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완
[한국심리학신문=김도완]
아침은 누구에게나 힘겹게 찾아온다. freepik
홀로 울리는 알람 소리에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못해 휴대폰을 들어 올린다. 시간은 8:30. 지각이다.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 다시 봐도 시간은 줄지 않고 늘어만 간다. 황급히 일어나 양치를 하려던 순간에 깨닫는다. 아뿔싸, 오늘은 토요일이다.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토요일 아침에 나는 알람 소리를 듣고 일상의 시작을 준비하려 했다. 미묘한 짜증과 안도감이 뒤섞인 채 괜히 휴대폰에 화를 내보지만, 그것마저 귀찮은 기분이다. 결국 이불과 다시 마주하며 눕는다. 이런 일상 속 휴일은 내일을 위한 육체적, 정신적 회복의 시간이다. 회복의 시간은 누구나 원하고,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이틀, 사흘, 일주일로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는 너무나 편안하다. 세상의 소음은 잊히고, 창문을 통해 들어온 따뜻한 햇살만 남아 나를 감싼다. 내 체온으로 데워진 이불 안에서 느긋하게 하루를 보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힘을 얻는다. 하지만 사흘 그리고 일주일 동안 이 상태가 이어지면 어떨까? 처음에는 푹신했던 침대가 허리에 압박을 주기 시작하고, 줄어든 활동 반경 탓에 집안일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휴대폰 속 릴스와 유튜브를 보며 세상을 들여다보다 보면, 타인의 삶이 점점 부러워진다. 질투는 커지고, 다시 일어서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디선가 귀찮음이 몰려든다. “자고 일어나서 해야지.” 그렇게 이불을 덮고 잠들기를 반복한다. 자도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고, 졸음만 계속 몰려온다.
침대만 보면 눕고 싶은 이유는?
침대가 생각나는 이유는 우리 뇌가 변하지 않으려 애쓰는걸 수도 있다. freepik
“우울할 땐 뇌과학”의 저자 “앨릭스 코브”는 우울할 때 우리의 뇌는 일종의 하강 나선에 빠진다고 말하며,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그 상태로 뇌는 유지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침대에 좀 오래 누워있다고 우울한 것은 아니다. 여러 이유 중 전전두피질이라 불리는 가장 바깥쪽에 존재하는 뇌 특정 영역에서 신호를 보내 일어나도록 한다. 그러나 우울증에 걸리면 그 역할을 잘 못 하게 되면서 무기력함에 빠지고 침대에 벗어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침대에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우리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을 알고 있듯이, 습관은 변화하지 않으려는 뇌의 활동 중 하나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늘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처럼 습관을 만드는 선조체는 뇌 안쪽에 숨어 있다.
충동적인 성격이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듯, 충동 역시 선조체 아래쪽에 있는 측좌핵에서 유발되고 전전두피질과 달리 익숙한 것들을 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그것이 좋고 나쁘고, 무해하고 유해한지 따지지 않는다. 측좌핵은 지금의 행복을 추구하는 충동적인 행동을 하도록 행동을 조절하는 전전두피질을 설득한다. 예컨대, 릴스를 너무 많이 봐서 도파민 중독에 걸렸다고 할 때, 도파민은 처음 릴스를 보며 행동을 유도하지만 반복되면 SNS를 열자마자 도파민이 나와 앱을 실행하게 한다. 심해지면 스마트폰을 보기만 해도 도파민이 나와 릴스를 보도록 유도한다.
침대에 계속 누워 있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침대에 누워야 도파민이 발생했지만, 이제는 침대를 보기만 해도, 나아가 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도파민이 나와 누워 있게 만든다. 그래서 침대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해 보자.
지금 걷는 한 발자국이 나를 변화 시킬 첫걸음이다. freepik계속 침대에 눕고싶은지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대개 움직이는 활동과 관련이 있다.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은 활기를 불어넣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어떤 행동을 결정과 계획하고 실행하기까지 이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로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감소하면서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새로운 일을 하고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결국 늘 하던 일을 반복하며 침대에 머물게 된다.
