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연
[한국심리학신문=김화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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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 씨(21)에게 화요일 1교시 수업은 공포의 시간이다. 졸업을 위해 반드시 들어야 하는 발표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발표를 하려고 사람들 앞에 서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발이 떨린다. 심지어 얼굴을 시작으로 귀까지 모두 붉어져 동기들 사이에서 ‘토마토’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준비하면 발표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표를 완벽하게 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져만 갔다.
많은 사람이 A 씨처럼 발표 불안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발표 불안,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발표는 나만의 두려움이 아니다
발표 불안(public speaking anxiety: PSA)은 많은 사람이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이다. 이는 대중에게 주목받거나 타인의 평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적응적인 인지적, 생리적, 행동적 반응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발표 불안은 사회적 수행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사회 불안 장애(social anxiety disorder)의 한 유형으로 분류된다.
A 씨와 같은 대학생들에게 발표는 피할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그러나 타인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 완벽주의적 성향 등이 발표 불안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발표 불안이 자신만이 가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발표 불안은 개인의 정도 차이가 존재할 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발표 불안은 사회 불안 장애의 하위 영역 중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커리어넷에서 진행한 '발표를 앞두고 불안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97%가 발표 불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발표 불안을 느끼는 것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다루는 방법
그렇다면 발표 불안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그 실마리는 발표 불안의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발표 불안은 평가에 대한 두려움, 완벽주의적 성향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지행동치료 요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 청중을 의식하지 말자
발표할 때 흔히 하나 착각 중 하나는 청중이 나를 주의 깊게 평가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사실 청중은 나에게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가 청중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자. 발표자의 말과 내용을 듣긴 하지만, 그들의 사소한 실수나 태도까지 세세하게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마찬가지로, 내 발표를 듣는 청중도 내 작은 실수나 태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또한, 청중이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불안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사람의 기본 표정이 무표정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청중의 무표정이 내 발표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 너무 완벽을 추구하지 말자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하더라도 발표를 100% 완벽하게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벽주의적 성향은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 물론 철저한 준비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긴장이 심해지고 실수를 더욱 두려워하게 된다.
발표 도중 실수하더라도 그것에 집착하지 말고 끝까지 내용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자. 내가 실수를 의식하면 불안이 더욱 커지지만, 청중은 내 실수를 금방 잊어버린다. 욕심을 버리고 발표의 마무리까지 여유로운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3. 발표를 긍정적인 경험으로 바꾸자
앞선 방법들을 활용해 성공적인 발표 경험을 쌓아나가다 보면, 발표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 긍정적인 경험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고전적 조건 형성(classical conditioning)’과 유사한 원리다. 발표에 대한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달성하며 성취감을 쌓아보자. 작은 성공이 반복되면 발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발표는 결국 나에게 긍정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다면
누군가는 발표를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발표를 두려워하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발표를 못 한다고 해서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다른 분야에서 충분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발표 불안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표의 원인을 이해하고 극복법을 익히는 과정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완벽한 발표가 아니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끝까지 마무리하고, 작은 성공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여러분의 발표가 즐거운 도전이 되길 바란다.
* 참고 문헌
1) 박미희. (2019). 대학생의 완벽주의와 발표불안과의 관계에서 부정적 자동적 사고의 매개효과(석사학위).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수원.
2) 정효진, 탁진영. (2018). 스피치 상황에서 발표자의 특성이 발표불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한국사회과학연구, 37(2), 5-49.
3) 박수현. (2019). 중학생의 발표불안 감소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박사학위). 한서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산.
4) 신재현. (2022, 4, 17). [불안장애] 세상에 완벽한 발표는 없다. 정신의학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2935.
5) 반유화. (2024, 6, 17). 출근길 심리학 6 - 중요한 발표에서 써먹는 마음의 법칙. 정신의학신문.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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