나, 유튜브 앱을 삭제해 디지털 유혹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필요하다면 앱 사용 시간을 제한이나 비행기 모드와 같은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25%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며, 숏폼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멀티태스킹이 학습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주의를 분산하는 디지털 기기의 관리가 중요하다.
5.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자
목표를 달성했을 때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이다. 계획한 공부량을 달성하면 좋아하는 간식을 먹거나,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지는 등의 보상을 주어 긍정적 강화를 통해 학습 동기를 지속해서 유지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 시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는 B.F. Skinner의 조작적 조건화 이론에서 유래했으며, 긍정적 보상이 원하는 행동의 반복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에는 '연합강화학습 이론'과 '기대 이론'으로 발전할 정도로 유명한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들을 개인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지연 행동을 극복하고 더 효율적인 학습 습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연의 덫에서 탈출: 자책 없는 자기 이해의 여정
지연 행동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적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실천적 전략을 적용하면 극복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지 않고, 행동 패턴을 이해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다음 시험 때는 유튜브 대신 공부에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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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헬스조선(몸만 디톡스하세요? 여기도 디톡스해야, 강수연 기자, 2023)
8) 홍순철. (2025.02.03). 시간 괸리, 집중력, 생산성 향상을 위한 뽀모도로 기법을 이용한 공부하는 방법. - 중랑방송.
9) 나라살림연구소. (2024.05.13). 디지털 디톡스 관심 증가 동향: 수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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