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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연우 ]






작품의 배경은 단순한 시간과 공간의 설정을 넘어 작품의 주제를 강화하고 인물의 삶과 사회적 현실을 조명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심리학적 관점에서 배경은 개인의 정체성, 사회적 상호작용, 그리고 인간의 삶의 태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황은정 작가의 <<em>백의 그림자>와 유화의 <<em>인생>은 각기 다른 시공간적 배경을 통해 사회적 현실과 인간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백의 그림자는 낡고 오래된 전자상가와 현대화된 공간을 통해 사회적 소외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발과 발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비판한다. 반면, 인생은 중국의 역사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공산주의 체제 아래의 비극적인 운명과 이를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탐구한다. 두 작품은 각기 다른 배경을 통해 주인공들이 마주한 현실을 드러내며, 이들의 삶의 태도와 선택을 통해 독자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회적 배경이 개인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두 작품 모두 시공간적 배경을 통해 인간 심리에 미치는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탐구한다. <<em>인생>에서는 중국의 역사를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사실적으로 반영하여 중국의 부정적인 현대사를 비판하는 한편, 백의 그림자에서는 개발과 발전만을 중시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공간적 배경에 반영하여 사회적 소외 문제를 조명한다.


<인생>에서 드러난 시대적 배경은 국공내전,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자본주의 체제에서 공산주의 사회로 변화하며 다양한 혁명이 일어난 혼란스러운 시기로 설정된다. 푸구이의 가족이 공산당의 정책 변화로 인해 재산을 몰수당하고, 기아와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은 사회적 억압과 집단적 트라우마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발달심리학적으로 볼 때, 지속적인 사회적 박탈과 억압은 개인의 무력감을 강화하고,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영향을 미친다. 푸구이는 가족을 모두 잃고도 살아남으며,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형성하는데, 이는 심리학에서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 이론과도 연결된다.


반면, <<em>백의 그림자>는 공간적 배경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하층민이 경험하는 심리적 소외를 조명한다. 용산 전자상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랫동안 모여 살아온 공간이지만, 사회는 낡고 오래된 것의 가치를 무시하고 철거를 강행한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사회적 배제(social exclusion) 현상과 연결되며, 공동체의 붕괴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특히, 전자상가 철거 이후 새로 개발된 공원에서 벤치에 칸막이가 설치되는 장면은 공공장소에서조차 사회적 약자가 배제되는 현실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며, 도시 환경이 인간의 심리적 안정감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환경에 대한 적응 방식과 인간의 심리


두 작품은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인간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하는지를 탐구한다. <<em>인생>의 푸구이는 시대적 변화 속에서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려는 태도를 보인다. 그는 가족을 잃은 후에도 노쇠한 소를 사서 ‘푸구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이를 자신의 삶과 동일시한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수용과 적응(acceptance and adaptation) 개념과 연결되며,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태도가 심리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em>백의 그림자>에서는 그림자가 사회적 소외와 상실감을 상징하는 요소로 등장하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강조된다. 그림자는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들의 절망감과 불안감을 투영하는 존재이다. 은교와 무재는 그림자에 삼켜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이는 트라우마와 불안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은교를 향한 무재의 관심과 사랑이 그녀를 변화시키듯이, 후반부에서는 은교가 무재를 위로하며 서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 가 트라우마 극복과 심리적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와도 비슷하다.


문학 속 적응의 심리: 운명 수용과 연대의 힘


두 작품은 각기 다른 시공간적 배경을 통해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탐구하며, 이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더욱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em>인생>은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인간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과 수용의 심리를 조명하고, <<em>백의 그림자>는 사회적 소외 속에서 연대를 통한 희망을 강조하며 사회적 배제와 지지의 심리를 탐구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문학이 단순히 개인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반영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현실을 비판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문헌

  • 1)Seligman, M. E. P. (1975). Learned Helplessness: The Cost of Losing Control. San Francisco: W. H. Freeman.

  • 2)Baumeister, R. F., & Leary, M. R. (1995). The need to belong: Desire for interpersonal attachments as a fundamental human motivation. Psychological Bulletin, 117(3), 497-529.

  • 3)Taylor, S. E. (2011). Social support: A review of the psychological and health outcome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2, 373-401.

  • 4)Bonanno, G. A. (2004). Loss, trauma, and human resilience: Have we underestimated the human capacity to thrive after extremely aversive events? American Psychologist, 59(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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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17 08: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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