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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손혁 ]


외로움을 경험할 때


‘우울해도 돼 다 괜찮아질 거야, 슬퍼해도 돼 다 지나갈 거니까’ 가수 밍기뉴님의 ‘나의 모든 이들에게’ 노래의 첫 소절이다. 우울하거나 슬픈 감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저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 땐 마음 한 칸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올라왔을 때일 것이다.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이라는 논문의 31세 주부의 인터뷰에서 “자녀의 말 한마디. 여느 때 같으면 그냥 지나칠 말일 수도 있는데 나이를 들다 보니 그런지 굉장히 곱씹어 보면서 서운해지더라구요. 서운해지다 보면 우울감이 좀 생기면서 외로워지는 거죠 결국은.”이라는 부모와 자녀와의 가까운 관계에서도 서운해지고 우울하다는 감정이 생겨나 가슴 한편에 외로움이 마음 잡게 된다. 우리들은 언제 외로움을 경험하게 될까?

 

한국인들은 '우리' 범주에 속한 관계에서의 욕구 충족이 중요하다. 우리는 소중히 여기는 관계, 즉 가족, 친구, 연인과 같은 관계에서 정서적 유대감과 사회적 소속감 등 긍정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품는다. 서로 힘들 때 위로하고, 이해받고, 공감받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긍정적 정서가 있지만 기대감이 언제나 충족되지 않는다. 그때 외로움을 경험한다. 



외로울 때 하는 생각들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많이 하게 될까? 고독과 외로움을, 단어를 통해서 연구한 내용을 살펴보게 되면 나이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20대 ‘갈등-공허/무기력-소진’, 30대 ‘무력감-공허/불안-우울’, 40대 ‘무력감-공허/소외감-쇠퇴’, 50대 ‘헌신-인내/고립에 대한 두려움-앞날의 고민’으로 외로움을 명명하였다. 20대부터 40대 까지는 '무력감'과 '공허함'이 외로움을 느낄 때 떠올린 공통적인 단어이다.

 

anthony-unsplash

20대부터 40대 사이를 우리는 청년이라고 부른다. 청년들은 왜 외로움을 무력감과 공허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을까? 책 ‘나를 지키는 용기’에서 우울함에 빠지게 하는 세 가지 감정으로 무력감, 무기력감, 공허감을 소개한다. 외로움은 우울증과의 상관관계를 가지는데, 홍콩 대학 심리학 연구팀은 ‘Nature Mental Health’에 외로움 수준이 높을수록 반추도 심해지고, 이는 우울증 심각도와 연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외롭다고 많이 느낄수록 우울한 감정 또한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외로움이 우울함을 가져오고 사람들은 외로우면 우울할 때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



우울하거나 외로우면 우리가 하는 일들


우울하거나 외로울 때는 우리는 어떤 일을 하게 될까? SNS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올라오는 글들을 통해서 남들이 어떤 일을 하고 무엇을 먹는지 쉽게 알 수 있다. SNS는 외로움에 떠올린 ‘주변에 말할 사람 없나?’의 욕구를 채워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사회적 고립을 선택한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기대했던 관계에서의 반응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나타난다. 청년들은 긍정적인 관계를 계속 맺으려 하기보단 ‘혼자’에 익숙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혼밥’, ‘혼영’ 등의 혼자서 즐기는 활동이 일상에 자리 잡고 있다. TV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와 같은 1인 가구의 모습이 예능에서 방송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사회에서 ‘혼자’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만 나타나지는 않았다. 


MBC '나 혼자 산다' 238회

 

‘사회적 고립’, 혼자에 너무 익숙해진 이들에게 나타난 문제이다. ‘사회적 고립’이란 가족, 친구, 동료, 이웃과의 교류와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정보나 공간의 고립, 돌봄 부재 등 다양한 어려움으로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었거나 단절되어 가는 가구를 의미한다.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청년들이 ‘사회적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본은 2003년 ‘히키코모리’가 처음으로 언론에 소개되었고 반년 이상 집안에 틀어박힌 이들을 ‘히키코모리’라 부르며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이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고립·은둔 청년’의 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외로움의 문제는 우리의 생각보다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발생하는 외로움의 문제 ‘고립·은둔 청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외로움의 문제를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WHO는 ‘사회적 연결 위원회(Commission on Social Connection)’를 만들어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을 넘어 국제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우리나라에도 외로움의 문제로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사회와 등지고 집으로 들어간 고립·은둔 청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청년 실태조사에서 고립·은둔을 생각하는 위기 청년 규모가 최대 약 54만 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추정(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나왔다. 더 이상 ‘히키코모리’, ‘니트족’와 같은 ‘고립·은둔 청년’은 옆 나라 일본만의 단어는 아니다.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국가 차원에서 정책이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청년 성장 프로젝트’, ‘온통청년’의 상담 서비스 등 취직, 상담,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되고 있지만 ‘고립·은둔 청년’들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에 더하여 주변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외로움은 이상적인 인간관계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오게 된다. 내 이야기가 공감 받고 이해 받는 느낌이나, 나에게 오는 연락 등은 관계에서의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다. 즉, 이야기를 들어주고 먼저 말을 걸어 주는 것이 한 사람의 큰 힘이 될 수 있다.



patty-zavala-unsplash

 

만약 집에 오랫동안 나오지 않은 친구나 밖을 나오기 싫은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그런 친구에게 한 번쯤 안부를 묻는 연락을 보내주는 것이 어떨까? 내 이야기를 하기보단 친구의 이야기를 한번 여유롭게 들어주면 어떨까?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외로움을 달래줄 것이다. 




참고문헌

1) WHO, '고립 문제' 대응 위한 글로벌 지수 만든다[청년고립24시]

출처: 아시아경제

URL: https://www.asiae.co.kr/article/2024041620194692850

2)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 고립·은둔 청년, 이제 국가가 돕겠습니다.

출처: 보건복지부

URL: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00000&bid=0027&list_no=1479278&act=view

3) 안수정, 고세인, 김수림, 서영석. (2023).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loneliness)에 대한 질적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5(1), 131-176.

4) 장혜진, 김영근. (2024). 한국 사회의 고독과 외로움: 인식적 탐색과 이해. 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 36(3), 111-136.

5) 청년은 몇 살까지?…지자체 기준 제각각

출처: 농민신문

URL: https://www.nongmin.com/article/20240329500591?utm_source=chatgpt.com

6) A network analysis of rumination on loneliness and the relationship with depression

출처: Nature Mental Health

URL: https://www.nature.com/articles/s44220-024-00350-x

7)  외롭다는 생각 거듭하면 실제보다 더 우울할 수 있어

출처: 헬스라이프헤럴드

URL: https://www.healthlifeherald.com

8) 사회적 고립이란

출처: 고립예방플랫폼 '똑똑'

URL: https://sihsc.welfare.seoul.kr/keyinfo/infodesc.do

9) Mingginyu(밍기뉴). (2022). 나의 모든 이들에게,. [노래]. 대한민국: 미러볼 뮤직. 가사 중에서: "우울해도 돼 다 괜찮아질 거야 슬퍼해도 돼 다 지나갈 거니까".

10) 설경인. (2024). 나를 지키는 용기: 자책하는 나 무기력한 나를 위한 심리 코칭. 대한민국: 유노라이프. p. 45에서: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세 가지 감정, 무력감, 무기력감, 공허감을 상세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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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04 08: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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