세로토닌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햇빛을 많이 받아야 한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에서 변형되어 만들어지는데, 햇빛을 받으면 그 양이 증가한다. 그렇기에 밖으로 나가서 햇빛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햇빛을 받는 동시에 세로토닌 수치를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운동을 통해 세로토닌을 생성하도록 지시하는 신경세포가 자극받아 세로토닌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운동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노르에피네프린 등 여러 물질을 증가시키며, 전전두피질의 혈류량을 늘려 의사 결정을 촉진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효과를 준다.
그럼에도 일어나자.
스스로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기를 먼저 시작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내 뇌가 나를 끌어내리는데 내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뇌의 신호와 실제 행동은 다르다. 예컨대, 팀 프로젝트에서 정말 하기 싫은 사람과 협력해야 할 때 겉으로는 티 내지 않던적이 있지 않는가? 혹은 당근을 싫어해도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준 요리에 든 당근을 참고 먹을 때처럼 말이다.
우리는 뇌가 시키는 대로만 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 활동적인 생각을 해내기 어려울 뿐이다. 하지만 뇌가 시키는 대로만 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변하려면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 답을 기다리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쉬운 과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든 일단은 일어나자. 힘들다면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자.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데리고 나가 달라고 부탁하자. 그 후 가볍게 산책이라도 해보자. 그렇게 하루, 이틀, 그리고 사흘을 넘기며 익숙해지자.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는가?”라는 불안감은 뇌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일종의 응석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자. 그런 생각이 들어도 일어나자. 그것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시작이다. 오늘의 하루가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 일어나서 산책하고 자신을 칭찬하자.
당신은 강한 사람이다.
참고문헌
1) Pizzagalli DA, Roberts AC. Prefrontal cortex and depression. Neuropsychopharmacology. 2022 Jan;47(1):225-246. doi: 10.1038/s41386-021-01101-7. Epub 2021 Aug 2. Erratum in: Neuropsychopharmacology. 2022 Jan;47(2):609. doi: 10.1038/s41386-021-01160-w. PMID: 34341498; PMCID: PMC8617037.
2) 동아일보, [Website], 2019 ,뇌는 왜 ‘작심삼일’에 더 익숙할까.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6154
3) Naudé, J., Sarazin, M.X.B., Mondoloni, S. et al. Dopamine builds and reveals reward-associated latent behavioral attractors. Nat Commun 15, 9825 (2024). https://doi.org/10.1038/s41467-024-53976-x
4) Sansone RA, Sansone LA. Sunshine, serotonin, and skin: a partial explanation for seasonal patterns in psychopathology? Innov Clin Neurosci. 2013 Jul;10(7-8):20-4. PMID: 24062970; PMCID: PMC3779905.
5) Mayo Clinic, [Website], 2024, Mayo Clinic Minute: How change in sunlight can affect your mood
https://newsnetwork.mayoclinic.org/discussion/mayo-clinic-minute-how-change-in-sunlight-can-affect-your-mood/
6) Kocahan S, Dundar A, Onderci M, Yilmaz Y. Investigation of the effect of training on serotonin, melatonin and hematologic parameters in adolescent basketball players. Horm Mol Biol Clin Investig. 2021 Jun 7;42(4):383-388. doi: 10.1515/hmbci-2020-0095. PMID: 34090322.
7) Mokhalad Dheyaa Abdulrasool1*, EmadOdaJoda2, Ali Ahmed Alawady, The effect of psycho-physiological sports proposed in terms of the hormone endorphins serotonin and their relative results on mental fitness in the aged, 2020
8) Jia-Qi Jing, Si-Jia Jia, Chang-Jiang Yang, Physical activity promotes brain development through serotonin during early childhood, Neuroscience, Volume 554, 2024, Pages 34-42, ISSN 0306-4522,
https://doi.org/10.1016/j.neuroscience.2024.07.015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xcz020@naver.com
많은 생각을 우선 하기보단, 상기 내용처럼 먼저 일어나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