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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허서윤 ]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하다 보면 종종 강한 빛 자극을 경고하는 경고문을 마주하게 된다. 게임은 물론, 영화, 아이돌 뮤비에서도 콘텐츠 시작 전 섬광 효과를 유의하라는 경고문을 띄운다. 서브컬쳐 매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리듬 게임 ‘프로젝트 세카이’에서는 게임 시작 전 섬광 효과를 사용한 연출이 있음을 미리 경고하고 있으며,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에서도 이런 효과가 있음을 사전에 고지한 바 있다. 케이팝 아이돌 ‘아르테미스(ARTMS)’의 ‘Virtual Angel’ 뮤직비디오에서도 뮤직비디오 시작 전 섬광 효과를 경고하는 문구를 띄워 공개 당시 화제가 된 적 있다.



모바일 리듬 게임 '프로젝트 세카이' 접속 시 뜨는 섬광 효과 경고문/사진=프로젝트 세카이


뇌전증 환자에게 강한 빛은 독, ‘광과민성 발작’


강한 빛을 봐도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경고 문구가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강한 빛을 문제 없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한 빛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뇌전증 환자이다. 뇌전증 환자 중 약 3%는 강하거나 반복되는 빛 자극에 노출되는 경우 발작 증세를 보이는데 이를 ‘광과민성 발작(Photosensitive epilepsy)이라고 한다. 발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두통, 메스꺼움, 현기증 등을 느끼기도 한다. 뇌전증 환자들에게 이러한 빛 자극은 발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이다.


광과민성 발작은 특히 나이가 어린 뇌전증 환자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이 나이대에는 뇌 발달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이기에 발작은 더욱 치명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작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선 광과민적 효과가 사용된 콘텐츠임을 사전에 예고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포켓몬스터 보다가 집단 발작... ‘포켓몬 쇼크’



사진=포켓몬스터 공식 사이트

1997년 12월 16일 일본에서 어린이 약 700명이 단체로 발작을 일으키거나 구토증세, 어지러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바로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였다. 당시 송출된 에피소드에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밝은 빛 화면 점멸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장면이 포함되었고 해당 장면이 발작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포켓몬스터는 4개월간 방송을 중단하였으며, 해당 에피소드는 재방송, DVD화, 해외 방영 등 모든 매체에서 빠지게 되었다.


이후 방송사와 제작사는 광과민성 발작 예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섬광 효과가 들어간 영상에는 경고문구를 삽입하기 시작했다. 즉, 현재 우리가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마주치는 섬광 효과 경고문은 ‘포켓몬 쇼크’ 사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함인 것이다. 



기업들은 광과민성 발작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기업들은 경고문 외에도 다른 방법을 제공하며 콘텐츠를 제작, 관리하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케이팝 아이돌 아르테미스는 ‘Virtual Angel’ 뮤직비디오의 어지러운 화면 전환과 강한 빛 자극을 줄인 ‘Human Eye Ver.’을 공개하였다. 이는 아르테미스의 세계관과도 일치하는 콘텐츠이면서, 동시에 뇌전증을 앓고 있는 팬들도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대안을 제공한 것이기도 하다. 


사진=TikTok 뉴스룸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또한 광과민성 발작을 보이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틱톡은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에게도, 영상을 소비하는 이용자에게도 광과민적 콘텐츠를 경고해 뇌전증 환자를 이중으로 보호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는 광과민적 효과를 포함한 영상을 제작할 때 해당 효과가 특정 이용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보게 되며, 이용자는 광과민적 콘텐츠를 ‘모두 건너뛰기’ 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중 보호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하여금 이용자의 다양성을 고려해 영상을 제작하도록 유도하며, 이용자들은 안전하게 플랫폼을 소비할 수 있는 선택권을 지니게 된다. 



이용자 특성의 다양성 고려는 경쟁력


바야흐로 콘텐츠 홍수 시대, 뇌전증 환자는 언제 어디서 자신을 위협하는 콘텐츠를 접하게 될지 모른다. 따라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여 이들이 즐겁고 안전하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용자의 다양성을 고려한 서비스 제공은 결국 모두에게 이점을 가져다준다. 뇌전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밝은 빛을 보면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대안 서비스를 통해 편하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다양한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콘텐츠 홍수 시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제작사들은 이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Epilepsy Foundation [Website], Photosensitivity and Seizures, https://www.epilepsy.com/what-is-epilepsy/seizure-triggers/photosensitivity

2) 머니S [Website], 2024, 어린이 700명 집단 발작… '포켓몬 쇼크'[오늘의 역사], https://www.moneys.co.kr/article/2024121213273876606

3) 한경 [Website], 2023, [기고] 26년 전 '포켓몬 쇼크'를 통해 배워야 할 점,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53192686

4) 틱톡 [Website], 2020, 틱톡, 뇌전증 환자를 위한 기능 출시, https://newsroom.tiktok.com/ko-kr/making-tiktok-more-accessible-to-people-with-photosensitive-epileps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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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3-05 08: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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